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 벽소령의 달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1.09.08 09:29 | 수정 2021.09.08 13:48

    윤치술의 힐링&걷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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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고니아. 서쪽은 칠레. 남쪽은 아르헨티나 땅이다.
    모든 사람이 낮잠을 자는 것은 가을 달 때문
    -마쓰나가 데이토쿠松永貞德 지음
    몇 해 전 가을 지리산 종주하러 영등포역에서 밤 9시30분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求禮口驛으로 향했다. 왜 구례구일까? 역은 순천에 위치하고 있으나 구례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의미로 구례구역으로 명명되었다 한다. 새벽녘 열차에서 내려 구례공영버스 터미널에 가서 해장국 한 그릇 뚝딱 넘기고 성삼재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성삼재에 내려 노고단 산장에 닿아 커피 한잔 끓여 마시고 해 뜰 녘에 길을 재촉한다. 반야봉 지나 삼도봉 거쳐 화개재, 토끼봉을 뒤로하면 어느새 연하천대피소에 닿게 된다.
    늦은 점심을 하고 1982년 문을 연, 연기 ‘연煙’자에 노을 ‘하霞’자를 쓰는 연하천煙霞川대피소를 탐해 본다. 예로부터 오묘한 대자연 속에 정취어린 샘이 있는 곳이라 말하며, 토끼봉과 명선봉 사이의 능선 상 가운데 위치하고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임에도 시원한 계류가 흐르는 곳이다. 
    연하천의 옹달샘 주변에는 보라색 초롱꽃과 물봉선화가 한창이다. 한밤이면 은하수가 으뜸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이가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어 그 찬란한 노래 소리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3,360km의 애팔레치아 트레킹을 그린 〈나를 부르는 숲〉에서 베스트셀러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말한다. 그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우리와 자연의 공존, 그리고 환경의 보존이라는 절박함을 느끼게 된다. 직접 발로 써내려간 이 풍요로운 글은 유쾌함은 물론이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망각에 대한 일침,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지리산 종주에 대한 생각이 이렇듯 빌 브라이슨의 생각과 같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벽소령은 달밤이면 푸른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고 매우 맑아서 오히려 푸르게 보이므로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한 데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벽소령에서 바라보는 달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이를 ‘벽소명월碧宵明月’이라 하며, 지리산 10경 중 제4경에 해당하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지만 이 시련이 모두 끝난 후를 기대해 봄도 좋을 듯하다. 모든 사람의 낮잠이 가을 달 때문이라는 하이쿠가 가슴에 와 닿는 깊어져 가는 가을밤이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 교장/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건누리병원 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국립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사)대한산악연맹 트레킹스쿨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장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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