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개 산 오르니까 산이 인생도 바뀌더라

입력 2021.10.07 10:47

산행기 묶은 <나의 힘, 산행길> 펴낸 변동주씨

“1,200개 산 넘게 오르는 동안 산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열심히 산에 가는 건 오래 살려는 게 아니에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변동주(85)씨가 자신의 산행기를 묶은 책 <나의 힘, 산행길>을 펴냈다. 지난 20여 년간 쓴 산행기 중 60여 편을 엄선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눈에 띄는 것은 삼척 쉰움산, 춘천 새덕산, 상주 백아산, 옥천 환산처럼 알려지지 않은 산을 주제로 했으며, 미사여구보다는 등산 코스와 산행 중 일화를 담백하게 밝히고 있다. 자비 들여 200부를 찍은 책은 비매품이라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나눠 주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아요. 표지만 보고 내용은 보지 않아요. 그래서 읽을 만한 사람에게만 택배로 보냈어요. 멋진 글은 아니지만, 산행대장 몇 분이 산행 때 도움이 되었다며 고맙다는 연락을 해왔어요.”
그는 등산기자들에게 열혈독자로 유명하다. 1990년대부터 모든 산악잡지를 구독하며, 기사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정독해 왔다. 그리고 좋은 기사를 읽은 후엔 기자에게 전화해 칭찬하고, 심지어 밥과 술을 사겠다며 달려온다.
그 역시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어 모든 산행은 산행기로 남긴다. 이 산행기를 산악잡지에 투고하며, 지금까지 월간<山>을 비롯해 그의 독자산행기가 실린 횟수가 50여 회에 이른다. 긴 세월 동안 얼마나 열정적으로 산행을 했고, 산행기를 투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평생 바다에서 지냈다. 1963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30여 년을 바다 사나이로 살았다. 꼼꼼하고 적극적인 성격은 해군 시절에도 발휘되어 해군 전함 근무 시절 간첩을 세 번이나 잡았다. 간첩선을 침몰시키거나 섬에 침투한 간첩을 사살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 공로로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으나 꽃길만은 아니었다.
 
보통 해상 근무는 워낙 힘들어 5년이 지나면 육지 근무로 옮기는 것이 관례인데, 그는 소위 ‘빽’이 없어 10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결국은 청렴함을 인정받아 해군감찰반에 근무하며 암행어사 같은 역할을 했으며, 1986년 대령으로 퇴임 후에는 해군 정비창 공장장으로 부임해 1994년 퇴직했다.
진짜 위기는 퇴직 후 찾아왔다.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허리 디스크, 위궤양, 시력 저하가 동시에 찾아왔다. 위기 탈출을 위해 택한 것이 산이었고, 일주일 3회 산행, 당일 산행 20km가 기본일 정도로 열심히 산행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
대령 출신이지만 솔선수범을 생활화해, 산에 갈 때면 일행을 자신의 차에 태워 손수 운전하고, 새벽에 직접 만든 생과일주스와 샌드위치를 나눠 준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이 들어, 베풀고 사는 게 낙”이라며 “산에 가면 잡념이 없어지고,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모든 공을 등산에 돌린다. 85세인 변동주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이제 산행은 못 하지만 산행기를 책으로 묶고 싶었다”고 말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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