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Scene 산티아고] 순례 길 하늘에 ‘천사의 날개’

글·사진 금기연 취미사진가
  • 입력 2021.12.29 1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회>

하늘에 그려진 천사의 날개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목표를 이루고 나니 성취감 뒤에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이 뒤따릅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대장정을 마친 후에도 계속 걷는 이유입니다. 이름난 순례길이 가까이 있습니다. 성모님이 나타나 야고보를 위로하셨다는 무씨아와, 스페인의 땅끝 관광지인 피니스테레(또는 피스테라)까지 가는 길입니다. 한 곳에 도착 후 29km만 더 가면 양쪽을 모두 갈 수 있습니다. 무씨아 가는 길에 본 천사의 날개입니다. 주님 찬미 받으소서! 

묵시아에서 되돌아보는 순례 여정

저녁에 작은 십자가가 세워진 야트막한 돌 언덕에 올랐습니다. 작고 조용한 마을 묵시아의 야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포근합니다. 

지난 여정을 돌아봅니다. 출발할 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여전히 생생한데 벌써 끝이 나버렸습니다. 2,000리나 되는 먼 거리였지만 행복했습니다. 생각이 많았고 용서와 다짐도 했습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을 테지만 별로 그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쉽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다시 오고 싶습니다. 다음엔 아내와 함께 아주 천천히 걸어야겠습니다. 

묵시아의 바다를 보며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야고보 사도가 당시의 세상 끝까지 가서 선교를 했다지요. 결과가 한심해 어느 바닷가에서 울고 있을 때 성모 마리아께서 나타나 “최선을 다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했답니다. 바로 그 자리에 세운 성당인지라 다른 곳과 달리 도심에서 떨어진 바닷가에 있습니다. 

순례를 끝내며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날을 다짐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작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무씨아Muxia의 기념 성당입니다.

다시 보는 피스테라의 해넘이 

다시 찾은 피스테라입니다. 한때는 유럽의 최서단으로 알려졌던 곳. 지금은 ‘여기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포르투갈의 호카곶Cabo da Roca에 유럽의 땅끝이라는 지위를 넘겨주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라 순례길의 다른 마을과는 달리 번잡하고 비싸고 바가지도 심한 곳입니다. 

바다와 하늘의 파랗고 붉은색의 대비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과연 세계적인 일몰 명소입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본다면 두고두고 생각날 멋진 풍광입니다.

스페인 땅끝마을 피스테라의 해넘이 

유명 일몰 명소인 스페인의 땅끝마을 피스테라의 해넘이입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지나 다시 나흘을 더 걸어 이곳까지 온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인적 드문 높은 언덕에 올라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기대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실망과 미련 가득 발길을 돌리면서 몇 번이나 뒤돌아봤습니다. 거의 포기했을 즈음에 하늘이, 뒤이어 바다가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다시 뛰어가 담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절망과 포기는 언제 해도 이릅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땅끝마을 바닷가의 여명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약 90km 떨어진 땅끝마을 피스테라까지 이어서 걷는 것은 아직 치러야 할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신고 입었던 신발과 옷가지 등을 태우고 대서양에 지는 해를 보며 잠들었다고 하지요. 

다음날 아침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예전부터 전해 오는 전통이라고 합니다.  

땅끝마을 바닷가에 여명이 찾아듭니다.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구태를 버리고 새롭게 변화된 나로서 일상에서 새로운 참 순례를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아멘!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