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바위·석양 ‘삼황’이 조화 이룬 달마산 미황사

입력 2021.09.28 10:02

‘한국의 명승’ 명산 <9>해남 달마산 미황사 일원
최고의 황금빛 노을 볼 수 있어… 암봉들이 병풍처럼 사찰 둘러싸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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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암봉 능선은 햇빛에 그대로 노출돼 여름에는 이열치열로 걸어야 한다. 하지만 확 트인 조망으로 시원한 다도해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달마산은 삼황三黃이라고 하는데 불상과 바위, 석양빛이 조화를 이룬 것을 말한다. 바위 병풍을 뒤로 두르고, 남해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는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 창건 이후 각종 역사 문화적 유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달마산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루는 풍치 절경의 산사이다. 
도솔봉~달마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의 섬과 미황사, 달마산 일대의 수려한 경관, 산 능선부에는 풍화에 매우 강한 규암층이 길게 노출되면서 발달한 흰색의 수직 암봉들이 병풍같이 늘어서 있어 자연경관이  뛰어난 경승지이다.’ ― 문화재청의 해남 달마산 미황사 일원 명승 지정 이유.
문화재청이 달마산 미황사 일대를 명승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한 핵심 키워드는 달마산達摩山(489m)과 미황사. 달마산이란 지명부터 이채롭다. 달마가 이 산과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름 그대로 명명됐단 말인가. 달마산에 대한 기록부터 살펴보자. <신증동국여지승람> 영암군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달마산은 옛날 송양현에 있는데 군의 남쪽으로 124리 떨어져 있다. 해남현에서도 보인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덧붙여 고려 때 승려 무외대사의 기행문을 소개한다. 무외는 생몰연대 미상이지만 고려 후기 충렬·충선·충숙(재위 1313~1330) 3대 국왕에게 왕사와 국사로 추앙되면서 불교계를 이끌었다. 특히 충숙왕 때 국통으로 추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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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정상에서 본 남해 바다와 미황사 전경. 숲 속에 가려진 미황사에서도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달마산 북쪽으로 두륜산에 접해 있고, 삼면은 모두 바다에 닿아 있다. 산허리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여, 모두 백여 척이나 되는 것들이 치마를 두른 듯 늘어서 있다. 그 위에 아주 흰 돌이 우뚝 솟아 있는데, 당幢과도 같고 벽과도 같다. 혹 사자가 찡그리고 하품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용과 범이 발톱과 이빨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멀리 바라보면 쌓인 눈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산꼭대기 고개 동쪽에 있는 천 길이나 되는 벽 아래, 미타혈이라는 구멍이 있는데, 대패로 민 듯 칼로 깎은 듯한 것이 두세 사람이 앉을 만하다. 앞에는 층대가 있어 창망한 바다와 산들이 지호지간指呼之間에 있는 것 같다. 그 구멍으로부터 남쪽으로 백여 보를 가면 높은 바위 아래 작고 네모진 연못이 있는데 바다로 통하고 깊어 바닥을 알지 못한다. 그 물은 짜며, 조수를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
그 땅의 끝편에 도솔암兜率庵이 있는데, 그 암자가 앉은 형세가 훌륭하여 그 장관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이곳은 화엄조사 상공湘公이 터 잡고 지은 곳이다. 그 암자 북쪽에는 서굴이 있는데, 신라 때 의조화상이 처음 살면서 낙일관落日觀을 수리한 곳이다. 서쪽 골짜기에는 미황사·통교사가 있고, 북쪽에는 문수암·관음굴이 있는데, 그 상쾌하고 아름다움이 참으로 속세의 경치가 아니다. 또 수정굴이 있는데, 수정이 나온다. 지원至元 신사년 겨울에 남송의 큰 배가 표류해 이 산 동쪽에 정박했을 때 한 고관이 산을 가리키면서 주민에게 묻기를 “내가 듣기에 이 나라에 달마산이 있다 하는데, 이 산이 그 산 아닌가” 하므로, 주민들이 “그렇다” 했다. 이에 그 고관은 즉시 그 산을 향해 예를 다하고, “우리나라는 다만 이름만 듣고 멀리서 공경할 뿐인데, 그대들은 이곳에서 생장했으니 부럽고 부럽도다. 이 산은 참으로 달마대사가 상주할 땅이다”라고 그림으로 그려 갔다. 위대하다, 이 산이여. 어찌 매우 높고 빼어난 모양이 산과 바다의 아름답고 풍부함을 다 했을 뿐이랴. 그 성적聖蹟과 영험한 자취도 많았도다. 또 외국인들까지도 우러르고 공경함이 저와 같았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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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전 뒤 응진당에서 바라본 일몰 전경. 마치 남해 바다가 눈 위로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잠시 일으킨다.
무외의 기행문에 달마산의 형승과 유래, 그 빼어난 풍광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흰 돌이 우뚝 솟아 마치 깃발이나 벽처럼 둘러쳐져 있으며, 그 형상도 기기묘묘하여 사자나 용과 범의 발톱 같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산의 남쪽 끝 도솔암은 앉은 형세가 너무 훌륭하여 그 장관을 따를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실제 도솔암은 그 기운이나 형세에 있어 한국 최고의 암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마산은 실제로 남북으로 길께 뻗어 있다. 등산로는 길게 뻗은 암벽 능선 따라 이어진다. 여름에는 내리쬐는 햇빛 아래 암벽 위로 걸어야 한다. 완전 이열치열以熱治熱 등산이다. 암벽이다 보니 물도 없다. 필수적으로 물을 준비해야 한다. 햇빛에 노출된 암벽 능선은 역으로 확 트인 조망을 제공한다. 동쪽으로 완도, 서쪽으로 진도가 정말 지호지간 거리에 있다. 날씨가 맑으면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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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남쪽 끝자락 기운 응집처 도솔암의 석양이 환상적이다. 사진 C영상미디어.
