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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실종 여자친구 찾아 1,130km 걸은 영국인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1.09.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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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는 외진 산에서 9개월 만에 발견

콜게이트(왼쪽)와 딩글리(오른쪽). 사진 데일리메일
콜게이트(왼쪽)와 딩글리(오른쪽). 사진 데일리메일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지대 피레네산맥에서 홀로 등산 중 실종된 한 영국 여성의 유해가 9개월 만에 발견됐다. 사고자는 에스터 딩글리(37)로, 부부처럼 함께 살아온 남자친구는 그녀를 찾으러 5개월 동안 산길 1,130km를 헤맸다. 딩글리는 댄 콜게이트(39)와 대학생 시절 만나 동거를 계속해 왔다.

이 커플은 2014년 콜게이트가 병으로 죽을 뻔한 경험을 겪은 뒤 둘 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자전거, 등산을 즐기며 살았다. 대부분은 함께했지만 각자 혼자 여행할 때도 있었다. 둘은 홀로 등산하던 때면 거의 매일같이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곤 했다.

딩글리의 두개골(위쪽)과 나머지 시신(아래쪽)이 발견된 지점. 이미지 데일리메일.
딩글리의 두개골(위쪽)과 나머지 시신(아래쪽)이 발견된 지점. 이미지 데일리메일.

지난 2020년 11월, 딩글리는 홀로 피레네산맥 등산에 나섰다. 그때 콜게이트는 160km 떨어진 어느 농가에 머물고 있었다. 딩글리는 산에 올랐다고 사진을 찍어 콜게이트에게 메시지로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지나가던 사람과 마지막으로 마주친 게 11월 22일이었다. 돌아오기로 한 날짜가 되어도 전혀 연락이 없자, 콜게이트는 실종신고를 했다. 이어 프랑스와 스페인 양국의 경찰과 구조대, 산악부대와 일반 등산객까지 동원돼 수색에 나섰으나 깊이 쌓인 눈과 나쁜 날씨로 진척이 더뎠다. 봄이 찾아온 뒤 수색은 계속됐으나 소득이 없었다. 콜게이트는 3월부터 홀로 수색에 나서 총 1,130km를 걸어 다녔다. 고도차 합계 10만m를 오르면서 인근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7월 25일 한 등산객들이 가파른 언덕에서 사람 두개골 일부를 보았다고 신고했다. 해당 지점은 해발 2,300m로 프랑스-스페인 국경에 놓인 글래어봉 근처의 외딴 지역이었다. 두개골은 유전자 감식 결과 딩글리의 것으로 판명됐다. 보름 뒤인 8월 9일, 인근을 수색한 콜게이트는 마침내 딩글리의 나머지 시신과 소지품을 찾아냈다. 두개골이 있던 지점부터 200여 m 떨어진 곳이었다. 딩글리의 소지품 중 텐트가 없어진 것을 빼고는 스마트폰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경찰은 범죄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두개골은 야생동물이 옮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콜게이트가 3월부터 딩글리를 찾아 1,130km를 다닌 루트 표시도. 이미지 댄 콜게이트
콜게이트가 3월부터 딩글리를 찾아 1,130km를 다닌 루트 표시도. 이미지 댄 콜게이트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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