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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힘들다는 묘적령 잘 올랐는데, 새벽 텐트 옆에 멧돼지가 “그르렁”

글‧사진 김채울 @_whereismypizza
  • 입력 2021.08.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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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천사의 백두대간 일시 종주기 <10> 묘적령~죽령~고치령~도래기재
어린이재활병원 기부하는 28세 여성 마라토너, 홀로 백두대간 670km 종주 도전

선물과도 같았던 소백산의 운해
선물과도 같았던 소백산의 운해

일시종주 26일차 : 묘적령~죽령

“이렇게 추울 수가 있을까?”

알람이 울리고 1시간이 넘도록 추위에 벌벌 떨었다. 침낭 밖으로 나올 생각은 하지도 못 하며 손바닥을 비비며 추위를 녹이려 애를 쓰지만 추위를 떨치는 게 쉽지 않다. 설상가상, 오늘은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가 꽤나 크게 들린다. 묘적령 구간이 쉽지 않다고 하기에 오늘은 새벽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했는데, 결국 추위를 못 이겨 오늘은 푹 자고 죽령까지만 가는 거로 계획을 변경했다.

몇 시간을 더 자고 일어나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오늘의 운행을 시작했다. 다행히 출발하려고 하니 비도 멈추고, 추위도 덜하다. 요즘 매일같이 비가 오는데, 신기하게도 밤새 비가 오다가도 내가 운행을 시작할 때면 거짓말처럼 비가 멈춘다. 출발 후 15분 정도 걸어 묘적령 정상석을 만나고, 조금 더 가니 이내 소백산국립공원 구역이 시작된다. 묘적령~죽령 구간은 최근 탐방로 예약 후 입장이 가능하게 바뀌어서, 이틀 전 미리 탐방로 예약을 해두었다. 하마터면 모르고 그냥 올 뻔했는데, 다행히 아는 언니가 참고하라며 정보를 공유해준 덕분에 일정에 맞춰 예약할 수 있었다.

조릿대 사이로 이어진 등산로.
조릿대 사이로 이어진 등산로.

검색해보는 후기마다 묘적령~죽령 구간이 어렵다고 하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죽령까지만 가기로 계획을 바꾸어서 마음이 편해진 건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묘적령을 지나 도솔봉 정상에 도달했다. 도솔봉 이후 초반엔 급경사의 하산길을 지나 삼형제봉부터는 양쪽으로 가득한 조릿대 사이로 편하고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조금은 강해진 건지, 생각보다 길은 어렵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죽령에 도착했다. 묘적령 출발자들의 경우 죽령에 하산해서 탐방로 예약 QR코드를 확인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국립공원 직원분이 안 계셔서 따로 확인을 받진 못했다.

아직 설악산까지 300km 정도 더 가야 한다. 예전엔 언제 진부령에 도착할까 싶었지만 이제는 슬슬 끝이 보이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백두대간 종주를 끝내고 뭘 할지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그 외에도 PCT와 세계 일주 등 지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들이 계속 나를 성장시키고 또 다른 재미있는 일들로 이끌어주고 있다. 내가 만약 자전거 국토 종주를 하지 않았다면, 철인 3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사막 마라톤을 가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의 나는 백두대간을 걷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죽령주막에서 먹은 곤드레밥 정식. 인생 곤드레밥이었다.
죽령주막에서 먹은 곤드레밥 정식. 인생 곤드레밥이었다.

오늘은 10km도 채 안 되는 거리다 보니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2시에 운행을 끝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나 더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국립공원 구역이라 중간에 탈출로가 애매해서 오늘은 그냥 여유를 즐기기로 한다. 날머리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죽령 주막’이라는 식당이 있길래 점심도 먹고 시간도 보낼 겸 식당으로 들어섰다. 대부분 2인분 이상의 식사만 주문 가능한 식당이라 1인 등산객에게는 선택권이 2개뿐이었다. 곤드레밥 혹은 도토리묵밥. 주저 없이 곤드레밥을 주문했는데, 인생 곤드레밥을 만났다. 신기하게 대간 걸으며 가는 식당마다 인생 음식을 만나고 있는데, 내가 식당을 잘 고르는 건지, 아니면 백두대간 종주 효과로 모든 게 맛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힘이 더 잘 나는 건 분명하다. 식당에는 백두대간을 걷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지, 식당사장님께서 내 모습을 보시곤 바로 “백두대간 종주 중이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혼자 하기 쉽지 않은데 응원한다고 하시며 간식으로 먹으라고 알감자와 사과를 주신다. 문경 구간을 지날 때 사과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먹어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사장님께서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정자에 텐트 치고 자도 된다고 알려주셔서, 오늘은 도로변 옆 정자에 집을 지었다. 시간 여유가 많아 모처럼 푹 쉬며 휴식을 취했다. 매일 10km만 걷는다면 아주 건강하게 대간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졸려서 눈이 스르륵 감기려던 찰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듣다 보니 분명 짐승의 숨소리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진다. 숨소리와 함께 ‘그르릉’거리며 소리도 내는데, 이건 분명 멧돼지다. 그것도 텐트 바로 옆에서!

