“나야 나!” 미래의 클라이밍 金메달

입력 2021.09.02 10:33 | 수정 2021.09.08 13:54

[Man&Wall] 금정산 대륙암
김하빈·김하은 자매와 차미송양, 정인준군의 폭풍열정 대륙암 암벽등반

이미지 크게보기
등반에 극도로 몰입한 아이들. 아이들의 두 눈에서 벽에 대한 진지한 집중력이 드러난다. 온 힘이 다 빠지도록 등반하고, 땅에 내려서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부산 산악인의 알피니즘은 금정산에서 활활 타올랐다. 완만한 능선에 여기저기 우뚝 솟은 바위들은 광활한 흰 산에 대한 꿈을 키워 냈다. 금정산에는 부채바위를 비롯해 무명암, 대륙암, 은벽, 나비암, 준행암 등 여러 암장이 개척되었다. 
부산 산악인들은 이곳에서 등반 기량을 키워 왔다. 끈끈한 자일의 정은 아직도 이곳 금정산에 튼튼하게 이어져 있다. 크랙 등반은 1980년대 부채바위에서 활활 타올랐다.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에서 손등에 피가 흐르도록 훈련에 매진했고, 한 잔의 술에 악우애岳友愛를 다졌다. 한마디로 금정산은 부산 산악인들의 모암母巖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퀵드로에 로프를 걸기위해 온 힘을 다하는 김하은양.
30여 년 전 우리나라 등반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많은 등반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유등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대륙암은 1989년 부산 클라이머스클럽이 개척을 시작했다. 대륙암은 암장 접근이 편리하고 다양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어 부산의 대표적인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로 거듭난다. 
이후 청봉산악회, 부산 빌라알파인클럽, 동아대학교팀 등이 추가적으로 루트 작업을 하여 상단벽 14개 루트, 하단벽 12개 루트가 개척되었다. 고난도 루트와 초중급 루트가 섞여 있어 지금도 많은 등반가들이 찾는다. 경사 90°가 넘는 페이스는 미세한 홀드로 되어 있어 손가락 끝의 힘과 밸런스가 집중적으로 요구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돈통Cash box(5.10b) 루트를 등반하는 정인준군. 상단 크럭스구간을 돌파하기 위해 오랜 시간 벽과 싸웠다.
도쿄올림픽에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스포츠클라이밍 연령대가 낮아지며 암벽등반지 곳곳에서 부모들과 함께 줄을 묶고 등반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해가 기울어질 때까지 아이들의 등반이 이어진다. 숲속의 빈터(5.11b)를 등반하는 김하빈양.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꿈나무들
금정산성 남문 입구에서 이형윤씨(대륙산악회)와 박정용씨(부산클라이밍센터장)를 만났다. 이들은 지금도 왕성하게 등반을 이어가는 현역 등반가들이다. 2년 전 이들은 아마다블람 동계등반을 함께했고, 파키스탄 트랑고타워 등 다양한 난벽을 공략했다. 
박정용씨는 고故 김창호씨와 최석문씨와 함께 강가푸르나(7.455m) 신 루트를 등정해 프랑스 황금피켈상을 수상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알파인 등반가라 할 수 있으나, 오늘 이들의 등반을 보러온 것이 아니다. 이형윤씨는 조카 김하빈(내리초 4)양과 김하은(내리초 1)양을 데리고 왔고, 박정용씨는 센터 회원인 차미송(양운초 5)양과 정인준(부흥초 3)군 손을 잡고 왔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륙암 하단벽 전경. 다양한 난이도가 골고루 있어 부산 최고의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로 손꼽힌다.
두 산악인의 거친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삼촌과 센터장 아저씨가 이렇게 멋진 등반가라는 걸 알고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그저 친근한 삼촌과 센터장일 뿐일 것이다. 두 등반가는 오늘은 등반 선생님이다. 흰 산을 오를 때 진지하던 눈빛이 자상한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해 있다.
금정산성 남문에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대륙암 상단벽과 하단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삼촌 손을 뿌리치고 안전벨트를 재빠르게 착용하고선 벽에 한명씩 붙는다. 하단벽 루트명 ‘쓰레기(5.10a)’와 ‘돈통(cash box 5.10b)’을 오른다.
이미지 크게보기
등반 시작 구간이 위험해 엄마가 조심스럽게 뒤에서 받치고 언니가 신중하게 확보를 보고 있다.
김하빈양은 전국 유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 상위 랭커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하빈양 동생인 하은양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타고 났다. 출중한 등반력을 갖추기도 했지만 등반이 막히더라도 끝까지 하고야 마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해도 못하면, 스스로 분해서 종일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문을 트게 만드는 것은 결국은 엄마와 언니의 몫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짧지만 어려운 바윗길로 꼽히는 대륙암의 축제(5.11a) 상단 크럭스 구간을 통과하는 김하빈양.
정인준군은 씩씩하게 등반을 이어간다. 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만 같다. 등반을 마치고 나면 다시 한없이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이로 돌아온다. 꿈나무들 네 명 중 제일 맏언니 차미송양은 겁이 많지만 한 시간가량 벽에 붙어 있는 열정을 보인다. 두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하다. 그래도 끝까지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가시지 않는 방긋한 얼굴로 변해 있다. 
렌즈에 아이들의 얼굴을 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촬영을 할수록 꿈나무들의 눈동자에 빠져들 것만 같다. 아이들이 이토록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을 보여 주다니, 감동이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전 일찍 이곳에 왔는데 벌써 오후 5시다. 
감동의 시간도 유효시간이 있나보다. 필자의 눈이 피로하고 몇 시간째 매달려 있어 허리가 아프다.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차미송, 김하빈, 김하은, 정인준. 아이들 뒤로 햇살이 쏟아지고 아이들의 얼굴에서 밝은 미래가 뿜어져 나온다.
“얘들아 그만 가자. 부탁한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며 아이들은 등반을 멈출 줄 모른다. 그럴 줄 알았다. 설득을 단념하고, 이제는 하강해 어디든 앉아 쉬어야겠다. 
부산 금정산 대륙암
1989년 부산 클라이머스클럽이 개척하기 시작해 이후 청봉산악회, 부산 빌라알파인클럽, 동아대산악회, 벽사모 등이 추가로 루트를 개척해 상단벽 14개 루트, 하단벽 12개 루트가 만들어졌다. 금정산성 남문에서 왼쪽 완만한 등산로로 5분 정도 가면 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