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한가운데서 소낙비… 한여름에 한기에 떨다

입력 2021.09.09 09:26

[GO 레포츠] 충주호 카야킹
‘내륙의 바다’ 충주호…무인도에 꾸린 ‘우리만의 작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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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의 물빛은 영락없는 바다색이다.
카약kayak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는 ‘모험’의 레포츠다. 평소엔 눈으로만 보던 공간을, 카약을 타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지난 달 북한강에 이어 이번 달엔 충주호로 모험의 대상지를 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공호수,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그곳으로 떠난 카야킹의 시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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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는 특히 경관이 좋기로 소문난 호수다. 유유자적 패들링을 하다 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무더운 여름 오후, 땀을 뻘뻘 흘리며 충주요트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충북산악연맹 김영식(57) 회장을 만날 요량이다. 김 회장은 충주호 카야킹에 대해선 척척박사다. 청주 출신인 그는 충주에서 오랜 시간 교사로 재직하면서 카약을 타기 시작했고, ‘홈그라운드’인 충주호를 수시로 드나들며 물길을 찾았다. 
“학생 시절부터 산에 다녔고 히말라야 고산도 수차례 다녀왔어요. 혹자는 ‘산쟁이가 왜 자꾸 물에서 노느냐’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자연에 드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단지 그 대상이 산에서 물로 바뀐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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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 카약은 공기주입식 카약보다 속도가 빨라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짜릿한 속도감, 고형 카약
김 회장이 3대의 카약을 차와 트레일러에서 내렸다. 취재를 위해 자신의 카약 외에 2대의 카약을 더 준비한 것이다. 이 무더위에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 싶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카약을 알리고 충주호를 알린다는 데 이런 건 수고도 아니죠. 다만 제가 어제 코로나 2차 백신을 맞아서 정신이 좀 없네요.”
아이고, 이런 악조건에 카약이라니! 일정을 미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 회장은 “카약을 타다 보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해열제가 약이지만 김 회장에게는 카약이 곧 약이었다. 
“고형 카약Solid kayak은 공기주입식 인플레터블 카약Inflatable Kayak과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말로 해선 이해가 잘 안 될 테니 일단 한 번 타고 패들링을 해보시죠.”
김 회장의 말대로 카약에 몸을 실었다. 인플레터블 카약의 묵직함에 비해 매우 가벼운 느낌이다. 날렵한 몸매에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도 더하다. 
“쉽게 뒤집어지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몸의 중심을 항상 가운데 두어야 해요. 카약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자세를 잡고 시선을 정면으로 멀리 두고 가볍게 노를 저어 보세요. 고형 카약이 처음이라 어색해서 그렇지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쩍 벌린 다리에 힘을 풀어 카약의 수평을 맞추고 천천히 패들링을 시작한다. 한두 번 노를 저었을 뿐인데, 촤악~ 하며 뱃머리가 물길을 가른다. 인플레터블 카약이 느긋한 중대형 세단을 타는 느낌이라면, 고형 카약은 재빠른 스포츠카를 타는 느낌이다. 패들링을 빠르게 하니 제법 바람을 가르는 느낌도 난다. 
“사실 보관할 공간만 있으면 가장 간편한 게 고형 카약이에요. 폴딩 카약Folding Kayak처럼 조립하지 않아도 되고, 인플레터블 카약처럼 공기를 넣는 수고도 없죠. 게다가 빠르게 뻗어나가는 재미도 가장 좋고요.”
카약마다 장단점이 있고, 타는 이의 취향도 각자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타고 있는 이 고형 카약이 가장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100km 거리를 넘나드는 장거리 투어를 할 때는 가볍고 스피드가 좋은 고형 카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단양 도담삼봉 근처부터 충주호까지 남한강 카야킹을 하면 정말 좋아요.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수려한 산의 풍광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풍광이 예술입니다. 유속이 빠른 강을 지나 잔잔한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맛이 또 다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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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소나기와 세찬 바람 때문에 노를 저을수록 섬에서 멀어졌다.
