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위기일발의 울진 금강송, 이 것 덕분에 살았다

  •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입력 2022.04.20 09:39

    온리 더 브레이브

    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일대를 불태우던 산불이 드디어 진화됐다. 이날 울진 지역에 내린 17㎜의 단비 덕분에 주불을 끌 수 있었다. 3월 4일 산불이 발생한 지 213시간 만으로 역대 최장이었다. 그 비가 없었다면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 추정치는 2만4,900㏊로 서울 면적의 40%에 해당되는 엄청난 넓이다.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체계적인 산불 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388채가 불탔고, 이재민 430명이 발생했다.
    울진 산불로 서울 면적의 40% 피해
    산림청은 화재 발생 첫날부터 울진군 소광리에 있는 금강송 군락지 보호에 최선을 다했었다. 금강송 군락지는 우리 전통 소나무의 원형을 완전하게 보전하고 있는 1,600㏊의 광활한 숲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소나무를 비롯해 평균 수령 150년의 금강송 군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강송은 절단면이 붉은빛을 띠어 일반 소나무와 확연히 구분된다. 금강송 목재는 왕궁과 종묘 등 국가의 중요 건축에 사용된다.  
    이번 산불로 한때 금강송 군락지 300m 앞까지 불길이 번졌으나 산림 당국이 방어에 성공해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당국이 펼친 방어 대책은 방화선 구축이었다. ‘방화선fire lines’이란 화재의 연소를 막기 위해 불붙을 만한 것을 없앤 지대를 말한다. 불이 발생해 연소하려면 산소, 열, 그리고 연소물(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이나 물질)이 필요한데, 방화선 구축은 이 연소물을 제거해 화재의 확산을 막는 방식이다. 
    미국 서부-중부 지역은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지난해 7월엔 미국 서부 13개 주에서 대형 산불 80여 건이 한꺼번에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뉴욕의 하늘이 한동안 잿빛이었는데, 미 서부의 산불로 인한 그을음이 4,500km나 날아간 결과였다.
    호주도 매년 산불로 고통받는 지역이다. 2019년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은 2020년까지 계속됐는데, 6개월 동안 지속된 산불로 1,800만㏊가 불탔다. 한반도의 총면적이 22만3,626km², 즉 2,236만ha이니 그 피해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형 산불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으로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인도양의 해수면이 이상 상승하자 아프리카 쪽엔 홍수가 발생했고, 인도양 동쪽의 호주는 가뭄과 폭염, 산불이 발생했다.
    호주 재작년 산불로 한반도 면적 피해
    실제로 호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평균 기온과 비교해 2019년 기온이 평균 1.5℃ 높아졌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 고온건조 → 대형 산불의 장기화 → 대기오염 → 지구 온난화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호주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약 4억t으로 2019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했다. 호주의 한 해 탄소 배출량이 3억4,000만t이니, 대형 산불 때문에 발생한 탄소 배출량이 1년치보다 많았던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남미 브라질의 아마존도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간 아마존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10억t인데, 최근 아마존의 화재로 인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15억t이라 하니 그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다. 대형 산불을 어떻게 한시라도 빨리 진압하고, 어떻게 사전 예방할 것인가에 인류의 생존이 달려 있는 것이다. 
    산불 잡는 소방관들의 영웅적 모습 그려
    산불을 소재로 한 실화 바탕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Only the Brave>(감독 조셉 코신스키, 2017)를 보면 산불 진압에 있어 방화선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실감 나게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이란 소도시에서 활동한 ‘그래닛 마운틴 산불 진압대원Granite Mountain Hotshots’들의 일과 삶, 그리고 비극적인 사고를 다루고 있다. 
    ‘핫샷hotshot’이란 일반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아주 잘나가는 사람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산불 발생 초기 단계에 방어선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을 가리킨다.
    이들은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경계선을 만든 뒤 맞불을 놓아 불을 끄거나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화작업을 한다. 매우 제한된 보급 자원을 소지한 채 상당 시간을 민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해야 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2,000여 명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영화는 2013년 ‘야넬 힐 화재Yarnell Hill Fire’ 진압 도중 순직한 19명의 소방대원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이들은 방화선 구축 작업 도중 순식간에 규모가 커진 화마를 피하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지역의 산불화재 출동팀인 ‘크루 7’의 책임자 ‘에릭’(조쉬 브롤린)은 자신이 이끄는 소방대가 타입2Type 2에 해당하는 후발대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현장에서 만난 캘리포니아 타입 1 핫샷 대원들로부터 자신들이 처리한 일의 뒷정리나 잘하라며 철저하게 무시 당한다.
    에릭은 자신의 소방대가 진정한 핫샷 크루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산불진화단 단장인 ‘두에인’(제프 브리지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일류가 되고 싶은 그의 욕망은 이제 아이를 낳고 평범한 가족을 꾸리고 싶은 아내 아만다(제니퍼 코넬리)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핫샷 진입을 놓고 이들이 벌이는 대화는 산불 진압 소방대원의 이상과 현실이 어떤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에릭은 크루 7이 후발 지원 작업이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단장에게 선발대 출동을 위해 시장에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두에인 단장은 이제까지 지역 소방대가 핫샷 크루가 된 사례가 없으며, 설령 된다고 해도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화재현장에서 보내야 한다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조언한다.
    단장: 시장 마음 움직이는 데엔 두 가지가 있어. 공포와 탐욕, 알아?
    에릭: 불이 문 앞에 올 때까진 두려워하질 않죠.
    단장: 근데 자네 팀이 핫샷이 되는 날에 시는 두당 한 시간에 49달러를 청구할 수 있어. 연방이나 국유지 불을 끌 때는 말이야. 시에 돈을 벌어주는 거야.
    아만다: 선발팀 자격을 따려면 평가를 받아야죠?
    단장: 평가는 내가 받게 해주지. 만일 시즌에 보통 핫샷팀들보다 더 오래 일하면 초과 근무 수당이 엄청나.
    에릭: 그건 문제없어요. 화재 시즌에 풀가동하죠.
    한편 실직자이자 약물 남용으로 망가진 인생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던 ‘브랜든’(마이즈 텔러)은 전 여자 친구가 자신의 딸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산불 진압대원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영화는 한 팀에서 팀장과 막내로 호흡을 맞추는 에릭과 브랜든의 두 축을 유기적으로 엮어가며 진행된다. 시 소속 소방관으로선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발 핫샷팀이 된 이들은 맹활약을 펼친다. 우리 소방관들이 금강송 군락지를 사수했듯, 이들은 방어선을 구축해 마을의 상징인 수령 2,000년 향나무를 대형 산불로부터 구해내기도 한다.
    가족과의 갈등, 지자체 예산 문제, 등급이 다른 소방대들 간의 신경전 등 실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경험할 내용들이 충실하게 담겨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불길과 그에 맞서 싸우는 소방대원들의 혈투 장면들은 진정한 영웅이 누구인지를 극명하게, 그러나 가슴 저미게 보여 주는 수작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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