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이름을 못 쓰는 ‘박영석 기념관’

입력 2021.10.15 10:10 | 수정 2021.10.17 17:10

故 박영석 대장 10주기 (1) 추모
박영석 재단서 사업비 목표액 마련 못 해 ‘박영석’ 표기 못 해
추모행사는 코로나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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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추모행사가 열리는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전경. 산악문화체험센터는 서울시(토지 및 20억 원)와 문화체육관광부(50억 원), 마포구(10억 원), 박영석탐험문화재단(4억5,000만 원)이 함께 힘을 모아 총 84억5,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완공됐다. 부지면적 3,000㎡, 연면적 2,197.68㎡ 규모다.
오는 10월 18일은 인류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지구 3극점,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완등)을 달성한 고故 박영석 대장의 실종 10주기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주관으로 추모행사가 10월 1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11월 중으로 연기됐다.
행사 계획은 묵념으로 시작해 추모 영상을 상영한 뒤,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 홍경희 이사장, 아시아산악연맹 이인정 회장, 허영만 화백, 정청래 국회의원이 추모사를 전할 예정이었다. 한편 행사에서 같이 공개하려 했던 산악인 김헌상씨가 저술한 박영석 대장의 전기 <1%의 고독>은 별도 행사 없이 출간됐다. 박영석 대장은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 신 루트 개척 중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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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대장.
‘박영석’ 없는 ‘박영석 기념관’?
10주기 추모행사 연기에 더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더 있다. 박영석 10주기 추모행사를 주관하려던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가 ‘박영석’ 기념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이곳은 현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의 전신인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이 정부와 함께 건립에 착공했으며, 심지어 착공 당시 건물 가칭은 '박영석 산악문화체험센터'였던 곳이다. 그런데 정작 공식적인 표기에는 '박영석'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유는 ‘돈’이다.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이 사업 초기 마련하기로 한 금액을 모으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가 모자란 비용을 지원해 줬고, 그 건물에 ‘박영석’이란 이름 대신 ‘서울시’가 들어가게 됐다.
정영목 센터장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박영석이란 이름이 들어가면 오히려 2,000만 등산인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텐데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우리는 ‘박영석 기념관’ 같은 딱딱한 이름이 아니라 ‘박영석 베이스캠프’라는 세련된 이름도 구상했었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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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내 박영석 대장 추모공간.
“서울시의회에서 의결했던 사안”
그렇다면 다시 ‘박영석’ 대장의 이름을 건물에 붙일 수는 없는 걸까? 서울시 체육정책과 이창현 과장은 “센터명 변경과 관련해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온 것이 없어 서울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는 없다”면서도 “의회에서 의결돼 일단락됐던 일이라 다시 논의하려면 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서울시의 센터 공사비 지원이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고, 그 결과 서울시 예산이 사용된 만큼 서울시민들의 산악문화 복합공간으로 제대로 기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 센터명에 서울시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겁니다. 이렇게 당초 예산 지원을 의결할 때 합의한 사항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에 모종의 과정을 거쳐야 되겠죠.”
또한 이 과장은 “현재로선 ‘박영석 기념관’적 성격을 가진 센터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센터 이름에 ‘박영석’이 없을 뿐, 건물 곳곳에는 박영석 대장을 추모하는 공간과 전시물이 많다. 지상 1층에는 상설전시실, 지상 2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운용되고 있으며, 건물 외부에도 박영석 대장이 탐험 도중 사용했던 썰매, 설상제트스키 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박 대장을 기억하고 그리는 산악인들은 그를 기억하고자 짓기 시작했던 건물에 ‘박영석’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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