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아웃도어] 못생겨도 성능은 맥가이버 ‘양봉 모자’의 위력

  • 글·그림 윤성중
    입력 2021.09.27 10:38

    몽벨 스테인리스 메쉬 캡

    ‘내 돈 내 산 아웃도어’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해당 장비를 직접 써 보고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이번에는 나만 알고 쓰기가 굉장히 아까운 제품을 소개한다. 우리 가게에 널린 게 그런 제품인데 특별히 신경 써서 내놓는 이유는 이 제품은 인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제품은 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따지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여기에 인기 없는 제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나의 만족감을 위해서다. 손님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한 다음 그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이것이 나의 보람이자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몽벨의 스테인리스 메쉬 캡Stainless Mesh Cap은 분명 독특한 제품이다. 일반적인 등산모자가 아니다. 등산용 모자를 찾는 손님에게 이 제품을 권하면 대부분 어리둥절해 하거나 심지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일이 대부분이다. 추측하건데, 그 이유는 생긴 모양이 별로여서다. 
    몽벨 메쉬 캡은 모자 전체가 폴리에스테르 망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목 뒷부분이 햇볕에 타지 않게 긴 차양이 있다. 이 차양막은 분리되지 않고 모자 뒷부분에서 펄럭거린다. 사람들이 이 모자를 보고 하는 첫마디는 “양봉모자”라는 것. 즉, 모기장을 모자 모양으로 만든 것 같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인데, 겉모양만 그렇지 사실 몽벨 메쉬 캡은 대단한 모자다. 왜 이 모자가 대단한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내가 등산용 모자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막 써도 되는’ 재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풍성이 좋아 모자가 땀을 머금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땐 배낭 속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도 구김이 없어야 하며, 더러워져도 금방 세탁할 수 있고 또 빨리 말라야 한다. 몽벨 메쉬 캡이 바로 그런 모자다. 이 모자는 단단한 챙이나 딱딱한 버클 같은 게 없다. 모자를 쓰지 않을 때는 막 구겨서 주먹에 쥐고 있어도 된다. 그리고나서 제품을 펼쳐도 모자는 전혀 손상이 없다. 이 모자의 특이한 점은 목 뒤에 길게 드리워진 차양막인데, 이것은 분명 일상생활에서 대단히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보기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산에서 차양막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한다. 먼저 목 뒤 피부가 햇볕에 타지 않고, 목 뒤로 벌레가 기어들어가지 않게 막는다. 더울 때 여기를 적시면 또 시원하기도 하다. 이 차양막이 거추장스럽다면 모자 안으로 넣어 써도 아무 지장이 없다(모자 천 자체가 얇고 메쉬로 되어 있어 통풍에  문제없다).
    시중에 이런 등산모자는 많다. 플랩 캡, 피싱 캡Fishing Cap, 선 바이저Sun Visor, 트레일 캡Trail Cap 등으로 불리는데, 목 뒷부분 차양막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차양막이 분리되는 제품도 좋긴 하지만 차양막과 연결하기 위한 단추나 지퍼 따위가 머리를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또 차양막이 생각보다 두꺼워 착용하고 움직이면 목 뒤가 금세 후끈거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자의 아쉬운 점 딱 한 가지는 바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분리되지 않는 차양막 때문에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선을 끈다는 것이다. 이것도 해결 방법이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차양막을 모자 안으로 넣어서 쓰면 된다.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을 즐기는 것이다. 이 차양막은 착용자가 꽤 그럴듯한 모험가, 탐험가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이 모자를 쓰고 일상복을 입은 사람들 틈에 있으면 자신이 미지의 세계에 다녀온 모험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냄새만 풍기자 말자!). 몽벨 메쉬 캡은 얼마 전까지 일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곳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2만 원에서 3만원 사이로 꽤 저렴하다. 참고로 나는 이 모자를 사용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모자는 끄떡없다.
    몽벨 스테인리스 메쉬 캡
    Montbell Stainless Mesh Cap
    모자에 스테인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 순전히 제품의 색깔 때문이다. 회색의 빛나는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자의 메쉬 재질은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었다. 이 모자의 또다른 특이한 점은 회색빛이었던 제품이 몇 번의 세탁을 거치면 흰색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모자 전면에 크게 박혀 있는 ‘Montbell’ 로고 역시 세탁하면 떨어져나간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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