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아웃도어] 순식간에 팔리는 이 배낭 비결은 ‘디테일’

  • 글·그림 윤성중
    입력 2021.11.24 10:05

    로컬 브랜드 CAYL

    “어서 오세요. 뭐가 필요하세요?” 
    “케일 배낭 있나요?” 
    “아, 그거 방금 다른 손님이 사갔어요!”
    우리 가게에서 잘 나가는 제품 중 하나가 케일의 배낭들이다. 들여놓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손님들이 귀신같이 찾아온다. 손님들도 케일 제품이 좋다는 걸 안다. 그리고 케일이 외국 브랜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면 대다수가 놀란다. 그렇다. 케일은 이색적이다.
    케일CAYL, Climb As You Love은 지금처럼 젊은 등산 마니아들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2011년에 만들어졌다. 그들의 첫 시작을 나는 기억한다. 이의재 대표는 당시 인터넷 블로그에 볼더링 관련 정보와 대상지 등을 소개했는데(물론 직접 하면서), 그러면서 어느 순간 브랜드 이름이(사랑하는 만큼 올라라! 라는 멋진 뜻이다) 정해지더니 로고가 만들어지고, 곧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가 등장했고 이걸 팔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 보는 그들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용감했다.
    ‘저게 진짜 팔린다고?’ 취미 삼아 만든 제품 같았다. 그래서 나는 케일이 얼마 안 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볼더링을 즐기는 인구가 극히 적었고, 그들이 내놓은 티셔츠는 당연히 팔리지 않았을 텐데, 케일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거라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런데  이럴 수가! 10년이 지나도 멀쩡하다.
    케일이 지금처럼 성장한 요인은 이의재·김현정 부부의 아웃도어 활동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것이다. 좀 더 다른 특색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들은 제품을 다르게 디자인하거나 브랜딩하는 데 더 큰 재미를 가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아웃도어 활동보다 이걸 더 재밌어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성장하는 걸 즐기는 것이다.
    케일의 제품을 보면 그들이 진짜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디테일이 좋기 때문이다. 제품에 이것저것 장식을 추가한다거나 신기한 기능을 곁들인 걸 볼 때마다 이들은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마리 롤 탑Mari Roll Top 배낭이 그걸 증명한다. 우선 배낭 이름 ‘마리’는 강화도에 있는 마니산(마리산)에서 따왔다. 우두머리, 최고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기도 하다. 이들의 다른 배낭 시리즈들에는 태백, 백두 등의 우리나라 산 이름이 붙었다. 용량은 30리터 정도다. 1박 2일 ‘경량’ 하이킹, 당일산행에 알맞다. 여기서 ‘경량’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마리 롤 탑은 BPLBackpacking Light용 배낭이기 때문이다.  BPL은 2015~2017년쯤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가볍게 지고 다니자’란 사조다. 이는 대체로 환경보호와도 연결된다. 아무튼 BPL 뜻에 따라 배낭 자체가 무척 가볍다(권장 패킹 무게 8kg). 놀라는 지점이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자체적으로 만든 원단 ‘CAYL B-GRID FABRIC’을 사용했다. 작은 업체에서 이런 걸 독자 개발 하기란 쉽지 않은데,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배낭 전체가 지퍼 하나로 열린다는 점, 등판에 쓰인 폼패드는 매트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 배낭 하단의 고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짐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이 배낭이 가진 매력이며, 사용하면서 놀라는 지점이다.
    나는 무엇보다 마리 롤 탑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전면의 비대칭 주머니가 배낭의 모양을 잡아 주는 좋은 역할을 한다. 즉 배낭을 잘못 패킹했을 때 생기는 울퉁불퉁한 모양을 감추는 데 매우 유용하다. 가격은 17만 원. 해외의 BPL 배낭과 비교했을 때 무척 저렴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배낭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케일(cayl.co.kr) 이의재 대표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1 드디어 직장에서 은퇴(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브랜드를 운영했다)했는데, 소감은?
    “생각보다 큰 느낌은 없다. 신기한 건 금방 직장생활을 잊어버렸다. 원래 일을 안 했던 것처럼. 그래도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기에 즐거웠다.”
    2 앞으로 케일은 더 커지는 건가?
    “시즌 준비를 좀 더 앞서서, 철저하게 하는 한편, 좋은 거래처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규모보다는 질적 성장이 우선이다.” 
    ‘내 돈 내 산 아웃도어’는 월간 <산>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해당 장비를 직접 써 보고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 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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