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일시종주] 한반도의 척추…나와 마주하는 고독한 700km 여정

  • 글 이재진 편집장
  • 사진 C영상미디어
    입력 2021.10.12 09:32 | 수정 2021.10.12 18:13

    장거리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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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공룡능선 운해.
    백두산 병사봉에서 시작, 마루금(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그 마디마디에서 하나의 정간正幹과 13개의 정맥正脈이 가지를 치고 있다. 한반도의 등뼈에 해당하는 산줄기로 총 길이 1,800km에 이르지만 현재 종주할 수 있는 거리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 740km. 진부령 이북 향로봉까지는 군사통제지역으로  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남북을 꿰뚫는 세로 산줄기로 개마고원, 영동과 영서, 영남과 호남을 가로막는 장벽이었고, 황초령, 추가령, 대관령 등의 고개가 주요 교통로로 이용돼 왔다. 
    백두대간 종주는 대학생들이 사람 흔적조차 없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길을 헤치며 대간로를 개척하면서 시작됐다. 독도에 실패해 종주를 중단하는 좌절을 겪기도 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폭우 속에서 지쳐 울기도, 작열하는 땡볕 아래서 더위에 지쳐 쓰러지기도 했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고독한 시간 속에서 피땀과 열정을 바쳐 대간 길을 개척했다. 백두대간은 피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재하는 한반도의 뼈대라는 것을 온 몸으로 확인했다. 
    대학생들의 뒤를 이어 일반 산악인들이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백두대간 종주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실주행거리만 740여 km에 이르는, 말없는 산과 끊임없이 내면의 대화를 나누며 묵묵히 혼자 가는 이 길을 어떤 이들은 히말라야 고산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최근엔 여성들도 일시종주 잇따라
    1980년대 말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구간종주로 패턴이 바뀌면서 일시종주에 도전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시간 제약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체력 부담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산객의 체력 상태에 따라 30일에서 45일까지 잡아야 하는 백두대간 일시종주는 완주할 쯤이면 체중이 5kg 이상 빠질 만큼 쉽지 않은 길이다. 최근에는 이하늘, 김채울씨 등 여성 산악인들의 일시종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종주 산객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비법정구간이다. 주요 산줄기 곳곳을 가로막고 있는 비법정구간은 종주의 자연스런 흐름을 깨고 수많은 산객들에게 불법 딱지를 붙이고 있다. 산악계에서는 “일방적 규제로 산객들을 범죄인 취급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자연보호를 위한 관리와 적법한 트레킹을 조율할 운영의 묘가 아쉽다.
    백두대간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크게 22개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지리산 구간(천왕봉~성삼재, 24.7km), 고남산 구간(성삼재~유치 삼거리, 28.6km), 백운산 구간(유치 삼거리~육십령, 38.6km), 덕유산 구간(육십령~빼재, 29.2km), 대덕산 구간(빼재~우두령, 38.3km), 황악산 구간(우두령~큰재, 40km), 백학산 구간(큰재~화령재, 35.6km), 속리산 구간(화령재~늘재, 28.5km), 희양산 구간(늘재~이화령, 42.4km), 조령산 구간(이화령~차갓재, 35.5km), 황장산 구간(차갓재~죽령, 31.4km), 소백산 구간(죽령~마구령, 29.8km), 태백산 구간(마구령~화방재, 40.9km), 함백산 구간(화방재~댓재, 45.5km), 두타 청옥산 구간(댓재~백복령, 27km), 석병산 구간(백복령~닭목령, 30.3km), 대관령 구간(닭목령~진고개, 36km), 오대산 구간(진고개~구룡령, 22km), 갈전곡봉 구간(구룡령~조침령, 18.75km), 점봉산 구간(조침령~한계령, 20.25km), 설악산 구간(한계령~미시령, 22km), 신성봉 구간(미시령~진부령, 14.5km).
    하루 15km 걸어도 50여일 걸려
    백두대간 종주는 하루에 지도상으로 15km씩 걷는다 해도 50여 일이 걸리고, 겨울철은 적어도 70일은 잡아야 한다. 구간을 나눠 주말에만 종주할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나선다 해도 50회 정도 산행에 나서야 하므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걸린다. 산행 구간은 대개 36구간이나 55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나 자기의 건강과 체력에 맞게 휴식시간 등을 고려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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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룡산 일대.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준비물
    지도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지도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백두대간 5만분의 1 지도’와 ‘전국도로 10만분의 1 지도’를 구하면 된다.
    배낭과 등산화  장비가 많으면 배낭의 무게가 무거워 산행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개인 장비를 가볍게 해 배낭 무게를 줄여야 한다. 배낭과 등산화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 것을 고르고 비올 경우를 대비해 배낭커버도 필요하다. 
    음식물  식사, 간식, 식수를 준비하는데 식사는 계절에 따라 어떤 형태로 준비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 간식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흡수가 잘되는 가벼운 음식물이 좋다. 식수는 샘물이 있는 구간이라도 가뭄이나 비로 오염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방풍복, 겉옷, 모자, 바지, 속옷 등을 준비한다. 바지는 비나 땀에 젖어 몸에 붙지 않는 것이 좋고, 내의 등 여벌의 옷은 비닐봉지에 넣어야 하며 잡목지대나 숲속을 지날 때 지장이 없도록 긴팔 옷이나 팔 토시도 필요하다. 
    기타  다용도 주머니 칼, 헤드랜턴, 여분의 건전지, 라이터, 나침반, 스틱, 컵 등.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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