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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아웃도어 트렌드] '등린이' 이어 '골린이'가 뜬다

글 손수원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 입력 2022.02.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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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아웃도어는

코로나 발생 2년. 영화처럼 아포칼립스Apocalypse(종말)이 온 것은 아니지만 생활 전반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웃도어 생활도 변화했다. 소위 ‘MZ 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산으로 향했다. 등산복보다 레깅스로 패션이 바뀌었고, 산악회에서 ‘크루’로 모임의 중심도 바뀌었다.

아웃도어 시장은 코로나 속에서도 선방했고, 등산뿐만 아니라 러닝, 골프 등 인기 아웃도어 레포츠의 범주도 넓어졌다. 여기 아웃도어 멀티숍을 운영하는 A사장 가족이 있다. 평범한 이 가족의 상황을 통해 코로나가 우리의 아웃도어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가늠해 보자.

1 “골프복도 팔아야 할까 봐요” 아웃도어 장비점 A사장

A사장에게 지난 2년은 ‘스펙터클’ 자체였다.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땐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 시대에 등산은 무슨’이라는 분위기였다. 악몽 같은 봄·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시즌이 되자 젊은 손님들이 가게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등산에 입문하는 사람들이었다. 여행을 가지 못하니 동네 뒷산이라도 가자는 거였다.

그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이름 있고 ‘핫한’ 브랜드 제품을 샀다. ‘등린이’가 된 이들은 후에 백패킹 장비까지 장만했다. 같이 산에 다니는 멤버들이 백패킹도 같이 가자고 했단다. 유명 브랜드의 텐트나 배낭, 릴렉스 체어 등은 입고되기가 무섭게 매진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장비수입이 더딘 것이 원망스러웠다. 코로나는 점점 잊히는 듯했고 반짝 시행되었던 ‘위드 코로나’ 땐 매출 대박을 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다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취소되고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등산장비는 살 만큼 다 샀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대신 요즘은 골프가 대세란다. ‘등린이’ 대신 ‘골린이’란다. 그래서 A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골프복 장사도 해야 하나 싶다.

2 6개월차 ‘골린이’ 첫째 아들 B군

5년 전 대기업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들인 B군은 6개월 전부터 골프에 푹 빠졌다. 예전에는 ‘성공한 아버지’들이나 하는 것이 골프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엔 스크린 골프장이 많이 생기고 ‘가성비’ 좋은 퍼블릭 골프장도 있어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대학생 때 PC방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골프를 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었다.

‘골린이’라 첫 장비는 저렴하게 장만했다. 요즘 유행하는 동네 중고물품 거래 어플을 통해 골프채를 장만했고,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장비들은 해외직구사이트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했다. 요즘은 해외직구사이트도 국내쇼핑몰 이용하듯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골프복도 아울렛 등 할인매장에서 저렴하게 구했다.

레슨은 따로 받지 않고 있다. 유튜브에서 골프 레슨 동영상을 보면서 기초지식을 쌓고 친구들이 스크린골프장에 가서 폼을 교정해 주고 있다. 집에 저렴한 퍼팅 기계도 하나 장만했다. 코로나 때문에 얼떨결에 ‘골린이’가 되었지만 나중에는 개인 레슨을 받아 필드에 나가볼 생각이다.

3 ‘등린이’ 입문한 둘째 딸 C양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꿈꾸었지만 비극적인 ‘코로나 학번 신입생’이 된 C양. 심각한 코로나 상황으로 등교는 고사하고 동기들과의 만남도 사이버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에 염증을 느껴 최근 ‘등린이’에 입문했다. 요즘 SNS에 ‘#산스타그램’이라며 산 정상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란다.

아버지는 자기가 소속된 동네 산악회에 ‘마스코트’로 들어오라 했지만 C양은 SNS에서 젊은 등린이들이 모이기로 유명한 ‘크루’에 가입했다. 산에 가면 진한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만취상태로 집에 오시던 아버지와 달리 ‘크루’는 산행 후 깔끔하게 각자 집으로 해산해서 좋았다.

SNS에 레깅스로 한껏 꾸며 입고 찍은 정상 인증샷을 올리면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그것을 읽고 있으면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몇몇 크루 멤버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저녁에 강변 러닝도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남자친구도 사귀었으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난 것도 코로나가 만든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

4 ‘홈트’에 올인! 가정주부 D씨

남편과 아들·딸이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것과 달리 주부 D씨는 요즘 ‘홈트(홈트레이닝)’에 푹 빠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문화센터에서 에어로빅을 배우며 대회에도 나갈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에는 한데 모여 운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집에서 가족 수발만 들다 보니 ‘확찐자’가 되어 체중도 5kg이나 늘었다. D씨는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보다가 요즘 집에서 하는 트레이닝, 즉 ‘홈트’가 인기라는 말을 들었다. D씨는 즉시 러닝머신과 풀업밴드(운동용 고무밴드) 등을 구입해 빈 방을 작은 헬스장으로 꾸몄다.

헬스장에 나가 PT를 받는 대신 유튜브에서 ‘홈트’ 동영상을 틀어놓고 따라했다. 얼마 전에는 딸이 ‘홈트’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주었다. 매일 다양한 운동동작을 가르쳐 주는 어플리케이션이었는데, 특히 강사의 동작과 내 동작을 화면에 동시에 띄워 비교하는 기능이 있어 혼자 운동하더라도 꼼꼼히 코칭 받는 것처럼 운동할 수 있었다. 덕분에 D씨는 ‘홈트’ 4개월 만에 체중을 7kg이나 줄였고, 몸도 예전처럼 탄탄해졌다. 이제 D씨는 코로나가 어서 끝나 예전보다 건강해진 몸으로 에어로빅을 다시 시작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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