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한파 설악 급습… 하루에 2명 사망

  • 글 신준범 차장대우
  • 사진 설악산국립공원 제공
    입력 2021.11.11 14:09 | 수정 2021.11.11 15:36

    여름 트레킹화 신은 34세 남성과 공룡능선에서 구조 늦어진 50대 여성 저체온증으로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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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체온증으로 2명의 등산객이 사망한 다음날인 11월 10일 아침의 대청봉 일대. 11월이지만 설악산 주능선은 한겨울 풍경이다.
    11월 9일 하루 동안 설악산에서 3건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첫 구조 요청은 공룡능선이었다. 거리상 가장 가까운 희운각대피소의 국립공원 직원들이 출동해 구조하고 있던 상황에서, 15시경 2건의 구조 요청이 동시에 발생했다. 대청봉-오색 간 등산로와 마등령 인근 공룡능선에서 연락이 온 것. 
    대청봉에서 오색 방면으로 1.3㎞ 지점에 쓰러져 있는 34세 남성 A씨를 발견한 등산객이 신고해 중청대피소 직원들이 15시 40분경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는 온 몸이 경직된 상태로 맥박이 없었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초 신고자인 등산객이 발견 당시 A씨의 맥박이 없는 상태라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A씨의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심장 정지로 추정된다. 사고 당일 오전 9시쯤부터 비를 동반한 강풍이 불어 중청대피소에서 측정한 바에 따르면 태풍의 최대 풍속에 가까운 18m/s의 강풍이라고 한다. 오전부터 내리던 빗방울이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7.4℃까지 떨어져 눈으로 변한 상태였다. 국립공원의 체감온도 환산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의 기온과 바람을 감안하면 체감기온은 –30℃였다. 오전의 산 입구 체감기온과 비교하면 하루에 25℃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진 게릴라성 한파였던 것. 
    발견 당시 얇은 패딩재킷 차림의 A씨는 발목 부위가 낮은 운동화 형태의 여름 트레킹화를 신고, 등산복이 아닌 일반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배낭 안에는 얇은 간절기용 바람막이 재킷이 있었으나 입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시간 마등령 부근에서는 60대 남성과 50대 여성 부부가 구조 요청을 했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으로 올라 공룡능선을 지나 비선대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으로 가던 중 50대 여성이 탈진과 저체온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마등령에서 무너미고개까지 5㎞에 이르는 공룡능선은 이름처럼 날카로운 바위봉우리가 이어진 구간이라 거리에 비해 시간과 체력 소모가 큰, 설악산의 대표적인 난코스다. 당시 오색과 희운각 2건의 사고를 수습하느라 인력이 부족했던 국립공원은 119산악구조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구조대는 마등령에서 비선대 방면으로 하산하기를 권했으나, 부부는 희운각 방면으로 진행을 했다. 통화가 잘 되지 않는 지역인 공룡능선에서 강풍으로 인해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던 것이 원인이었다.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공룡능선에 이른 119구조대는 17시쯤 부부와 공룡능선 중간에서 만났으며, 심폐소생술과 저체온증 응급처치를 하며 구조자를 업고 하산했다. 태풍급 강풍으로 헬기 출동이 어려워지면서, 불가피하게 대원들이 돌아가며 업고 하산시킨 것. 속초시내의 병원에 도달했을 때는 사고자는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 부부는 바람막이 재킷과 등산화를 신고 있어 등산 초보자는 아니었으나 겨울 장비를 준비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체감온도 –30℃에 이르는 혹한의 날씨를 견딜 만한 장비가 아니었고, 헬기 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50대 여성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측된다.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 측은 “산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며, 요즘 같은 환절기는 기온 변화가 더 심하므로 방풍방수 재킷과 보온 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며 “가을이지만 겨울에 준하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 등산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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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 오색-대청봉 간 산길에서 사망한 탐방객을 구조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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