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 2,000만 상수원 충주호, 버려진 ‘양심’이 둥둥

  • 글 김강은 벽화가
  • 사진 이현준 사진가
    입력 2021.10.06 10:13 | 수정 2021.10.06 10:14

    충주호 클린카누잉&무인도 제로스테이
    [Do It Now] 창간 52주년 환경 캠페인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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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카누잉을 하며 패들, 집게와 쓰레기, 손수건을 들고 있는 클린하이커스.
    클린하이커스가 월간<山>과 함께하는 환경 캠페인 ‘Do It Now’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전국 곳곳의 명산을 누비며 클린 캠페인을 펼쳤다. 그런데 꼭 클린하이커스는 산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산보다 더 많은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강과 호수와 바다다. 
    흔적 남기지 않기란 뜻의 아웃도어 지침인 ‘Leave No Trace(LNT)’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Leave Good Trace(내가 남긴 흔적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청소해 선한 영향력을 남기기)’를 실천하기 위해 이번 달에는 충주호를 찾았다. 
    충북산악연맹의 회장이자 현직 교사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김영식 대장을 통해 충주호에도 쓰레기가 많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김 대장의 도움을 받아 카누를 타며 청소하고, 무인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캠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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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주호 물가에 다양한 쓰레기들이 떠밀려와 있는 풍경.
    #클린카누잉 
    충주호 인근에 클린하이커스가 모였다. 클린하이커스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현준씨, 브롬톤이라는 미니벨로 자전거를 타며 자연을 여행하는 이정은씨, 전국 100대 명산을 클린 산행으로 완주한 황인갑씨, 그리고 필자까지 네 사람이 오늘의 파견 청소부다. 
    김영식 대장이 ‘마이카누’라는 조립식 카누를 들고 나타났다. 보관과 휴대가 용이해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보급형 카누다. 등산, 캠핑, 라이딩은 물론 선진국에서 호황인 무동력 수상 스포츠가 우리나라에도 떠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 한강 일몰을 보며 카누와 카약 타기가 유행이다. 탄소 배출 없는 아웃도어가 대중적 취미활동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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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쓰레기(주차금지 고깔)를 수거하기 위해 힘을 합하고 있는 클린하이커스.
    클린하이커스는 이번에 처음 카누를 접하기에 들뜸 반, 걱정 반인 모습이다. 쓰레기를 주우러 가기 전 마이카누 대표의 지도 아래  카누 조립을 마치고 간단히 패들링 연습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카누에 야영장비를 패킹한 배낭과 미리 받아온 지역 종량제봉투를 실었다.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뒷사람이 선장 역할을 하고, 앞사람이 동력원이 됐다. 클린하이커스 4명과 김영식 대장, 마이카누 대표와 소속 두 사람까지 충주호 청소를 위해 출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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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방문 허가를 받은 무인도를 청소하기 위해 정박 중이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을 빼다 박은 듯 하늘은 청명했고 구름이 하늘거렸다. 호수는 거울을 깔아 놓은 것처럼 투명했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 위에서 패들을 저어 나아가는데, 이렇게 우아한 스포츠가 있다니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카약을 타는 사람을 ‘카야커’라고 칭하는 것과 달리 카누를 타는 사람을 ‘카누이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er’는 어떤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에서 주로 만들고, ‘-ist’는 예술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하는 추상적인 직업들이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청소부의 본분을 잊고 평화로움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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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지 않고 물에 잠겨 있던 희망소비자가 280원의 라면 봉투.
    “이게 깨끗한 편이라고요?”
    그러나 잠깐의 여유도 잠시, 평화로움을 깨뜨리는 풍경이 나타났다. 물가에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섬에 짐을 내려두고 본격 쓰레기 수거에 착수했다. 물이 육지에 맞닿는 곳에 스티로폼, 페트병, 일회용 배달음식 용기 등의 쓰레기들이 보였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던 쓰레기들을 비롯해 어디서부터 와서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주차금지 고깔 같은 폐기물들까지 있었다. 산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는 비교적 예측 가능했는데 충주호의 쓰레기 종류는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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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스티로폼에 뿌리 내린 풀들을 보아 오랜시간 방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에서 쓰레기 줍는 것은 쉬운 편에 속했다. 카누를 타면서 쓰레기 줍기란 쉽지 않았다. 원하는 지점으로 가기 위해 패들 기술이 필요하고, 카누가 뒤집히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또 물속에 잠긴 쓰레기들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집게도 최소 1m 정도는 되어야 쓰레기를 건져 올리기 수월하다. 김영식 대장은 자유자재로 호수를 가르고 능숙하게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반면 클린하이커스들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청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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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크아트를 위해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는 클린하이커스.
