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하이킹 불수사도북 ① 불암산~수락산] 첫단추를 잘 뀁시다

입력 2021.10.13 10:22

‘불수사도북’ 첫 관문,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마중나왔다
불암산~수락산 15km…서울 근교 병풍 조망, 기차바위 스릴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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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 아래 전망 좋은 자리에서 포즈를 취한 한민혜씨. 하남, 남양주 등 도심과 멀리 아차산과 남한산, 검단산 자락과 롯데타워가 보인다.
‘불수사도북’의 첫 걸음을 떼기 위해 공릉산 백세문 앞에 섰다. 물론 오늘 하루에 이 다섯 산을 모두 오를 요량은 아니었다. 불수사도북을 성공하기 위해선 새벽 어둠에 불암산에 올라야 한다. 월간<山> 팀은 취재를 위해 불암산佛岩山(508m)~수락산水落山(637.7m)을 한 구간으로, 사패산~도봉산, 북한산을 각각 따로 오르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불수사도북’ 중 15km 정도의 불암산~수락산 구간은 4시간 내외에 주파해야 한다. 거의 뛰다시피 걸어야 하는 셈이다. 이번 산행은 구간별로 끊어서 취재하기에 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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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사도북의 출발점인 공릉산백세문.
불암산을 오르는 거북이
“근데 왜 ‘사도북’은 같이 안 해요?”
이번 산행을 함께하는 한민혜씨가 “이왕 할 거 한 번에 다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자존심 때문에 “사실, 내가 힘들어서 못 할 거 같다”는 말 대신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학원 강사인 민혜씨의 제자인 윤아리씨는 이번에도 속아서 왔다. 지난번 ‘지하철5호선 특집-검단산’ 산행 때도 선생님이 그냥 둘레길이나 걷자고 해서 따라왔다가 검단산~용마산 종주라는 ‘뜻밖의 여정’을 하고 학을 뗐던 아리씨다. 
“그냥 좋고 편한 산 있다고, 금방 다녀오자고 해서 온 건데…. 기자님 발견하고 ‘또 당했다’ 싶었어요.”
“또 속았다”며 입을 빼쭉 내밀었지만 화창한 가을 날씨에 하는 산행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공릉산백세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불암산 정상까지는 5km 정도 거리인데, 서울둘레길의 일부 구간인 만큼 정상 직전까지 완만하고 잘 정비된 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전망대 두 곳이 나오지만 불암산 정상에서 더 멋진 조망을 볼 수 있기에 우선은 속도전을 펼친다. 
“이 정도면 금방 하산할 수 있겠는데요?”
패기 넘치는 아리씨가 자신만만하게 앞서 나간다.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다.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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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거북바위.
헬기장을 지나 거북바위에 이르니 제법 땀이 난다. 불암산 명물 거북산장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 마신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지만 주말에만 가져다 놓는단다. 시원한 막걸리도 유혹했지만 취중산행은 하지 않기로 한다. 
“근데 왜 이게 거북바위예요? 아, 저게 머리고 이게 팔인가 봐요!”
커다란 바위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민혜씨가 드디어 완벽한 거북이 모양을 찾아냈다. 거북이는 불암산 정상을 향해 기어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치켜든 머리부터 날개 모양의 팔까지, 영락없는 거북이다. 
거북이 등에 누워 한참을 쉬고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바위 지대를 지나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 불수사도북의 첫 번째 봉우리인 불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와, 대박 조망!”
서쪽 방향으로 사패산과 도봉산, 북한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남양주, 하남 시내와 서울 잠실 방향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아차산 능선 너머 하늘을 향해 삐죽하게 솟은 빌딩은 롯데타워다. 
‘인증샷’에 진심인 두 사람이 기어코 로프를 잡고 알바위를 올라 정상 국기봉을 차지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니 히말라야 고봉이라도 오른 듯 아찔한 장면이 프레임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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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치마바위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지나온 불암산 정상과 도솔봉이 그리 멀지 않다.