종주 능선은 햇빛에 노출 이열치열 각오해야 
미황사美黃寺는 달마산 서쪽 능선 아래 자리 잡은 한반도 내륙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사찰로 통한다. 미황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을이 아름답다. 문화재청이 명승 지정이유에서 밝혔듯 삼황이 바로 미황이다. 미황사에 들어서면 미황사를 병풍처럼 두른 달마산의 바위 능선에 한 번 놀란다. ‘달마산의 암봉과 사찰이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조화를 이뤘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노을이 지는 바다를 대웅전 뒤 보물 응진당에서 바라보면 두 번 놀란다. 그 수려한 노을빛 경관에 감탄에 감탄의 연속이다. 수평선이 마치 미황사 위에 떠 있는 듯 신기하기까지 하다. 불상에 비친 노을은 그 황금색까지 어울려 환상의 노을을 만든다. 미황이 삼황이고, 삼황이 곧 미황인 것이다. ‘한국관광100선’에 불국사·석굴암, 부석사, 해인사 등 한국 유수의 사찰과 함께 선정된 최고의 경관으로 꼽힌다. 
승려 민암(1636~1693)이 1692년(숙종 18) 지었다는 <미황사사적비>에 미황사에 대한 유래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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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정상 달마봉에서 암봉 능선이 남쪽 바다까지 길게 뻗어 있다.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현 갈두항)에 닿자, 의조화상이 이것을 소 등에 싣고 오다가 소가 드러누운 골짜기에 절을 지어 미황사라고 했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에서 따왔고, 황은 금인의 황금빛에서 따와 지었다.’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어 왔다면 가야국 김수로왕의 비 허황후와 같은 남방불교가 전래해 온 유적지다. 원래의 산 이름은 달마가 가져온 경전dharma·達摩을 봉안한 산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다소 다르지만 어쨌든 교리·경전을 뜻하는 dharma다르마가 달마산의 유래가 됐다는 의미와는 맥을 같이 한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을 전하고, 해동의 달마산에 늘 머물러 있다고 해서 달마산이라 명명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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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문바위재는 사방 온갖 형상을 한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쪽 끝 도솔암은 백두산 기운 응집터
달마산 미황사의 남쪽 끝자락 도솔암은 풍수가들이 한국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다. 암벽 바위 틈에 끼어 마치 기운이 터져 넘칠 것 같은 분위기다. 두 칸 암자 양쪽에 주련 두 개가 있다. 
장엄한 아침빛이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고朝光莊嚴東海出
고요한 야경 가운데 바다 위에 달이 떠있네!夜景寂靜海中月
그렇다, 도솔암에서는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일출에 기를 받고 일몰엔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일몰의 노을이 바로 서방극락, 즉 정토를 상징하기 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한다. 그래서 기운을 얻고 위안을 받고 싶다면 달마산 도솔암으로 가라고 권한다. 불과 1km도 안 되는 거리에 방송국 기지가 있기 때문에 5~6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조그만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서 도솔암까지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조선 말기 면암 최익현 선생도 <한라산유람기>에 ‘백두산을 근원으로 하여 남으로 4천리를 달려 영암의 월출산이 되고, 또 남으로 달려 해남의 달마산이 되었으며, 달마산은 또 바다로 500리를 달려 추자도가 되었고, 다시 500리를 건너 한라산이 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백두산의 기운을 받고 동시에 일출의 기운을 받는 내륙의 끝자락 달마산이며, 달마산 남쪽 끝에 있는 도솔암인 것이다. 
달마산 등산로는 크게 종주코스와 미황사 원점회귀 코스 두 가지로 나뉜다. 원점회귀 코스는 ▲미황사에서 출발해서 동백숲을 거쳐 달마산 정상 달마봉(일명 불썬봉)을 거쳐 문바위재로 해서 미황사로 돌아오는 길이다. 약 5.5km에 3시간 정도 소요. ▲송촌마을에서 출발해서 큰바람재~관음봉을 거쳐 정상 달마봉을 밟은 뒤 문바위재를 거쳐 미황사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약 6km에 3시간 30분 정도 소요. ▲미황사에서 출발해서 정상 달마봉을 거쳐 문바위재~작은금샘~대밭삼거리~도솔암을 거쳐 마봉리약수터로 하산하는 코스는 약 9.5km에 4시간 30분 정도 소요. ▲종주 코스는 송촌마을에서 출발해서 큰바람재를 거쳐 관음봉~달마봉~문바위재~작은금샘~떡봉을 거쳐 도솔암을 지나 마봉리약수터로 하산한다. 약 12.5km에 7시간 잡아야 한다. 능선길 조망은 확 트여 서해와 남해 바다 어디든지 볼 수 있다. 
등산로 외에 달마산둘레길인 ‘달마고도’ 17.74km도 있어 등산과 걷기길을 취향대로 걸으면 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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