마른 하늘에 소나기, 이것도 매력
잔잔한 호수 위에서 ‘뱃놀이’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등 뒤로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나기 소식은 전혀 없었는데…. 모자챙에 툭툭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빗줄기가 쏟아진다. 
“호수에서 비 맞으며 카약을 타는 것도 운치 있어요. 즐기세요. 오늘 짧은 시간에 좋은 경험하네요.”
생각해 보면 물길 위에서 비를 피할 이유가 없다. 이것도 재미려니 하며 빗소리를 뱃노래 삼아 더 힘차게 노를 젓는다. 그런데 호수에 이는 파도가 심상치 않다. 목적지인 섬이 바로 앞에 있는데 노를 저을수록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드디어 조난인가. 
“카약 방향을 파도와 수직으로 두고 오세요. 옆에서 파도를 맞으면 계속 밀려나가니까요. 이 정도는 파도도 아닌데, 바다에서 큰 파도를 옆에서 맞으면 뒤집어지기도 하죠.”
으르렁대며 화가 난 호수를 어르고 달래 겨우 섬에 도착했다. 한여름이지만 호수 한가운데서 소나기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니 한기가 들어 덜덜 떨릴 정도다. 바람을 막을 바위를 찾아 몸을 숨기니 그나마 낫다.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요란스러운 소나기가 물러갔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잠시 텐트를 치고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금세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바위섬에 작은 카페가 만들어졌다. 커피를 끓여 마시니 한기가 가셨다. 구름이 물러난 하늘에선 다시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었다. 
“가끔 이렇게 무인도에 내려서 잠시 쉬었다 가곤 합니다. 나이가 드니 저만의 시간, 저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이곳에 몇 번 와봤지만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은 거의 없었어요. 저만의 쉼터가 되는 거죠.”
10년 넘게 바깥을 싸돌아다니는 것을 업으로 삼았으면서도 이렇게 멋진 곳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 억울했다. 하긴 카약을 타지 않았더라면 이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무인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카약을 타고 호수 산책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가마우지 떼와 함께 물안개 핀 호수를 거닐면 이곳이 정말 내가 사는 세상이 맞나 싶게 몽환적이에요.”
그는 카약 외에도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다. 등산과 등반은 기본이고 카누, SUPStand up Paddle(보드 위에 서서 패들을 젓는 스포츠), MTB, 노르딕워킹, 오지캠핑 등을 즐긴다. 
“우중충한 도시의 색깔에 질리고 번쩍거리는 불빛마저 지겨워지면 자연으로 나와 구원받습니다. 자연에서의 낭만이 예방약이 되고, 추억이 치료제가 됩니다. 만병통치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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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가운데 무인도에 작은 카페가 차려졌다. 호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충주호 드리운 석양
김 회장의 말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새 해가 지고 있었다. 해를 가리고 있었던 먹구름도 어디론가 가버려 멋진 석양이 펼쳐졌다. ‘세상에서 가장 외진 카페’도 문을 닫을 시간이다. 붉게 물든 물길을 거스르는 패들링 속도가 자꾸만 늦어진다. 이 멋진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는 본능이다. 
한참동안 호수 위에 머물며 석양의 낭만을 마음속에 녹인다. 어느새 초승달이 물에 드리워졌고, 꿈에서 깨듯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제 진짜 집에 갈 시간이다. 충주호 품 안에 머물렀던 하루는 정녕 꿈이었던가, 자꾸만 현실의 땅과 가까워지는 카약이 야속해진다.
충주호 카야킹 가이드
충주호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라 무동력인 카약을 타는 데 특별한 제한은 없다. 다만 카약을 물에 띄우기 위한 슬로프(물가까지 카약을 들고 내려갈 수 있는 길)를 잘 찾아야 한다. 카약 동호회 등에 문의하는 식으로 찾는 편이 낫다. 
충주호 내 무인도 등에서 백패킹을 하는 것 또한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화기 사용은 자제하고, 특히 모닥불이나 화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소변은 생수통 등을 활용하고, 대변은 용변봉투에 담아 되가져오는 것이 마땅하다. 결국 충주호 물을 우리가 마신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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