길을 걷다 멧돼지를 마주친 적은 있어도 텐트에 누워있는데 멧돼지가 온 건 또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던지, 누가 스피커라도 연결해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야 할지, 아니면 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이내 스틱을 서로 맞부딪히며 금속 소리를 내주니 계속 서성이다 10분 정도 후에야 떠났다. 산도 아니고 대로변에 텐트를 쳤는데 멧돼지가 다가오다니, 놀란 마음에 1시간 넘게 잠들지 못했다. 

일시종주 27일차 : 죽령~고치령

전날 멧돼지의 습격(?)으로 잠을 많이 못 잤는데, 다행히 알람을 맞춰 둔대로 새벽 4시에 기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오고 있었고, 어제 만난 멧돼지 때문에 어둠 속에서 산행하는 것에 선뜻 용기가 안 생겨 날이 밝으면 출발하자 싶어 여유를 갖고 준비했다.

죽령주막을 등지고 우측으로 50m 정도만 올라오면 죽령휴게소와 주차장, 그리고 죽령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새벽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도 안개가 자욱하다. 하루종일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와 다르게 오늘도 운행을 시작할 때 즈음 비가 그쳐줘 얼마나 감사하던지, 종주 초반엔 계속 비가 날 따라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비가 날 피해 주고 있다.

이른 아침 소백산에서 만난 새끼 멧돼지들.
이른 아침 소백산에서 만난 새끼 멧돼지들.

죽령탐방지원센터에서 제2연화봉까지는 4km 동안 임도로 이어져 있다. 제2연화봉에서 천문대까지의 약 3km도 대부분 임도로 이뤄져 있어 들머리에서부터 약 7km는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자욱한 안개 속 힘차게 걷기 시작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내가 올라가야 하는 길에 멧돼지 무리가 있다. 처음엔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계속 보니 무려 다섯 마리다. 이 정도면 멧돼지들이 날 따라다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부쩍 멧돼지들을 자주 만난다. 어젯밤의 멧돼지 사건으로 괜스레 겁이나 호루라기도 불고 스틱으로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이 녀석들은 내가 무섭지 않은 건지 나를 보고도 도망가는 척만 하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언젠간 떠나겠거니 싶은 생각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니 볼 일을 다 봤는지 사라졌다.

비가 안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날씨가 꽤 좋아 제2연화봉에 도착할 무렵 대간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 수 있었다. 구름 속으로 뛰어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득한 구름,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마루금은 마치 선물과도 같이 다가왔다. 어찌나 멋있던지, 10분 넘게 가만히 서서 그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난 한 달간의 걸음걸음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연화봉을 지나 편하고 예쁜 등산로를 따라 내리 기분 좋게 걸었다. 능선 따라 이어진 길도, 나무와 수풀 가득한 길도, 드문드문 안개가 사라질 때마다 마주할 수 있는 하늘도, 모든 게 좋고 아름다워 혼자 심취해 길을 걸었다. 오늘을 위해 백두대간을 온 것 같다.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 상월봉을 지나 계속 길을 걷는다. 상월봉 이후의 11km는 대부분 내리막인데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워낙 길이 좋아 비교적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다.

고치령.
고치령.

편한 길 끝에 오늘의 목적지인 고치령에 무사히 도착했다. 죽령에서부터 고치령까지는 24km인데, 다행히 비가 안 온 데다가 덥지도 않아 평소보다 편하게 걸었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고치령에는 도착해보니 주차장도 있고 또 건너편에 산신각이 있어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과 오고 가는 차량들이 꽤 많다. 한 시간 넘게 꽹과리와 북을 치며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어 다른 분께 오늘 무슨 날인지 여쭤보니 그냥 기도드리러 온 거라고 한다. 알고 보니 고치령 산신각은 태백산의 산신령이 된 단종과 소백산의 산신령이 된 금성대군이 만나는 곳으로, 조금 더 의미가 깊은 곳이었다. 다른 분들이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산신님,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

밤새도록 내린 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텐트.
밤새도록 내린 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텐트.
일시종주 28일차 : 고치령~도래기재

며칠째 비가 오고 있다. 어젯밤에는 유독 비가 많이 왔는데, 빗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빗소리에 10번도 넘게 깼다. 전날 저녁 6시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비는 밤새도록, 그리고 새벽 5시까지도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누워서 한참을 고민했다.

“이걸 가야 돼, 말아야 돼?”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져서 운행을 나서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빗줄기였다. 아무래도 이 빗속에서 운행을 하는 건 무리인 듯 하여 기다렸는데, 다행히 7시 즈음부터 비가 그친 덕분에 운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좋아, 오늘도 가보자!

분명 배터리 충전을 넉넉히 했는데 날씨 탓인지 아니면 고장난 건지 보조배터리의 배터리 잔량이 10%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핸드폰 사용이 안 될 것 같아 마을을 들러야 할 것 같은데, 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배터리를 아껴야되기도 하고 조망도 없는 구간이라 사진도 거의 못 찍고 노래도 못 들으며, 오직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걷기만 했다.

