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화보] 화살촉 같은 긴 부리로 붕어 몸통을 꿰뚫다

  • 글·사진 금기연 취미사진가
    입력 2022.04.26 10:05

    신대호수 왜가리 촬영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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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사냥감을 잡은 왜가리가 힘차게 물속에서 솟아오릅니다. 마치 개선하는 용사처럼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입에는 커다란 전리품을 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마치 창으로 찌른 것처럼 먹이의 몸통을 날카롭고 긴 부리로 찔러 관통시킨 것입니다. 당연히 덩치 크고 힘 좋은 붕어도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6시간 동안 바위인양 숨죽여 물고기를 기다린 왜가리. 비로소 전광석화의 기술로 물고기를 잡아냅니다. 물고기를 안전한 곳에 내린 녀석은 먹이가 저항의 몸부림을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세히 보면 먹이를 아래위의 부리로 젓가락처럼 집은 것이 아닙니다. 마치 창으로 찌른 것처럼 먹이의 몸통을 날카롭고 긴 부리로 찔러 관통시킨 겁니다. 
    그러니 큰 덩치의 힘 좋은 붕어도 꼼짝 못하고 잡힌 상태로 있을 수밖에요. 먹이의 몸부림이 잦아들면 부리에 찔린 먹이를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입안에 넣는 재주를 부려 먹이를 머리부터 입안으로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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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그만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먹이를 잡는 것보다 자신의 안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지요. 아주 드물지만 녀석이 카메라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 마치 공중전에서 탄약을 다 소모해 버린 전투기 조종사가 적기에게 꼬리를 내어주는 대신 정면으로 돌진하는 ‘Ram Procedure’를 연상케 하더군요. 덕분에 진기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먹이는 넘어가면서 계속 몸부림을 칩니다. 커다란 꼬리지느러미가 아래위로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녀석의 가느다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먹이의 덩치가 상대적으로 너무 커서 도저히 넘어갈 것 같지 않지만 녀석은 고개를 위로 쳐들고 기어코 먹이를 삼키고 맙니다. 가느다랗던 목 줄기는 머리통보다 더 굵어집니다. 정말로 불가사의한 모습입니다. 
    가끔은 수초가 목에 걸리기도 합니다. 녀석이 날아가면서 목을 비틀며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수초를 털어버리기 위한 몸짓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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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가리는 관통 당한 먹이가 몸부림을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먹이를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머리부터 통째 입안으로 집어넣습니다. 물고기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먹이를 삼키는 녀석의 가느다란 목 줄기가 엄청 굵어집니다.
    어떤 때는 두세 시간을 기다리다가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무거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와 삼각대, 의자를 양손에 들고 또 음료수와 기타 장비가 든 배낭을 등에 메고서 허겁지겁 녀석이 날아간 곳으로 따라갑니다. 녀석이야 쉽게 물을 가로질러 이동하지만 저는 길을 따라 빙빙 돌아가야 합니다. 
    어떤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려 막 물고기를 향해 뛰어들기 직전에 녀석이 그만 날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무심한 산책객이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저만치서 걸어오면서 왜가리가 먹이를 노리고 있고, 제가 그 광경을 오랜 시간 촬영하고 있는 것을 진작부터 보아서 분명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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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 촬영하다 보니 역광 상태에서의 사냥 장면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역광에서만 가능한 피사체의 선을 아름답게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년여 시도 중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한 드문 모습입니다.
    허탈하지만 다시 녀석을 쫓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애써 피하거나 아예 발걸음을 돌리는 성숙한 시민들에게는 인사도 제때 하지 못하지만 정말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 주머니를 털어 해마다 호수에서 새 사진전을 여는 이유입니다. 성원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자 보람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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