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산티아고] 헤밍웨이도 이 유채꽃 바다를 걸었다

  • 글·사진 금기연 취미사진가
    입력 2021.09.14 09:07 | 수정 2021.09.14 09:19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5>

    힘든 언덕길에서 만난 유채꽃 
    옛날 나바라 왕국의 수도이자 현 나바라주의 주도인 팜플로나는 프랑스길의 출발지 ‘생장 피에 드 포’를 떠난 뒤 처음 만나는 대도시입니다. 우리에게는 산 페르민이라는 황소 달리기 축제로 더 유명한 곳이지요. 헤밍웨이가 오래 글을 썼다는 카페도 여전합니다. 
    ‘용서의 언덕’이라는 명소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방금 팜플로나를 지나왔기에 더 지루하고 힘든 시간입니다. 이때 맞이하는 샛노란 유채꽃은 참으로 반갑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떠올라 어느새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넓은 목초지의 외로운 나무 
    넓은 목초지에 달랑 한 그루 서있는 나무의 그늘이 커 보입니다.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는 눈요기나 피사체에 지나지 않겠지만 주인과 양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처입니다. 
    스페인의 태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습니다. 그러나 습기가 적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신기할 정도로 더위가 가십니다. 순례자는 그래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 한낮이 되기 전에 하루의 일정을 끝내도록 계획합니다. 숙소에 일찍 도착 후 세탁을 하면 강렬한 태양 덕분에 빨리 건조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언덕 위의 하얀 집 
    넓디넓은 포도밭이 펼쳐진 들판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카사블랑카, 말 그대로 하얀 집입니다. 마을에서도 상당히 떨어진 곳이니 우리로 치면 농막이라고나 할까요. 포도밭을 관리하면서 쉬거나 도구를 보관하는 등의 용도로 쓰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누군가 사람이 있다면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때마침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저곳에서 쉬어가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뒤돌아보았습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아침 안개에 비치는 햇살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안개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산허리에서 만들어진 안개가 이리저리 꿈틀대듯 이동하는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거기에 햇살이 비치면 더욱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 오묘한 빛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양을 어떻게 형용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보려 욕심을 부렸습니다. 조리개와 셔터속도, 감도와 측광방식, 초점 위치를 바꿔가며 수십 번을 시도합니다. 부족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억만은 생생하게 남습니다. 갈리시아 지방.
    용서의 언덕에서 시작되는 참회 
    8km 정도 줄곧 오르막길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사방이 탁 트인 꼭대기에서의 전망은 긴 언덕길을 용서하고도 남을 듯합니다. 
    한 조각가가 순례를 주제로 만든 설치 작품이 세찬 바람 속에 순례객을 맞이하고, 한편에는 풍력발전기가 즐비합니다. 
    용서의 언덕 또는 자비의 언덕이라는 곳입니다. 퍼뜩 ‘누구를, 무엇을 용서해야 하나?’ 생각해 보지만 ‘누구에게 용서를 청해야 할까’ 하는 반성이 금세 뒤따릅니다. 걷노라면 잊어버렸던 예전의 아주 작은 일까지 떠올라 순례기간 내내 용서를 빌고 또 용서하게 됩니다. 나바라 지방.   
    다리 아래에서 쉬는 부부 
    약 2,000리의 프랑스길은 대부분 평지입니다. 서너 곳을 제외하면 고도의 오르내림이 하루에 채 100m가 되지 않는 구간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카페나 식당 등이 아니라면 딱히 쉴 곳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늘이 있는 나무나 다리 아래는 아주 훌륭한 쉼터가 됩니다.
    쉴 때에는 신발을 벗고, 가능하면 양말까지 벗어서 발과 양말을 확실하게 말리고 습기를 없애야 합니다. 자칫 물집이 생기면 심한 고생길에 접어들게 되고, 악화되면 중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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