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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숲과 사찰] “산 자에겐 힐링, 죽은 자에겐 안식처 이게 현대적 의미 山監”

월간산
  • 입력 2021.09.07 11:49
  • 수정 2021.09.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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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총무 지불스님

전등사 동문에 있는 국화밭 화단의 잡초를 솎아내고 있는 스님들. 아름다운 전등사 경내는 스님들의 울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전등사 동문에 있는 국화밭 화단의 잡초를 솎아내고 있는 스님들. 아름다운 전등사 경내는 스님들의 울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예전엔 산불방지, 요즘엔 경내 조경에도 노력

“전등사를 둘러싸고 있는 삼랑산성 바깥쪽은 참나무가 비교적 많은 편이고 안쪽은 소나무가 우세합니다. 참나무가 너무 성하면 소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스님들이 전지작업을 해주는 등 직접 관리하고 있어요.” 

전등사 총무를 맡고 있는 지불스님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감山監’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다. 산감이란 사찰 주변의 산림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전통적으로 스님들이 맡아 왔다. 도벌과 남벌로부터 숲을 지켜내기 위한 사찰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숲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숲을 관리하는 기구도 사찰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사찰은 숲 지킴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모범답안을 전등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불스님은 숲 가꾸는 의의를 전등사를 찾는 사람들이게 더 나은 힐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산불방지에만 주력했다면 지금은 조경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빗물에 산도가 높아지면서 낙엽이 잘 썩질 않아요. 흙과 함께 자연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쌓이는 경우가 많아져서 스님들이 일일이 경내와 산자락을 다니며 골고루 긁어 줍니다. 

지금보다 소나무가 많았던 전등사에는 송이도 참 많았는데 솔잎혹파리가 쓸고 지나가면서 숲이 황폐해진 적도 있어요. 방제도 게을리 할 수 없지요. 작년에는 태풍에 수십 년된 소나무들이 쓰러졌어요. 나무를 다시 세우고 상처 입은 가지를 받쳐서 살려냈습니다.”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위기는 전등사의 템플스테이 모습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1인2실로 운영하던 것을 1인1실로 바꾸고, 걷기 명상, 산림욕, 탐조활동 등 실외 활동을 늘린 것이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방석 위에 앉아 내면을 응시하는 것만이 명상은 아니다. 싹이 돋고 꽃이 피고 단풍 들고 낙엽 지는 숲의 변화하는 모습은 고정된 실체가 없이 항상 변화하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템플스테이의 외연을 넓히는 전등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전등사 총무를 맡고 있는 지불스님. “산불 방지를 넘어서 경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등사 총무를 맡고 있는 지불스님. “산불 방지를 넘어서 경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등사는 신도 및 희망 유족들을 위해 수목장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사찰이었다. 고인의 시신을 화장해서 나무 밑에 유골을 모시는 수목장은 매장문화를 바꿀 대표적인 자연친화적 장례문화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07년 장사법이 개정되면서 정부 주관부처가 복지부와 산림청으로 나뉘는 등 여러 가지 법이 얽히고설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제약이 늘어나게 되어 지금은 수목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박석암 전등사 종무실장은 전했다.  

전등사 숲은 세속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기 위한 도시인들의 수행공간이며 번잡함을 피해 찾는 자들에게는 힐링 장소가 되고 이생을 마친 이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1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숲을 보존하고 가꾸면서 더 나은 활용 방안을 위해 울력하는 전등사 스님들을 보면서 현대적 의미의 산감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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