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자연 영화] DVD 1만2,000장에 지구의 24시 담다

  •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입력 2021.11.18 10:15

    환경-자연 영화 <16> 지구: 놀라운 하루

    자연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나 다양한 생명체들의 활동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영국 다큐멘터리 <지구: 놀라운 하루Earth: One Amazing Day>, (감독 피터 웨버·리처드 데일·리신 판, 2017)는 2007년에 개봉한 <지구Earth>(감독 알래스테어 포더길·마크 린필드)의 속편 격이다.
    1편이 지구의 1년을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지구의 하루를 담아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지구: 놀라운 하루>도 BBC 자연 다큐멘터리 팀이 만든 작품이다.
    환경보호나 개체 보호 같은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구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의 놀라운 모습들을 해설과 함께 다양하게 보여 주고 있는 영화다. 
    경이로운 자연의 대서사시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22개국을 1,095일 동안 다니면서 DVD 1만2,300장에 해당하는 분량을 촬영했다. 1초에 1,000 프레임 이상 촬영이 가능한 초고화질 4K 카메라를 동원해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순간까지 포착, 모두 38종의 다양한 생명체의 모습을 담았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영화에 대해 “경이로운 대서사는 감격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뛰어난 영상미로 제19회 리우 데 자네이루 국제영화제에서 ‘인바이런먼트’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동이 터오는 때부터 한밤중까지 시간대를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침 햇살에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동물부터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동물, 빗방울 하나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아주 작은 동물까지 다채롭게 등장한다. 여기에 각종 식물과 곤충, 해양생물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라마보다 생생한 생명의 투쟁
    세상이 눈을 뜨는 아침,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의 한 곳인 갈라파고스 군도의 ‘바다 이구아나’들은 아침마다 아무 짓 하지 않고 미동도 없이 햇볕을 쬔다. 체온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광욕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래 아래에 있던 새끼 이구아나들이 머리를 내밀고 내달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주변에는 이구아나 새끼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뱀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길이 4~5m의 뱀 무리가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지상으로 나오는 새끼 이구아나들을 쫓아가고 이구아나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 상당히 살벌하다.
    ‘자이언트 판다’는 입맛이 까다로워 대나무만 먹는다. 문제는 대나무의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 점. 그래서 판다는 하루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매일 14시간이나 대나무를 먹어 댄다. 이러한 독특한 습성 때문에 ‘자이언트 판다’는 현재 희귀동물로 분류되고 있다.
    아프리카 동물들은 해가 뜨면 장거리를 이동한다. 비가 내려 먹이가 충분한 곳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얼룩말은 태어난 후 1시간만 지나면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비로 불어난 강을 건너는 일은 얼룩말 새끼에겐 아주 벅찬 일이다. 엄마 얼룩말과 함께 강을 건너던 새끼는 거센 물살에 떠내려갈 위기에 처하지만 이내 강렬한 생존 본능으로 건너편 육지에 올라선다. 이 과정을 신음소리를 내며 내내 지켜보던 엄마 얼룩말이 새끼를 보듬는다. 이 장면을 보여 주면서 내레이터는 “아프리카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고 재치 있게 전달한다.
    강렬한 태양 아래에선 온순하게만 보이는 기린들이 몸싸움을 벌인다. 수컷들이 제 영역을 지키거나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데, 처음에는 엉덩이로 몸을 밀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머리로 상대방 목과 몸통을 강하게 공격하는 수준으로 번지기도 한다. 상대방이 완전히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격렬히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나면 동물원의 기린이 아마 달리 보일 것이다.
    오후 바닷속에는 거대한 향유고래 무리가 있다.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최대 몸길이 20m, 몸무게 50여 톤에 이르는 동물이다. 무엇보다 뭉툭한 사각형 모양의 머리가 몸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크다.
    가장 큰 포식자이자 가장 시끄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무리끼리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제트엔진보다 더 큰 소리다. 향유고래는 수직으로 떠서 잠을 잔다. 한낮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면 짧게 수직으로 서서 낮잠을 즐긴다. 그 모습이 신기할 뿐이다.
    동물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 워크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사는 ‘부츠 신은 라켓꼬리 벌새’는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하다. 이 벌새는 1초에 최대 90번의 날갯짓을 하고, 벌처럼 공중에 정지해서 꿀을 빨아 먹는다. ‘부츠 신은 라켓꼬리 벌새’는 신진대사가 너무 빨라 하루에 1,000번 이상 꽃의 꿀을 빨아 마셔야 살 수 있어서 쉬지 않고 꿀을 찾아 날아다닌다. 
    이 벌새의 가장 큰 경쟁자는 벌인데, 자칫 벌침에 치명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촬영으로 포착한 ‘부츠 신은 라켓꼬리 벌새’와 꿀벌의 사투 장면은 아주 실감 난다.
    이렇듯 <지구: 놀라운 하루>는 동물들과 눈높이를 맞춘 카메라 시점이 영화의 몰입을 높인다. 소형 특수카메라와 크레인, 드론 등을 이용해 동물의 행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아주 가까이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중국 남서부 창저우 산에 사는 ‘흰머리랑구르 원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이다. 5~9마리 정도 무리 지어 움직이고, 주로 해발 100m 이상 절벽이나 나무 위, 동굴에서 생활한다. 어미는 이름처럼 머리와 목은 흰색을 띠고 다른 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그런데 새끼는 황금색이다. 자라면서 털 색깔이 바뀐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이 어미 원숭이들은 황금색 새끼를 안고 수직 암벽을 올라 동굴이나 바위틈으로 숨는다. 발견조차 어려운 ‘흰머리랑구르 원숭이’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무려 200여 대의 드론을 동원한 공중촬영으로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로버트 레드포드·이제훈 내레이션
    남극 인근의 작은 섬 ‘자보도브스키’에는 ‘턱끈펭귄’이 150만여 마리 서식한다. 온종일 거센 파도가 부딪치는 이 바위섬에서 아빠 펭귄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뛰어든다. 섬에는 엄마 펭귄들이 새끼를 품은 채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거센 파도를 뚫고 80㎞나 헤엄친 수컷들은 먹이로 가득 채운 배를 안고 두 발만으로 이 바위섬을 뛰어올라 제 가족을 찾아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펭귄 서식지라는 이 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숱한 펭귄 무리 속에서 자기 짝과 새끼를 찾아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헝가리 티서강에서 하루살이 500만여 마리가 한꺼번에 부화해서 강물 위를 나는 기이한 모습, ‘세 발가락 나무늘보’가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암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장면 등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톱스타 연기자이자 감독 출신으로 환경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우리나라 개봉 때는 영화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에서 열연한 젊은 배우 이제훈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기승전결이 따로 있지 않음에도 매 화면 눈을 뗄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영화다. “지구보다 더 특별한 곳은 없고, 지구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만큼 감동적인 일도 없다”는 작품의 메시지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