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아웃도어] 등산바지 맞아? 그런데 엄청 편해!

  • 글·그림 윤성중
    입력 2021.10.05 10:04

    한국의 아웃도어 로컬 브랜드 ①ORUMM
    오름 요일 바지

    ‘내 돈 내 산 아웃도어’는 월간 <산>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해당 장비를 직접 써 보고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 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2010년쯤 ‘도메스틱 브랜드’라는 말이 패션계 쪽에서 유행했다. 도메스틱Domestic의 뜻을 직역하면 ‘국내의’, ‘집안의’다. 패션계에서는 이 말을 ‘국내 브랜드’를 지칭할 때 사용했다. 그러니까 도메스틱 브랜드라고 하면 ‘한국에서 자체 생산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여기에 소속되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커버낫Covernat,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등이다. 코오롱, 블랙야크 같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기업 제품은 한국에서 자체 생산하지 않는 시스템을 더러 갖추고 있고(제품 생산이 해외에서 이뤄진다거나), 도메스틱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를 가리키는 분위기가 있다. 
    그 분위기는 뭔가 철학 비슷한 냄새를 풍기기에 이르는데 도메스틱에 ‘진정성’,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같은, 대충 말하면 ‘우리는 돈만 밝히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식의 사상이 주입된다. 아웃도어 쪽에도 도메스틱 브랜드(지금은 도메스틱보다 로컬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가 있다. 꽤 많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오름ORUMM’이다. 오름은 클라이밍의 우리말 ‘오르다’의 명사형, 산과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제주도의 방언 등 복합적인  뜻을 가졌다. 클라이밍 관련 의류, 액세서리를 만든다. 2015년에 만들어졌고 클라이밍,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임동진·최지실 부부가 운영한다. 
    오름의 제품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 클라이밍할 때 입는 옷 같지 않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오름의 옷을 보고 외국에서 만든 것인 줄 안다. 그만큼 디자인이 진부하지 않다. 특히 여기서 만든 바지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로 구분되어 생산된다. 제품 라인이 일곱 개다. 바지 각각은 테이퍼드, 슬림, 배기, 와이드, 세미배기, 레귤러, 슬림 레귤러 핏을 가졌고, 모든 제품은 소량으로 두 사장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다. 할인은 일절 없다. 
    얼마 전 주인장 부부가 우리 가게에 특별히 만든 제품을 놓고 갔다. 이름은 더블 니 조거 팬츠Double Knee Jogger Pants다. 아까 말했듯 오름의 제품은 요란하지 않다. ‘나 산에 간다!’ 혹은 ‘나 방금 산에 갔다 왔어’라는 티를 내지 않는다. 이 바지 역시 그렇다. 얼핏 보면 등산용 바지인지 일상 생활할 때 입는 옷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일상용과 살짝 다른 점이 있긴 하다. 무릎 부분이 도드라졌다. 이 부분만 원단이 두 겹이며 패턴을 입체적으로 제작했다. 움직임이 많은 무릎 부위가 늘어나거나 해짐이 덜 하도록 했다. 이 도드라진 부분도 뭔가 ‘디자인틱’하다. 튀어나온 부분이 어색하거나 튀지 않는다. 허리 뒤쪽에는 메시 원단을 사용해 통풍성이 좋게 했다. 
    클라이밍보다 등산용에 딱이다. 몸에 착 붙는 나일론 바지보다 이게 낫다. 엉덩이를 바짝 조여 곧 터질 것 같은 모양의, 입은 사람과 보는 사람이 부담인 등산용 바지보다 헐렁하면서도 나풀거리지 않는다. 불편함이 없고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이 바지가 훨씬 좋다. 사실 우리 가게에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생산하는 제품이 있긴 하다. 이런 것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그러니까 가게의 쇼룸이 꽉 차게 보이려는 의도지 손님에게 팔려는 용도가 아니다. 그래서 오름의 의류 제품은 우리 가게 가운데 자리에 걸었다. 손님이 등산 바지를 찾을 때 부끄럼 없이 권할 수 있는 제품이다. 얼마 전 한 손님이 오름의 바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와, 이거 바지 패턴이 특이하네요. 이렇게 만든 거 보면 제작한 사람이 진짜 클라이밍을 하는 것 같은데요? 참 세심하네.” 
    오름(orumm.com)
    오름의 두 경영진 임동진, 최지실 부부는 회사를 만들기 전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1년간 세계를 떠돌았다. 여행이었지만 사업구상을 위한 해외 현지 시장조사도 겸했다. 각국의 클라이밍짐, 등반지 등을 살펴보면서 제품 콘셉트를 잡았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와 차근차근 사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올해 6년째다. 지금, 오름 제품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꽤 두텁다. 품질과 디자인이 괜찮을 뿐 아니라 버려진 등반용품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제품들의 반응도 좋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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