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느릿느릿 산과 해변 걸으며 증도의 보물을 찾아라

  •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입력 2021.10.15 10:12

    문준경 전도사의 위대한 흔적…‘한반도 조망대’는 최고의 낙조 명소
    신안 증도 상정봉 12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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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시티’ 증도는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면 좋은 섬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둘러보면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짱뚱어다리 앞 자전거 모형.
    전남 신안 증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느려서 더 행복한 증도는 한때 한 해에 100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멋진 도보여행의 명소다. 2010년에 증도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육지와 떨어져 있었던 덕분에 당제와 풍어제 등 섬의 전통문화와 풍습이 잘 보존되어 있고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백사장 길이가 4km가 넘는 우전리해수욕장과 크고 작은 해변들은 증도의 숨은 보석이다. 또한 바다 조망이 좋은 곳에는 엘도라도리조트를 비롯한 이국적인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작가들이 ‘꼭 가봐야 할 출사지’로 꼽는 태평염전은 여의도 두 배 면적인 국내 최대 염전으로 근대문화유산 360호로 지정되었으며,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1위를 자랑한다. 태평염전 입구에 있는 소금박물관과 염생식물원도 볼거리다.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함초,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 70여 종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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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정봉 들머리는 증도면사무소에서부터 출발한다.
    보물이 발견된 진짜 ‘보물섬’
    증도는 ‘보물섬’이기도 하다. ‘세기의 발굴’로 알려진 신안해저유물 발굴지로, 우리나라 수중고고학과 과학적 보존, 복원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1975년 8월, 신안의 섬마을에 사는 어부의 그물에 중국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이 우연한 발견으로 거대한 바다의 보물창고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고, 언론에선 연일 보물선 발굴 소식을 전했다. 깊은 바다 속의 갯벌이 오랜 세월 보물선과 보물을 제 모습 그대로 보호하고 있었다. 9년간 대대적인 발굴이 이루어졌고, 수중문화재 전반에 체계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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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뚱어다리 위에 서면 다양한 갯벌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난파선은 발견된 지역명을 따라 ‘신안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 원나라 칭위엔에서 출발해 일본 하가타 국제무역항으로 항해 중 고려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되었고, 700여 년 만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신안선에는 북송, 남송, 원나라의 귀한 무역품이 실려 있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중국 원나라 도자기 2만5,000여 점을 비롯해 금속공예품, 석제품, 향신료, 약재, 고급향나무 자단목 등 총 2만7,600여 점이 발견되었다. 13~14세기 동아시아 문화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신안해저유물들은 목포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증도 전체를 종주하는 총 42.7km의 둘레길은 테마별로 각기 특색이 있다. 1코스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 10km, 2코스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 길’ 7km, 3코스 ‘천년의 숲길’ 4.6km, 4코스 ‘갯벌공원 길’ 10.3km, 5코스 ‘천일염길’ 10.8km 거리로 이 코스를 모두 걸으며 섬 구석구석 누비게 된다. 
    증도의 최고봉인 상정봉上正峯(124.2m)과 2코스, 3코스를 경유하면 가벼운 트레킹을 겸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상정봉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완경사를 이루며, 산행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지만 낙조와 바다 조망이 좋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과 광활한 갯벌과 염전, 한반도 지형을 닮은 해송숲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최고의 명소다. 
    갯벌은 증도의 또 다른 보물이다. 예전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갯벌은 ‘생명의 자궁’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4대 갯벌로는 전남 신안갯벌을 비롯해 충남 서천갯벌, 전북 고창갯벌, 전남 순천만 갯벌이 손꼽힌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과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 유역을 세계 5대 갯벌로 꼽는다. 
