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를 가다-아이스 피오르드] ‘쿵’… 붕괴된 빙하가 만든 파도에 배가 기우뚱

  • 글·사진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입력 2022.04.27 09:58

    이미지 크게보기
    경비행기에서 촬영한 야콥스 하븐 빙하의 위용. 세계에서 침식이 가장 심한 빙하로 하루에도 수십 m가 붕괴되고 있다.
    일루리사트의 마을을 이륙한 경비행기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아이스 피오르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해빙된 바다 위를 지나는 배 한 척이 아이스 피오르드의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경비행기는 세계에서 가장 빙하침식이 심하다는 야콥스 하븐 빙하로 향한다. 하루에도 수십 m가 붕괴된다는 야콥스 하븐 빙하. 그 빙하를 하늘에서 본다는 마음에 가슴이 설렌다. 조종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그 야콥스 하븐 빙하란다. 둥글게 담벽을 친 듯한 빙하가 나타났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이스 피오르드와 북극 바다가 만났다

    이미지 크게보기
    작은 빙산 속 웅덩이에 하트 모양의 에메랄드빛 물이 고여 있다.
    그런데 여태 보아왔던 빙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빙하는 위에서 흘러내려와 녹은 물이 고이며 생긴 빙하 호수가 있는데, 이 야콥스 하븐 빙하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하얀 눈이 덮인 운동장 같은 모습만 보이는 독특한 빙하였다. 아마도 너무 빠르게 침식되어 빙하가 바닷물에 녹기 전에 계속 붕괴되는 현상 같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이스 피오르드에 황금빛 저녁 노을이 물들고 있다.
    검은색의 파헤쳐진 듯한 빙하 속살이 보인다. 주변의 흙과 함께 섞여 나타나는 색깔인 듯하다. 조금 더 빙하 위쪽으로 비행하니, 넓은 빙하 한복판에 에메랄드빛의 빙하 호수가 보인다. 그 에메랄드빛의 빙하 호수는 물길을 만들어 아래로 흘러 내려갈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저 호수 또한 커질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이스 피오르드 탐방객들을 위한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다.
    넓디넓은 피오르드에 배 한 척
    일루리사트에는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하는 산책로가 있다. 나무 보도블록으로 이어지는 길 끄트머리에 아이스 피오르드가 기다리고 있다. 하늘이나 선상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언덕에 올라 넓디넓은 세계유산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한다. 자연의 위대한 광경이 펼쳐진다. 비록 오늘은 이곳에 머물지만, 내일은 저 넓은 바다로 흘러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아이스 피오르드 속에서 자그마한 배 한 척이 다니고 있다. 이 넓은 아이스 피오르드에서 인간이 만든 조각배 한 척의 움직임이 고요한 피오르드에 생동감을 주고 있다. 어둠이 다가온다. 저녁노을이 아이스 피오르드에 비친다. 피오르드의 바닷물을 시작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황혼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다양한 형상의 빙하들. 거북이 빙산
    빙하 붕괴 계속되면 온난화 빨라져
    일루리사트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인 아이스 피오르드를 관광하기 위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빙산과 쪼개진 얼음조각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아이스 피오르드를 감상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곳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도 있다. 고무보트를 끌고 다니는 소형선이 이채롭다. 아이스 피오르드 사이를 운항하다가 아주 특이한 형태의 빙산을 보았다. 검은 띠를 두른 듯한 빙산이다. 아마도 흙속에 묻혀 있다가 떠내려온 빙산인 것 같다. 물 반 얼음 반인 세계자연유산, 아이스 피오르드…. 그 사이를 헤치고 운항하는 배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이미지 크게보기
    곰보형 빙산.
    바다로 빙산과 얼음조각이 계속 흘러들고 있고 상류에서는 야콥스 하븐 빙하가 계속 쏟아져내린다. 이 아이스 피오르드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끝없이 흘러내릴 것이고, 바닷물의 수위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앞으로 그린란드 빙하의 붕괴가 멈춰지지는 않을까…? 그 열쇠는 우리 인간들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을 것이다. 빙하가 계속 없어지면 토양이 노출되는데, 얼음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조각품 빙산
    거북이·책꽂이·계단… 기기묘묘한 빙하들
    에키Equi 빙하Glaciers는 지구온난화로 수시로 낙하하는 특이한 빙하로서 왕복탐방하는 데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형 배를 타고 빙하 가까이 가서 빙하가 떨어져 분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형 배가 한 시간쯤 달렸을까, 서서히 얼음조각들이 나타난다. 빙하지역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조그맣고 평평한 빙산 위의 작은 빙산조각, 그 위에 앉아 있는 바닷새가 반긴다. 불현듯 앞을 가로막는 거북이 빙산과 파도와 바람에 씻겨 형성된 곰보형 빙산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느낀다. 비바람에 씻겨 책을 끼워놓은 듯한 책꽂이형 빙산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각품 빙산, 비바람과 파도에 씻긴 듯한 원형 계단식 빙산과 터널이 보이는 아치형 빙산 등 빙산들의 퍼레이드다.
    이미지 크게보기
    빗살무늬빙산
    빙산들을 감상하는 동안 우리의 배는 에키 빙하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 본 에키 빙하는 양쪽으로 바위에 걸터앉은 듯 우리 앞에 서있다. 빙하 앞으로 우리 배가 다가간다. 바닷물은 보이지 않고 쪼개진 빙하가 바다 위를 채우고 있었다. 방금 무너져 내린 빙하조각들인 것 같다. 조금 가까이 다가서자 서있던 빙하의 일부가 무너져 그 파고가 다가와 움찔, 배는 뒷걸음친다. 상당히 큰 위력의 파고였다. 검은 띠의 빙산조각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쪽 끄트머리 빙하는 꼭 도마뱀이 엎드린 모습 같다. 자연이 그렇게 ‘빙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