    “그 아래에 뭔가 보인다, 좀 주워 줘!”
    정은씨가 외쳤다. 두 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클린하이킹과는 달리 클린카누잉은 서로간의 협동이 중요했다. 정은씨의 지시대로 꺼내 올린 쓰레기는 다름 아닌 라면 봉투. 280원이라고 새겨진 가격표를 보니 1990년대 쓰레기로 추정된다. 
    이번엔 인갑씨가 오렌지빛 구렁이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자세히 보니 구렁이가 아니라 농업용 호스였다. 그 외에도 캔과 김장 통, 바래고 바랜 비료 포대, 패스트푸드 포장재, 신발 등 많은 쓰레기들이 있었지만 가장 많은 것은 스티로폼이었다. 커다란 스티로폼을 집어 올리자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스티로폼은 재활용도 되지 않고, 부스러지면 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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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2일동안 충주호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들고 있다.
    1시간 남짓 주웠는데 100L 종량제 봉투가 금세 채워졌다. 김영식 대장은 “오늘은 쓰레기가 없는 편”이라며 “최근 정화 활동을 한 후이기도 하고 비가 와서 쓰레기들이 쓸려 내려간 상태”라고 말했다. 또 “몇 년째 카누를 타는 동호인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청소를 해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떠내려오는 쓰레기가 끝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갈수록 쓰레기가 더 많아지며, 악취도 심하고, 심각한 곳은 녹조가 생기고 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곳이 한강의 상수원이자,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생명과 같은 ‘물’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잔존해 있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우리가 마신다고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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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라고 외치고 있는 정크아트 캐릭터.
    “플라스틱 때문에 우리 인류가 무척 편해졌는데, 이제는 플라스틱이 역습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태평양에 생겼다는 쓰레기 섬,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자 공동 책임자다. 줍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쓰레기 자체를 줄여야 할 강력한 이유다.
    어느덧 해가 낮아졌다. 철새들이 날아가고 충주호는 붉게 물들었다. 무인도에도 역시 쓰레기가 많았다. 물을 따라 흘러 들어온 것도 있고, 낚시꾼들의 흔적도, 이곳에서 장사를 했던 업체가 버리고 간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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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2일간 클린하이커스 5명이 #레스웨이스트를 위해 최소화 하여 배출한 쓰레기.
    #제로스테이 #공정여행
    아웃도어인이자 지구인인 우리에게 ‘클린’이란 무슨 의미일까? 쓰레기 줍는 ‘청소’가 ‘클린’의 정의일까? 처음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더욱 근본적인 방법들을 고민한다. 한 번의 산행, 여행을 하더라도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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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여행을 위해 각자 준비해 온 다회용기에 로컬음식을 포장했다.
    ‘클린’ 활동은 집에서 가방을 꾸릴 때부터 시작된다. 각자 다회용기 1~2개씩 준비해 방문하는 지역의 로컬 맛집을 찾아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이다. 최소한 한 끼 정도의 식사는 지역 맛집의 것으로 준비하면 훨씬 간편하기도 하고, 먹는 재미도 있다. 지역경제와 자연에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 착한 여행법이다.
    음식을 용기에 포장해 오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니 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났다. 요리나 설거지, 정리를 할 시간에 이야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연스레 쓰레기 배출도 적었다. 이튿날 아침 우리가 야영하며 배출한 쓰레기를 확인해 보니 통상적인 야영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웃도어 동호인들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로스테이를 꼭 시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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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카누잉을 표현한 정크아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중 수거한 총 16.55kg의 쓰레기를 모아 나열해 보았다. 커다란 정크 아트를 만들기에 좋은 부피가 큰 쓰레기들이 많았다. 농업용 호스로 충주호의 물결을 살리고, 스티로폼 조각을 모아 카누를 띄웠다. 그리고 각종 일회용품들로 카누를 탄 클린하이커를 표현했다. 한쪽 손에는 집게를, 한쪽 손에는 확성기를 든 모습으로 “네가 사용하고 배출한 쓰레기, 네 입으로 들어간다!”는 무언의 외침을 담았다.
    어디서든 좋다. 산에서 하면 클린하이킹, 도심 속이나 숲을 달리면서 하면 플로깅, 바다에서 하면 비치클린, 카누를 타면서 하면 클린카누잉, 산과 들, 숲과 호수, 강과 바다. 삶과 여행 속에서 자연이 있는 어디서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린활동’이다. 두 잇 나우! 지금 당장 시작하자.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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