종종 지인들이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는다. 되돌아보면 뭔가 깊은 생각을 하기보다 과거의 좋은 기억 또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게 되기도 하고, 그땐 그랬지 싶은 생각을 하며 회상하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빠르게만 흘러가던 서울의 삶 속에서 덩달아 복잡하게 섞여 있던 머릿속의 생각들이 백두대간을 걸으며 하나, 둘씩 정리되어가고 있다. 2주 전쯤 동행을 해주었던 동생 지환이도 백두대간을 걸으니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고 하며 또 가도 되냐고 연락이 왔을 정도니, 확실히 백두대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늦은목이를 향해 간다. 마구령까지의 길은 고저차가 거의 없는 완만한 흙길이었고, 마구령에서부터는 푸르고 예쁜 숲길이 자주 등장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산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산을 많이 다녀 보지 못 했는데, 백두대간을 걸으며 다양한 모습의 산을 경험해보고 있어 좋다. 늦은목이에서 선달산으로의 오름길이 오늘 걷는 마구령~도래기재 구간 중 가장 힘든 구간이라 해서 긴장했는데, 역시 오르막은 언제나 숨차다. 이제 내일모레면 길을 나선 지 30일 차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르막은 힘들기만 하다.

선달산 정상.
선달산 정상.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였던 선달산 정상에 도착하고, 잠시 쉬며 핸드폰을 켜니 쉬는 시간에 전화 달라는 문자 한 통이 와있다. 문자를 보낸 분은 얼마 전 이화령에서 우연히 만났던 등산객 선생님이셨다. 문자를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드리니, 지금 오고 계시다고 한다.

“네? 지금 제가 있는 곳으로 오고 계시다구요?”

깜짝 놀라 되물으니, 전날 내가 블로그에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식량도 거의 다 떨어져서 생라면을 뿌셔 먹고 있다는 일기를 보시곤 도움 주실 겸 같이 산행하실 겸 찾아오신다는 것이었다. 이화령에서 산행을 하다 처음 만난, 딱 한 번 만난 사이인 나를 위해 서울에서 이 멀리 경북 봉화까지 오신다니, 죄송한 마음에 연신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오고 계시다고 하신다. 선생님께선 배터리를 챙겨가고 있다고 하시며, 필요한 물건들이나 식량을 알려주면 구매해서 오겠다고 하신다. 그렇게 갑자기 계획이 바뀌어 원래는 박달령까지 가서 운행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선생님께서 차를 갖고 오시는 중이라 하시기에 도래기재에서 뵙는 거로 했다. 선생님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아껴두었던 마지막 과자와 초코바를 꺼내먹었다. 식량 계산을 잘못한 탓에 식량이 거의 없어 배고픔에 허덕이며 걷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오고 계신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정말이지 핸드폰 너머로 천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선달산에서 하산하여 당초 종료지점인 박달령에 도착했다. 박달령에서 도래기재까지는 약 6km인데, 이미 6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선생님께선 6시 20분 즈음 도래기재에 도착한다고 하셔서, 일단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스피드로 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걱정이 무색하게, 1시간 반만에 도래기재에 도착했다. 누군가가 찾아와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다. 목적지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거의 다 소진되었다고 생각하던 체력이 다시 충전되는 듯 하다.

나를 위해 먼 걸음 해주신 조득희 선생님과 함께 한 저녁.
나를 위해 먼 걸음 해주신 조득희 선생님과 함께 한 저녁.

도래기재에 도착한 순간 핸드폰도 방전되어버렸는데, 거짓말처럼 같은 타이밍에 선생님께서도 도착하셔서 엇갈리지 않고 만날 수 있었다. 원래 오늘은 도래기재 터널 아래 정자에서 야영할 생각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차라리 씻을 겸 마을로 내려가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물으신다. 정말이지, 귀인을 만났다. 그렇게 선생님 덕분에 읍내에 내려가 숙소에서 씻기도 하고, 배터리 충전도 한데다가, 숙소 근처 식당에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모처럼 외롭지 않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사실 오늘 선생님께서 안 오셨다면 정말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보조배터리도 갑자기 방전되고, 식량도 거의 없던 탓에 당장 내일 길 찾고 가는 것부터가 문제였을 것이다. 한 번 잠깐 마주친 나를 위해 먼 걸음을 해주신 것에 연신 감사 인사를 드리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마냥 돕기 위해서만 온 건 아니고 받을 게 있어서 왔어요. 채울씨는 모르겠지만 채울씨를 처음 만났을 때 뒤에서 기운이 느껴졌어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기운을 공유받을 수 있는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어서, 그 기운을 받으러 온 거예요.”

정말 큰 덕담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인생의 가장 큰 복은 인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백두대간 종주 28일차, 나는 백두대간을 혼자 걷고 있지 않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과, 격려 속에서 그들과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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