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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김윤세의 산정무한] 지리산의 봄, BTS의 명품 공연 같은 지리산 야생화군락

글·사진 김윤세 본지 객원 기자, 인산가 회장
  • 입력 2022.05.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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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구례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
지리산 자락 구례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

방방곡곡 어느 산을 가든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이란 노래의 선율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곳곳의 산야에 각양각색,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예쁜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른다. 

조용필, 나훈아, 조수미, 싸이,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꽃의 잔치와 공연은 산행하는 내내 그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바라보며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다.

200km 구례 벚꽃길을 달려

지난 4월 9일, 온 시가지의 길 따라 총연장 200km가 넘는다는 구례 벚꽃길을 승용차로 달리면서 “야! 좋구나, 예쁘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리산 정원에 도착했다. 승용차에서 내려 무게 9kg 남짓한 배낭을 둘러메고 아내 우성숙과 함께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28℃를 넘나드는 봄날의 땡볕을 그대로 쬐며 산행을 시작한다. 

10분쯤 걸으니 지초봉 1.5km 거리임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비탈길을 한참 오르니 1.3km, 30여 분을 더 걸어서 능선에 오르니 지초봉까지 0.8km 거리임을 표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모두 1.6km 거리의 비탈길을 1시간 남짓 꾸준히 오르고 또 오르니 마침내 정상인 지초봉에 다다른다.

비탈진 산길을 오르면서 조선 초기의 대학자이자 도인道人으로 이름난 김시습金時習 선생의 시가 떠오른다.

온종일 짚신 신고 걷는 나그넷길/ 산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푸르네/무념무상이라 아무런 걸림 없나니/참된 도를 어찌 거짓으로 이루랴/이슬 내린 아침에 산새들 지저귀고/봄바람에 대지는 꽃으로 미소 짓네/지팡이 휘두르며 산으로 들어가니/짙은 안개 걷히며 푸른 벽 드러나네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想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露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筇歸去千峰靜  翠壁亂烟生晩晴


종일망혜신각행  일산행진일산청  심비유상해형역  도본무명기가성
숙로미희산조어  춘풍부진야화명  단공귀거천봉정  취벽난연생만청

지난 4월 3일 지초봉에 올라 정상부의 이정표 앞에서.
지난 4월 3일 지초봉에 올라 정상부의 이정표 앞에서.

김시습 선생의 호는 매월당梅月堂, 법호는 설잠雪岑이며, 조선 세종 17년(1435)에 태어나 성종 24년(1493)에 60세를 일기로 충남 부여의 무량사無量寺에서 세연世緣을 마치고 입적했다. 세 살 때 글을 지어 세상을 놀라게 한 신동神童으로서 다섯 살 되던 해에 당대의 임금 세종대왕 앞에서 시재詩才를 유감없이 발휘해 상으로 비단 수십 필을 받기도 했다.

선생은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혈혈단신으로 전국 각지를 정처 없이 방랑하는 고달픈 여정旅程을 이어가던 어느 봄날, 산 넘고 물 건너 걷고 또 걷다가 문득 산이 설하는 법문에 귀 기울이고 온갖 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일렁이는 봄바람에 막 꽃으로 피어나 미소 짓는 대지大地의 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선생도 말없이 미소 짓는다. 이 시는 그러한 정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잘 보여 주고 있다.

흠뻑 땀 흘린 후 맛보는 농주의 맛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당도한 해발 601m 지초봉 정상에서는,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이용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발아래 펼쳐진 구례읍 방면을 향해 냅다 달리다가 두 발을 모아 높이 들어 올리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 유유자적 하늘 바람을 즐기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을 푸른 하늘 곳곳에서 연출한다.

창공을 나는 인간 새들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다가 시야에서 멀어지거나 사라지면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산행을 이어간다. 

지초봉 정상에서 지리산둘레길로 이어지는 구리재까지 ‘750m 거리’ 라는 이정표를 따라 하산길을 내려가 20여 분 걸어서 정자에 도착해 좌정한 다음,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씻은 뒤 끝없이 일어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니고 간 농주 ‘탁여현濁如賢’을 꺼내 150mm 잔 두 개에 각각 한가득 부어 동행한 아내와 건배를 한 뒤 단숨에 들이켠다. 

보통 집안의 주방이나 웰니스 호텔 인산가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마실 때의 ‘탁여현’과는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시원한 맛을 한껏 즐길 수 있음에 무한 기쁨을 느낀다.

구례 산동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 따라 난 임도를 승용차로 거슬러 올라온 대여섯 명의 가족들이 정자를 올려다보기에 방을 빼야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해 술병과 술잔을 주섬주섬 배낭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 계단을 내려와 지리산 정원 방향으로 내리막길 하산을 시작했다. 

구리재에서 구례수목원까지 3.4km, 지리산 정원 야생화 테마랜드까지 2.9km라는 이정표를 참고해 남쪽으로 지리산둘레길을 따라 굽이굽이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서 1시간쯤 내려가니 ‘칡대밭골’ 이정표가 나타났다. 구례 예술인 마을과 지리산 정원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지리산 정원길로 접어들어 봄날의 뙤약볕을 쬐며 30여 분을 더 걸어 주차해 둔 방문자 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날은 봄 산의 온갖 꽃들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노래하는 공연을 즐기며 해발 246m에서 601m를 오르내리며 총 5.8km 거리를 3시간 33분 동안 산행했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 

인산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 선생의 유지를 펴기 위해, 차남인 김윤세 現 대표이사이자 회장이 198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산 선생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선생이 여러 저술을 통해 제시한 물질들을 상품화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2018년 식품업계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함으로써 죽염 제조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윤세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 『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삶을 제시한 『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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