불암산 하산, 다시 수락산 등산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른 후 바로 하산한다. 아직까지 체력이 짱짱한 두 사람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내려간다. 다람쥐동산에서 바라보는 수락산 정상이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산에서는 눈을 믿어선 안 된다.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해도 걸으면 걸을수록 목표물에서 멀어지는 곳이 산이다. 불암산 정상이 해발 508m이고, 수락산과 이어지는 고개인 덕릉고개가 해발 170m 정도다. 수락산 정상이 638m이니 앞으로 갈 길이 훨씬 고되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2.9km 거리를 빠르게 걸어 1시간이 채 안 된 시간에 덕릉고개에 도착한다. 찻길이 보이니 이대로 집에 가야 할 분위기다. 하지만 이제 겨우 불암이와 헤어졌을 뿐, 이제는 수락이 품으로 들어갈 차례다. 
찻길 위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지나 수락이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린다. 머리까지 이르러 눈이라도 마주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그래도 일행 마음은 여유롭다. 파란 하늘에 제법 선선한 바람마저 부니 갈 길은 멀어도 곳곳이 포토존이라, 여기저기서 인증샷을 찍는다. 이런 마음을 아는 건지 수락이도 처음부터 거세게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도솔봉으로 향하는 길은 곧장 올라붙지 않고 우측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완만하게 일행을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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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상 국기봉 인증샷. 파란 하늘 배경이 멋지다.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한참을 걸어 도솔봉에 오른다. 능선에서 조금 비켜난 탓에 오를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이왕 온 거 정석대로 오르기로 한다. 커다란 알바위 봉우리인 도솔봉에서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양쪽으로 볼 수 있다. 이제까지 걸은 길과 걸어갈 길이 동시에 보이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살짝 지치기도 한다. 
“저 이제 조금 힘든 것 같아요. 언제 정상 나와요?”
시종일관 앞장서서 걷던 아리씨가 조금 지친 기색이다. 역시 청춘은 열정적으로 불붙지만 그만큼 일찍 꺼져 버린다. “이제 절반 조금 더 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다”라는 ‘등산 공식 거짓말’로 얼버무렸다. 그런데 사실 아주 거짓말도 아니다. 도솔봉에서 수락산 정상까지는 1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3km 같은 1km라서 그렇지. 
‘바위 전시장’이라는 수락산답게 기기묘묘한 바위가 곳곳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능선에 솟은 둥근 바위인 하강바위와 아래 탱크바위는 암벽꾼들의 연습장이다. 
코끼리바위는 전체를 보지 말고 꼭대기를 잘 봐야 한다. 영락없는 아기 코끼리가 엄마 등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소리바위, 칠성바위, 철모바위 등 바위 능선마다 재밌는 이름의 바위가 한 자리씩 자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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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의 명물 기차바위. 로프만 잡고 내려가는 아리씨와 민혜씨가 ‘찐 웃음’을 터뜨렸다.
다리가 후덜덜, 수락산 백미 기차바위
수락산으로 가는 마지막에서 모두가 힘을 쥐어짠다. 치마바위에 앉아 수락산 정상을 바라보니 수석 전시장이 따로 없다. 진경산수화 같은 풍광에 취해 저 많은 바위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시 한 편씩 읊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막바지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 수락산 정상에 닿는다. 수락산 꼭대기는 바위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불암산과 마찬가지로 국기봉이 있다. 이곳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으리라고 은근 기대했는데, 주중이라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불수사도북은 왜 해요?”
민혜씨가 갑자기 묻는다. 아침만 해도 불수사도북 다 하자더니, ‘불수’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하이킹 하이Highking Hi’ 라고 걸을수록 무아지경에 이른다는데. 나도 아직 안 해봐서….”
“어? 저 그거 해봤어요. 방금요. 다리가 저 혼자서 알아서 걷고 있던데요.”
더운 날에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기만 하는 수락산 산행이 은근 힘들었나보다. 모두들 반쯤 넋이 나가 있다. 
“그래도 뭐 이 정도는 아주 어려운 건 아닌데요. 경치도 좋고 풍경도 좋고.”
“아직 봉우리 하나 남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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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코끼리바위 꼭대기에 아기 코끼리가 누워 있다. 오른쪽은 하강바위.
