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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Man&Wall] 경남의 자연암장 메카 의령 큰덤바위

글·사진 주민욱 기자
  • 입력 2021.11.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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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빅월클럽 회원들과 경남 의령군 봉수면의 아미산 큰덤바위 등반
의령 큰덤바위

‘무늬만13(5.11b)’ 루트를 오르는 김규철씨. 큰덤바위는 단피치 등반으로는 긴 30m 루트가 여럿 있다.
‘무늬만13(5.11b)’ 루트를 오르는 김규철씨. 큰덤바위는 단피치 등반으로는 긴 30m 루트가 여럿 있다.

큰덤바위는 부산 록파티산악회가 2006년부터 3년 동안 노력을 기울여 개척한 암장이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천락리 아미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남의 자유등반 중심 암장으로 만들고자 산악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척했다. 부산 록파티산악회는 1989년 금정산 나비암에서 10명의 회원이 모여 창립했다.

큰덤바위는 1벽과 2벽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23개 코스가 있다. 5.9에서 5.12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3벽은 개척 준비 중이며, 5.13급 난이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큰덤바위 앞에 선 등반가들. 남녀노소 누구나 
벽 앞에서는 평등하다.
큰덤바위 앞에 선 등반가들. 남녀노소 누구나 벽 앞에서는 평등하다.

큰덤바위 주변에는 큰덤바위를 비롯해 병풍암과 작은덤바위가 개척되어 있다. 경남 지역의 자연암장 메카로 꼽을 만한 곳이며, 부산과 경남 산악인은 물론 전국의 많은 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처음 개척된 곳은 병풍암이다. 록파티산악회가 1997년 개척해서 좌벽과 우벽으로 나뉘어 총 40여 개의 루트가 있으며, 암장까지 접근이 쉬워 암벽등반 훈련장으로 최적의 요건을 갖추었다. 1997년 

이후 많은 등반가들에게 사랑 받아 왔다. 이후 개척된 작은덤바위 역시 오버행과 페이스로 이루어져 암벽 등반 훈련지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개척 당시 특별한 이름이 없어 해골바위라 불렸으나, 지금은 작은덤바위로 이름이 바뀌었다.

의령군 봉수면의 큰덤바위를 찾아가기 위해 대룡사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했다. 대룡사 맞은편 멀리 큰덤바위가 산 중턱에 하얀 얼굴을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다. 논에는 벼가 무르익어 가고, 작은 개울에 돌멩이 몇 개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 산으로 진입하는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10여 분 올라가자 거대한 바위가 펼쳐진다. 바위의 최고 높이 40m, 로프는 60m 이상이 필요하다.

처음 바위를 접했을 땐, 이런 시골에 거대한 바위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위압감보다는 부드러운 등반선과 바위결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등반가들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먼저 온 등반가들이 바쁘게 등반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다.

큰덤바위 좌벽에는 동굴 같은 거대한 크랙이 있다.
큰덤바위 좌벽에는 동굴 같은 거대한 크랙이 있다.

발가락 잃었어도 열정으로 오르는 이형윤 

김규철(진주 SKY클라이밍센터장)씨가 필자의 고정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먼저 등반을 준비한다. 먼저 2벽에 위치한 ‘안전등반(5.10c)’ 루트를 올라선다. 등반 길이는 30m로 단피치 코스임을 감안하면 긴 편이다. 지구력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 좋아 이 코스를 택했다. 

몇 번을 쉬면서 등강기로 30m 지점에 올라서니 벽 앞으로 평온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든다. 허공에 매달린 채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등반을 준비하는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한결 작아져 있었다.

등반에 몰입한 이형윤씨. 몇 해 전 
동계 아마다블람 등반에서 동상으로 발가락 몇마디를 내놓았으나 산에 대한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등반에 몰입한 이형윤씨. 몇 해 전 동계 아마다블람 등반에서 동상으로 발가락 몇마디를 내놓았으나 산에 대한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필자 왼쪽으로는 이형윤씨(부산빅월클럽)가 ‘무늬만13(5.11b)’ 루트를 오르고 있다. 이 루트는 30m 길이로 지구력과 파워도 필요한 바윗길이다. 특히 루트 상단부는 고도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오버행(처마처럼 90도 이상 돌출되어 있는 바위)이 있어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상단부에 도달한 이형윤씨가 숨을 한 번 고른 후 오버행 구간에 진입한다. 오버행을 돌파하려는 순간 디딤발이 미끄러져 위기의 순간이 몇 번 찾아왔지만,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완등지점에 도달했다. 이형윤씨는 몇 해 전 히말라야 동계 아마다블람(6,812m) 등반 중 동상으로 발가락 몇 개를 잃었다. 손과 발을 잘 써야 하는 등반 특성상, 장애가 있음에도 5.11b 난이도를 오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큰덤바위 좌벽 바위 사이에서 본 풍경. 김규철씨의 등반이 아름다운 액자를 씌운듯 변하는 순간이다.
큰덤바위 좌벽 바위 사이에서 본 풍경. 김규철씨의 등반이 아름다운 액자를 씌운듯 변하는 순간이다.

“분명히 발로 디뎠는데 미끄러지네요. 허허.” 

필자와는 친구이기도 한 이형윤씨의 말 한마디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열정적인 그의 등반력과 완등에서 묻어나는 행복감이 부러운 순간이다.

노상봉씨가 ‘안전등반(5.10c)’ 루트를 등강기를 이용해서 오른다.
노상봉씨가 ‘안전등반(5.10c)’ 루트를 등강기를 이용해서 오른다.

아름다운 동굴 속 앵글

오른쪽에는 노상봉(진주 SKY클라이밍센터)씨가 고정로프에 등강기를 이용해서 ‘안전등반(5.10c)’ 루트를 오르고 있다. 얼마 전 어깨 수술을 받은 탓에 지금은 한창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등반을 이어간다. 가다가 쉬다가 하며 몇 십 분째 등반을 이어간다. 드디어 완료지점에 도착했다. 땀을 훔치고 한참동안 벽에 등을 기대어 멀리 펼쳐진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상쾌한 기분일 것이다.

곧이어 바로 옆쪽 1벽으로 이동한다. 2벽의 흰 빛깔 바위와 대조되는 검은색깔을 띠고 있다. 벽의 맨 좌측에는 동굴 같은 것이 있어 그곳에서 본 등반가와 벽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페이스와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지구력과 밸런스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모두 12개의 코스가 있고 5.11급 루트가 많다. 그렇게 카라비너와 로프, 하강기가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 사이 태양도 열심히 움직여 등반을 마쳐야 할 시간임을 말없이 알려 준다.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한 등반 시간도 다음을 기약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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