    갯벌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자원이며, 각종 어패류의 서식지와 산란장을 제공한다. 자연재해와 기후 조절 기능이 있고, 육상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의 정화조이며 바다 생물들을 생존하게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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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전망대’는 증도 최고의 조망을 선사한다. 멀리 한반도 지형의 해송숲이 보인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천년숲
    증도면사무소 주소는 ‘문준경 길 188’이다. 문준경(1891~1950) 전도사는 ‘증도의 어머니’이며 순교자다. 좌익에 의해 순교당하기까지 오직 가난하고 병든 자, 갈 곳 없는 여인들을 거두며 약한 자를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다. 그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부르며 존경을 표한다. 
    문 전도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신안에 있는 섬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전도에 힘썼다. 어찌나 부지런하게 돌아다녔던지 1년에 고무신 9켤레가 닳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정봉 자락에 있는 증동리교회를 비롯해 10여 개의 교회를 설립했고, 그녀의 영향으로 걸출한 목회자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상정봉 인근에서는 그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증동교회를 비롯해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상정산 기도바위, 짱뚱어다리 직전에 있는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 등이 대표적이다. 
    상정봉 등산은 증도면사무소에서 출발한다. 담장 왼쪽에 있는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가면 ‘한반도조망대’까지 20여 분이면 도착한다. 헬기장과 전망대가 있는데,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없다. 다도해의 섬들이 화려한 군무를 하듯 늘어서 있다. 임자도 대둔산, 지도 꽃봉산, 선도 범덕산, 병풍도, 대기점도, 자은도 두봉산이 바라다 보인다. 남쪽으로 보이는 한반도 모양을 닮은 천년숲과 삼각주 모양의 백사장 풍경이 멋지다. 여기서 상정봉 정상까지는 7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문준경 전도사가 기도했다는 ‘기도바위’에서 다시 멋진 조망이 터지고, 곧이어 작은 벤치와 이정표,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솔숲을 따라 내려서면 해안도로에 닿게 되고 실질적인 산행은 끝난다. 이제부터는 도로를 따라 트레킹이 시작된다. 20분 정도 걷다 보면 바닷가에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 안내도와 비석이 있다. 1950년 10월, 문 전도사는 이곳에서 좌익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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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송숲 너머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의 금빛 백사장과 옥빛 바다.
    해송 숲 따라 해변 트레킹
    짱뚱어다리는 갯벌 위에 세워진 탐방로다. 갯벌에 사는 짱뚱어, 흰발농게, 칠게 등 다양한 수생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국내 최대 규모의 해송 숲과 만난다. 6.25전쟁 이후 조성한 방조해안림으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해송 숲은 해수욕장의 휴양림으로 활용되고 있다. 4km에 달하는 숲은 평지 수준이며, 해수욕장과 바다 풍경을 보며 걷는다. 바닥은 단단한 모래 길이어서 걷기에 좋고, 무릎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숲이 끝나는 곳에는 갯벌생태공원박물관이 있다. 
    산행길잡이
    증도면사무소~한반도전망대~기도바위~상정봉 정상~도로~문준경 전도사 순교지~짱뚱어다리~천년의 숲길~우전해수욕장~갯벌생태공원박물관(약 8km, 약 3시간 3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지도여객자동차터미널까지 1일 2회(07:30, 16:20)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 30분 소요. 광주 광천버스터미널에서 무안, 해제, 지도를 경유해 증도로 가는 버스가 운행한다. 1시간 50분 소요. 버스요금 1만900원. 지도버스터미널에서 증도로 가는 공영버스는 08:30, 09:00, 12:30, 14:40, 17:00, 18:00에 출발하며 요금은 1,000원이다.  
    숙식(지역번호 063)
    증도에서 가장 큰 휴양시설인 엘도라도 리조트(www.eldoradoresort.co.kr)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증도 펜션과 민박은 홈페이지(www.j-minbak.com) 참고. 면소재지 인근 증동리에 사철 이용 가능한 식당이 밀집해 있다. 이학식당(271-7800), 안성식당(271-7998), 갯마을식당(271-7528), 황궁짜장(275-0072) 등.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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