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 가을바람에 숲이 울 제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1.11.29 09:37

    윤치술의 힐링&걷기 <42>

    갈매빛깔 그리움이 흐르는 저 너머에 솜다리가 아름다운 잦은 바윗길이 있었다. 화톳불에 어우르는 골짜기로 별이 오르면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은하수가 추억으로 예 남고, 맑은 바람이 불어 마음이 흔들리고 노랑 빨강 이야기들이 가을 산바람에 엽서처럼 날리면 숲이 울고 나도 가슴앓이에 울먹인다. 아, 또 다시 가을이다.
    지난여름 산행은 참 어렵고 힘들었다. 우리 부부와 여동생 부부의 주말 북한산행은 개구쟁이 앞니처럼 빠졌고, 산에 간 날은 먹다 남긴 옥수수 알갱이처럼 듬성듬성 했다.  동갑나기 매제는 수술 후 건강을 찾고자 작년 1월부터 우리와 함께 산행을 하는데 만보계 앱으로 거리와 시간을 재며 늘 신기해한다. 17km, 2만7,000걸음, 7시간 걸었음을. 그럴 만도 하다. 평생 산에 올라 본 적이 없으니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고 시나브로 건강해지는 기쁨을 가지는 것도 신기할 것이다. 아무튼 여름이 어영부영 지나갔다.
    어찌됐건 가을은 또 왔다. 누가 부질없는 지난 일을 태우는지 냉갈은 잿빛 냄새를 해질녘에 드리우고 온 적도 없는 가을이 슬며시 가려 한다. 갈 곳이 있으려나? 어김없이 계절은 수레바퀴를 돌아서 다시 마주하겠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의 이야기는 새로이 써지지는 않으리. 간다는 것이 이리도 서운한 적 있었던가. 나쁜 것은 좋은 것, 슬픈 것은 기쁜 것, 잊히는 것은 그리움을 위한 노래. 울긋불긋 단풍잎의 춤사위에 세월 오고 가을이 간다. 지난여름 꼬리 없고 산길에는 소슬바람 머금은 햇살 가득하다.
    아내의 꽃밭에 딱새, 직박구리 오고, 온 종일 꽃들 위에 산 호랑나비, 제비나비 많이도 앉는다. 채송화, 백일홍은 여름부터 이제껏 예쁨을 지켜내고 달래 꽃은 뻗정다리로 누군가를 기다린다. 보라색 루엘리아와 노랑 메리골드는 색이 깊어졌고, 사마귀는 잎을 갉다 생각에 잠겨 멈칫하고 손톱만 한 청개구리는 무시로 보여 준다. 추유황색秋有黃色, 국화는 마당 가득하고 수레를 채운 해국무리. 노을에 기러기 심난하고 달빛에 귀뚜라미 울음이 섧다. 새벽이슬에 함빡 젖어 익어가는 가을 새날 동창의 햇살이 밝고 차다.
    그저 그런 것 같은 반복의 범사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2021년 가을, 생각이란 것을 사색으로 곧추 세워 주는 요즘 숲길이 새삼 고맙다. 가을은 깊어가고 깊어지는 생각만 낙엽처럼 쌓인다. 그 생각 치우지 않고 가을은 속절없이 저물어 간다. 들창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 안고 눈 감으면 물레 새의 긴 노래가 숲속에서 무늬지고 초롱꽃 잎 이슬마다 우리 사랑 아롱질 때, 가을바람에 그려보는 능선길이 노루잠에 끝이 없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 교장/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건누리병원 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국립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사)대한산악연맹 트레킹스쿨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장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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