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티] 울산바위 10배 길이…장미공원을 오르다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입력 2022.01.18 10:09

    [해외 등반] 이탈리아 돌로미티 비아 페라타 로젠가르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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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협곡 사이의 페라타 등반 중 아래 카레차 마을이 보인다.
    ‘나비부인’의 비통하지만 아름다운 오페라를 들었던 바이올렛 타워Vajolet Towers(2,821m)로 가는 가장 인상적인 방법은 로젠가르텐Rosen garten(2,806m)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코스) 루트로 가는 법이다. 
    로젠가르텐은 ‘장미공원’이라는 뜻의 독일어이며, 돌로미티의 미봉 중 하나다. 하나의 봉우리가 아닌 길이만 8km에 이르는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암군으로 설악산 울산바위의 양면 길이보다 10배나 더 크다. 바이올렛 타워도 로젠가르텐의 일부 암봉이다. 
    코로넬레Coronelle산장에서 출발하는 등반을 위해 친구 다르코Darco와 볼자노를 출발했다. 비취색으로 유명한 카레차Carezza호수와 파소 니그라Passo Nigra고개를 지나 라우린 Laurin스키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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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니 수준의 좁은 틈으로 올라가는 구간에는 와이어 로프가 없어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초봄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급경사 오르니 드넓은 초원이 발밑에
    스키장 입구에서 리프트를 타고 15분 정도를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라테마르Latemar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장미공원 로젠가르텐의 대표 봉우리이자 붉은 벽의 상징인 ‘로다 데 바엘Roda del Baeldl’이 8km 넘게 펼쳐진다.
    이내 등반의 출발지인 코로넬레산장(2,337m)에 도착했다. 등반 출발점까지는 비아 페라타 루트보다는 한 단계 낮은 ‘센티에로 아트레자투라Sentiero Attrezzatura’ 코스를 걸어가야 한다. 일반 등산로지만 경사가 급하거나 위험한 곳에는 안전을 위해 고정 와이어로프와 쇠로 만든 지지대를 마련해 두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북한산 백운대 정상 부근의 길과 비슷하다. 
    와이어로프를 잡고 급경사를 20분 정도 오르니 매우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벽이 길게 늘어져 있고, 발아래로는 상당한 경사의 초원이 펼쳐져 있다. 표지판에는 여러 등산로가 잘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왼쪽 길로 접어들어 조금 더 올라 비아 페라타의 출발점에 섰다. 늦가을이라 날이 매우 쌀쌀했다. 반바지에 다운재킷을 입거나, 긴 겨울 바지에 보온용 조끼를 입은 사람 등 다양한 복장의 등반가들이 이미 벽을 오르고 있었다. 
    코스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방향이 잘 표시되어 있다. 위험 구간에는 와이어로프와 계단, 사다리가 장착되어 있지만 그래도 주의하며 나아간다. 어떤 지점에서는 고정 로프 없이 1~2급 수준의 암벽 등반을 해야 했다. 앞선 등반자를 추월할 수 있는 대체 루트도 있지만 위험 요소가 많았다. 
    슈로페네거 첨탑(2,650m) 아래에 도착한 후, 약 20m를 내려가 오른쪽 설원이 있는 깊은 협곡으로 간다. 이곳에선 이른 봄에 가끔 추락사고가 난다. 눈의 겉면이 빙벽처럼 얼어 있는데,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등반자가 무리해서 횡단하다 미끄러져 협곡으로 약 300m를 추락하는 것이다. 또한 눈이 쌓인 상태에 따라 고정 로프에 손이 닿지 않을 수도 있어 이 구간의 와이어로프는 매우 느슨하게 축 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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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로페네거 첨탑 아래 깊은 협곡 구간을 길게 늘어진 와이어 로프를 잡고 내려가고 있다.
    원 없이 걷고 오르다
    침니 같은 긴 디에드로를 오르자 루트가 끝나는 지점이 보이며 시야가 탁 트였다. 발 아래로 파소 산트너Passo Santner(2,741m)산장이 보였다. 이 지역은 폭이 넓은 분지이다. 왼쪽으로는 크로다 디 레 라우린Croda di Re Laurino이, 오른쪽으로는 치마 카티나초Cima Catinaccio가 바라다 보인다. 정면으로는 바이올린을 세워둔 것 같은 바이올렛Vaiolet 타워가 놀라운 자태를 자랑하고 그 옆으로 델라고, 스타벨러, 윙클러 3개의 침봉이 고고하게 서 있다. 
    하산은 한적해진 비아 페라타 루트를 되돌아가 클라이밍 다운하기로 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원점회귀하거나 2시간 이상 계곡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2시간 이상을 다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72세의 다르코는 “생애 내 나라가 5번 바뀌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구소련의 멸망으로 여권만 5번을 바꾸었다고 한다. 지금은 슬로베니아 국적이지만 볼자노에서 산 지 45년이 넘었단다. 비아 페라타 등반 경험이 많지 않던 다르코가 어린이처럼 긴장해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건강 유지에 좋은데, 오늘 10배를 곱으로 걷는다”며 조금은 지친 얼굴이다. 
    걷기는 신체와 정신적인 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매일 30분 걷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뇌 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걷기를 꾸준히 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4%나 낮아진다. 발을 내딛는 거리는 뇌의 앞부분이 계산하고, 그때 필요한 근육의 강도는 뇌의 중간 부분이 결정한다. 또한 하체가 발달하고 근육이 발달돼 튼튼한 다리를 얻고 심장이 좋아지고 혈압을 낮추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 안정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달리기와 걷기 중 체중감량 효과가 더 큰 것은 ‘걷기’다. 달리기를 하는 것이 체지방 연소가 더 잘 되지만 달리기를 하면 몸에서 젖산 물질이 분비돼 금방 피로해진다. 걷기는 체지방 연소가 천천히 되고 젖산 분비가 적어 오래 운동할 수 있는 체력을 단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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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넬레산장 위에 있는 표지판. 왼쪽은 비아 페타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로젠가르텐 종주 등반로이다.
    복권 당첨된 듯한 산행
    오늘 10시간의 산행은 걷기뿐만 아니라 와이어로프를 잡고 당기며 오르고 내리는 것이었다. 시간은 배가 걸렸지만 온 몸 스트레칭을 하는 전신 운동이었다. 중력을 무시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써야 했고, 너무 빨리 안 내려가려고 저지하는 힘도 있어야 했다. 
    한 번 오르기도 쉽지 않은 비아 페라타를 거꾸로 다시 내려가는 것은 많은 체력이 필요했지만 뇌와 마음은 힘든 산행으로 행복했다. 더구나 2시간은 더 내려가야 하는 길을 스키 리프트 마감 시간에 맞춰 도착해 편하게 내려왔으니 하루에 몇 번 복권 당첨을 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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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km에 걸쳐 옆으로 펼쳐진 장미공원 로젠가르텐의 왼편 끝에는 바이올렛 봉우리가 날카롭게 서 있고, 그 왼쪽에 산트너 페레타 루트가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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