마지막 도정봉 하나를 더 넘어야 하산한다는 말에 두 사람 다 조용히 물만 마신다. 
“그래도 이제 진짜 재밌는 거 하나 남았는데, 기차바위로 갑시다.”
기차바위는 수락산 정상에서 지척이다. ‘위험하니 되도록 우회로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은 조용히 패스하고 기차바위로 곧장 향한다. 굵은 로프 두 줄이 드리운 대슬랩은 경사가 50도 정도에 길이는 40m 정도 된다. 암벽등반 경험이 있는 사람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등산초보는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고도감이다. 
“와, 진짜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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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에서 수락산으로 갈아타는 덕릉고개. 도로 위로 야생동물이동통로를 건넌다.
아리씨가 ‘1번 올빼미’가 되어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 체대생에 여군 장교가 장래희망이라더니 과연 자격이 있다. 민혜씨도 오른쪽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조금은 겁먹은 표정이지만 “위를 보고 환하게 웃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불암산 정상 이후 두 번째로 보는 ‘찐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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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 좋은 바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일행.
가차바위 뒤로 마지막 봉우리인 도정봉이 보인다. 저곳을 지나야 한다는 것은 까맣게 잊었다. 기차바위에 매달려 수락이에게 연신 ‘사랑의 발질길’을 한다.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했냐?’고 ‘그래도 진짜 재밌었다’는 표현이란다. 
도정봉 정상에서 지나온 ‘불수’와 언젠가는 도전하고픈 ‘사도북’을 바라본다. 힘들지만 한계를 넘어서 무아지경에 이른다는 것, 비록 오늘은 그 맛만 살짝 봤지만 언젠가 풀코스로 맛본다면 그 어떤 산행의 맛보다 빼어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불암산 508m~수락산 637.7m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경기도 의정부시·남양주시 별내면 
산행 거리 약 15km
산행 시간 약 6시간
산행 난이도 중(불암산 산행 후 다시 수락산 오르는 전형적인 M자 산행)
산행 길잡이
불암산과 수락산은 남북 방향 한 줄기로 이어져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의정부시의 경계를 이룬다. 불수사도북의 공식 불암산 산행기점은 노원구 한국원자력병원 입구 맞은편 ‘공릉산백세문’이다. 불암산 정상까지 5km 정도로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 않다. 
알바위로 이루어진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으로 가려면 덕릉고개로 내려서야 한다. 데크계단 등 길이 잘 정비돼 있어 한밤중에도 이정표 방향을 놓치지 않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덕릉고개에서 동물이동터널을 지나면 한동안 숲길이 이어진다. 된비알 구간을 올라선 다음에는 바위구간이 자주 나타난다. 날등 길은 한밤중에는 실족 위험이 있으므로 가급적 우회로를 따르도록 한다. 특히 정상을 지나 약 40m 길이의 기차바위는 로프가 매달려 있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위험하므로 홈통바위 직전 헬기장에서 우회로를 따르도록 한다.
기차바위 구간을 내려서면 산길은 서서히 가팔라져 도정봉(509m)으로 올라서고, 여기까지 북쪽으로 뻗어나가던 능선은 왼쪽(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야트막한 동막봉을 지나 직진해 능선을 따르면 동막골로 내려선다. 불수사도북 공식 루트는 반드시 이 능선을 따라 하산해야 한다. 
동막골로 내려선 다음 도로 아래 터널을 빠져나가 400m쯤 가면 동암중학교 삼거리에 닿고 다음 사패산을 잇기 위해 회룡역으로 향한다. 시내 구간을 연결할 때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걸어서 이동해야 불수사도북 종주로 인증된다.  
교통
공릉산백세문은 전철 7호선 공릉역(2번출구서 약 1.3km)이나 6호선 화랑대역(3번출구서 약 1km)에서 접근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르다. 백세문 바로 옆 ‘공릉해링턴플레이스’ 버스정류장에는 1132번(월계동↔노원역), 1143번(중계본동↔수락리버시티) 버스가 정차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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