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계일주] 모두 비웃던 쓸모없는 돌산 콜롬비아 최고 경치 되다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1.11.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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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바위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엘 페뇰. 해발고도 2,135m, 높이 285m의 엘 페뇰에 오르면 콜롬비아 최고의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콜롬비아 여행 중 메데진Medellin에서 ‘구아타페 엘 페뇰El Peñol de Guatape’이라고 알려진 풍경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바위 하나가 마치 산처럼 우뚝 서 있고 주변은 수없이 많은 작은 섬으로 가득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그 바위는 안데스산맥에 자리 잡고 있으며 페뇰 구아타페 댐으로 둘러싸인 구아타페마을 근처에 있다. 메데진에서 불과 86km 떨어져 있어서 당일투어로 다녀오기에도 충분히 가까운 곳이다.
    해발고도 2,135m, 높이 285m
    페뇰의 바위The Stone of El Peñol 또는 라 피에드라La Piedra 또는 엘 페뇰El Peñol로도 불린다. 지각의 움직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가 암석과 마그마를 녹이고 그 위의 퇴적물로 압착되어 생성된 거대한 화강암 돌덩어리로 부식되지 않는 이 바위의 나이는 약 6,500만 년이나 되었다. 이 돌의 가장 높은 부분은 후면으로 해발고도는 무려 2,135m이고 높이는 약 285m에 이른다.
    이 지역 원주민이었던 타하미Tahami인디언들은 이 바위를 숭배하고 그들의 언어로 바위 또는 돌이라는 뜻인 모하라Mojarra로 불렀다. 1940년 콜롬비아 정부는 이 바위를 국립기념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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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 페뇰에 오르면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구아타페호의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바위의 서쪽 면에는 큰 흰색 글자 ‘G’와 아직 완성되지 않은 ‘U’(단 하나의 수직 획만 완성)가 그려져 있다. 구아타페와 엘 페뇰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소유권 분쟁을 벌여오다가 구아타페 주민들이 자기들의 소유임을 주장하기 위해 바위에 흰색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지만 엘 페뇰 주민들이 알아차려서 중단되어 미완성 낙서만이 남아 있다.
    엘 페뇰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땅을 소유한 비예가스Villegas 가족은 어느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이 거대한 돌이 가운데 있는 들판을 물려받았을 때 무척 낙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내인 루이스는 이 돌에 매료되었고 형제들의 많은 놀림에도 불구하고 꼼짝하지 않은 채 돌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시간이 흘러도 그 매력은 계속되었다. 가족 재산이 재분배되었을 때, 그는 형제들이 주변의 비옥한 들판을 나누는 동안 거대한 돌이 있는 쓸모없는 땅을 소유하기로 결정했다.
    엘 페뇰만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던 루이스는 어느 날 고정된 막대기를 사용해 바위를 오르기로 결정했다. 불안한 그의 가족들은 바위 꼭대기에 깃발이 휘날리기를 기다리며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5일 만에 루이스의 승리를 알리는 깃발이 바위 정상에서 펄럭였다. 이것은 이 바위를 등반한 공식기록으로 1954년이었다.

    천국으로 가는 650개 계단
    메데진에서 탄 버스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서 엘 페뇰 입구에 나를 내려주었다. 엘 페뇰 입구까지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호수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엘 페뇰 앞에 서니 사진으로 보던 모습보다 더 거대해서 나를 압도한다. 루이스가 뚫어지게 응시했던 그 바위를 내가 응시한다. 이제부터 루이스처럼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한다.
    엘 페뇰은 650개의 계단을 통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650개의 계단이 지그재그 형태로 놓여 있어 거대한 바위를 묶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당히 경이로운 계단이다. 마치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
    650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왁자지껄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계단을 오를수록 말이 적어지고, 어떤 사람은 계단에 앉아서 호흡을 고르기도 한다. 호수 뷰가 열리면서부터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잠시 호흡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20여 분 지나고 650개의 계단을 전부 오르니 믿지 못할 풍광이 펼쳐진다. 수천 가지의 녹색으로 칠해진 대지는 크고 작은 섬들이 푸른 호수 전체에 흩어져 있다. 초록의 숲 사이에는 알록달록 작은 집들이 자리한다. 몽실몽실 하얀 구름이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서 유영한다. 콜롬비아의 풍경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다. 스위스 호수 풍경을 옮겨온 듯하다.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구아타페호수가 막힘없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구아타페호수를 조망하기에 이곳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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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틈새에 만들어진 650개의 계단을 통해서만 엘 페뇰에 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 난간에서 아름답고 장엄한 호수 풍경을 즐기며 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구아타페호수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은 힘겹게 650개의 계단을 올라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하다. 그러나 계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올라야 할 90여 개의 계단이 남아 있다. 기념품 가게의 미로를 지나서 마침내 740개의 계단을 지나고 진짜 전망대에 올랐다. 콜롬비아 최고의 경치를 이곳에서 만났다. 천상의 호수가 이런 모습일까? 계단을 올라오느라 힘들었지만 모든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구아타페호수는 인공적으로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주변의 물길을 틀고 둑을 쌓아서 호반의 도시를 만들었다. 엘 페뇰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신도시이다. 수력 발전 프로젝트로 본래의 마을은 수중도시가 되어 물에 잠겼고, 수만 명의 주민들은 새로운 마을로 이주했다. 구아타페호수는 콜롬비아 국가 수력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되었고, 콜롬비아 전체 전력의 35% 이상을 공급할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이웃국가에도 수출한다니 더욱 놀랍기만 하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고요가 이곳으로 찾아들었다. 지금 이곳은 천국이다. 메데진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구아타페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제야 확실히 이해되었다. 이곳에 올라온 이는 어느 누구라도 엘 페뇰이 세계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바위산이라는 사실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구아타페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달리 10여 분도 걸리지 않았다.
    알록달록 동화 같은 구아타페마을
    다음 행선지는 구아타페마을이다. 엘 페뇰에서 구아타페마을까지 걷기로 한다. 호수에서 낚시하는 사람, 잡은 물고기를 파는 어부,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놀멍쉬멍 길을 간다. 흰색을 비롯해 노랑, 파랑, 분홍으로 칠한 구아타페마을의 작은 집들을 보니 마치 일곱 난장이들이 사는 동화마을로 들어온 듯하다. 관광객들은 느릿느릿 쇼핑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골목길 여행을 한다. 마을 전체가 바쁜 거라곤 하나도 없는 시골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며 교회를 보는 순간 긴장감은 모두 사라지고 발걸음 가벼운 여행자로 변신한다. 작은 가게의 간판들은 유머가 넘친다. 거리 구경만으로도 참 즐겁다. 뜨거운 햇살조차 정겹게 느껴진다.
    엘 페뇰 바로 아래의 호숫가에서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밤에 별이 많이 뜨면 엘 페뇰과 별을 함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삼각대까지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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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일곱 난장이들이 사는 동화마을 같은 구아타페마을.
    체크인을 하려는데 한국어로 누군가 인사를 한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바라보니 상큼 발랄한 그녀가 서 있다. 그녀는 자원봉사자로 이곳에 1주일간 머문다고 했다. 이 숙소엔 한국인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 호스트가 특별히 안내해 주라고 부탁했단다. 아쉽게도 호스텔이 풀 부킹이라 너무나 바쁜 그녀와는 체크인할 때 본 것이 전부였다. 잠시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호스텔 앞이 구아타페호수이니 전망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손님들은 해먹에서 책을 읽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선탠이나 카약을 즐기면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 평화롭다.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며칠간 쉬었다 가면 좋은 곳이다.
     
    어느덧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씩 나왔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기대했지만 구름이 하늘을 모두 가렸다. 다행히 엘 페뇰을 밝히는 조명 덕분에 별 없는 하늘에 우뚝 선 엘 페뇰의 야경 사진은 멋지게 남았다.
    다음날 아침, 무료 제공되는 조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어서 맛있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부슬비가 내린다. 구름이 잔뜩 낀 호수는 어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운치 있다. 부슬비를 핑계 삼아 해먹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요함에 빠진 세상은 멈춘 듯하다. 11시 정도 되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어제처럼 파란 하늘엔 하얀 구름이 산뜻하게 어우러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 모습이다. 날이 밝아지니 마음이 바빠진다. 호스텔 주변에 핀 꽃들을 엘 페뇰을 배경으로 삼아 사진 찍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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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벽, 창틀, 지붕까지 밝고 강렬한 색상으로 칠해진 구아타페마을의 중앙광장에서 여행자들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테로의 도시 메데진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은 엘 페뇰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르는 도시이다. 그 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보테로이다. 콜롬비아 영웅으로 여겨지는 보테로는 뚱뚱한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고전 명화들을 둥글고 관능적인 볼륨감으로 풍자하고 현란한 원색을 사용해 과장된 양감 표현을 했고 유머를 담아 보테로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명작을 창조했다.
    보테로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최초의 생존 작가이고, 뉴욕 역사상 최초로 파크 애비뉴에 대형 브론즈 조각품을 설치한 예술가이다.
    보테로의 고향인 메데진에는 그의 삶과 작품이 남아 있다. 보테로 광장에 전시된 23개의 작품들은 메데진을 어떤 도시보다 밝고 쾌활한 도시로 만든다. 그 광장 곁에 있는 안티오키아박물관Museo de Antioquia에는 보테로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소장했던 값비싼 작품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안티오키아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아들의 초상화이다. 어릴 때 먼저 세상을 뜬 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작은 장난감 집에는 자신과 부인을 그렸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정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보테로가 자신의 작품들을 박물관에 기증하며 원했던 단 한 가지 조건이 ‘전시장의 가장 앞에 내 아들의 초상화를 걸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들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느껴진다.
    보테로의 나라에서 보테로를 즐기는 시간은 더욱 의미 있다. 그의 작품은 다른 작가의 작품처럼 난해하지 않다. 유쾌함 속에 숨겨진 패러디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인 뚱뚱한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있는 보고타의 보테로미술관은 무료 개방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보기를 원했다.
    메데진에서 엘 페뇰로 이동하기
    1 메데진 북부터미널Terminal del norte에서 ‘구아타페’행 버스를 탄다(약 2시간 소요). 버스 티켓은 9번 창구나 14번 창구에서 구입한다. 엘 페뇰을 먼저 보고 구아타페마을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2 버스 기사에게 미리 부탁하면 엘 페뇰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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