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책상 위에 '1호 타이틀' 추가…국립공원공단 첫 여성임원 손영임이사

입력 2022.05.09 09:55

“월악산, 설악산, 치악산. 공교롭게 근무했던 산이 대부분 ‘악’자 들어가는 산이었네요.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현장에서 일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이사장 송형근) 손영임 자원보전이사는 지난해 말 공단이 생긴 이래 첫 여성 임원 이사 타이틀을 달았다. 1987년 공단 설립 이후 34년 만에 처음. 손 이사는 공채 1기로 30여 년간 전문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요즘은 국립공원 여성 레인저들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지만 예전에는 거친 산악활동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국립공원의 특성상 레인저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드물었다. 여성 레인저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손 이사는 첫 타이틀 수집가다. 지난 2007년 공단에서 여성 직원 처음으로 3급으로 승진한 뒤 공단 본부의 정보서비스부장과 노사협력담당관을 거쳤다. 이어 여성 첫 국립공원사무소장(치악산)이 된 후 여성으로 첫 처장이 됐고, 이번에는 첫 여성 이사가 됐다. 30년간 국립공원에서 한우물을 파고 다양한 보직을 거치면서 국립공원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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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마라톤 동호인 모임 ‘달마회’ 춘천 마라톤 참여.
국립공원에 대한 깊은 애정
손 이사는 자원보전이사로서 국립공원을 효율적으로 보전·관리하는 중책을 맡았다. 보전에 국한하지 않고 공단이 관리하는 자연자원에 부가가치를 더함으로써 주민들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까지 포함한다.
“진도 서북쪽 끝자락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외병도라는 섬이 있어요. 그곳에 살던 소녀가 쓴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일기집을 읽은 적이 있어요. 50여 년 전에 쓰인 책인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 우리집은 비만 오면 지붕에서 비가 줄줄 샌다. 그러나, 한편 저 멀리 물을 길러가지 않아도 빗물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뭍에 나간 어머니는 비 때문에 배가 안 떠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외병도 주 민들은 참 가엾다. 차라리 이 섬이 없었더라면 (1968.05.05. 조선일보 김예자 어린이 일기 中)
“손주들이 보고 싶지만, 불편하다고 안 온대요” 마실 물이 부족해서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로 아껴쓴다. 2001년에 설치해 준 태양광은 용량도 작고 오래돼서 할머니들이 전기장판 한 장으로 겨울나기도 힘들다. 이장으로서 죄송스럽다. (2021.03.04. 박형식이장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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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해상국립공원 외병도 현장점검.
놀랍게도 외병도의 현재 상황은 50년 전과 그렇게 많이 변한 게 없어요.”
외병도는 현재 17가구 20명이 살고 있다. 이 섬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진도군에서 처음 세워진 발전소다. 전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여느 낙도와 마찬가지로 물을 구하기가 힘들어 집집마다 물통에 빗물을 받아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섬 마을에는 아직도 물이 부족하다. 산이 깊지 않고 나무가 많지 않기 때문. 손 이사는 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물 공급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고, 지난해 지하수 개발을 완료했다. 섬 소녀의 소원이 50여 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오래전 소녀의 일기장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손 이사에게서 국립공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손 이사는 외병도처럼 공원 내 낙후된 섬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열정을 쏟아 왔다. 손 이사가 마을사업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국립공원 명품마을 사업’은 ‘제1기 마을사업(2010~2020)’은 국립공원 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국립공원을 스스로 보전하면서, 잘 보전된 생태계와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주민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각종 규제로 인한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제한에 따른 보상과 상생을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자 2008년에 최초로 시작되었다. 주민지원사업이 시행된 후 10년간 주민 소득은 8억7,000여만 원에서 30억 원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고,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지인 수도 60% 늘었다. ‘제2기 마을사업(2021~2030)’은 공원마을 주민의 생활환경개선, 복리증진 등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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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정상 등반 후 하산 도중.
국립공원 보전·보호업무의 수장
국립공원공단의 보전이사 업무는 크게 자원보전, 환경관리, 지역협력, 국제협력 등으로 나눈다.
그 가운데 특히 자원보전처는 국립공원의 자원과 동식물 자원의 서식지 보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취약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 등 멸종위기종의 증식과 복원을 통해 국립공원의 생물다양성 향상 및 서식지를 보호 관리한다. 특히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야생동물 질병 확산 저지를 위한 대응이 주요 업무가 되고 있다.
공원환경처에서는 연간 4,000만 명에 달하는 탐방객들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행위를 방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취사·흡연·샛길 출입 등의 무질서 행위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올해는 특히 국립공원 지역 위성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비교 판독해 불법발생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상생협력처 내 지역협력부는 국립공원 내 지역주민을 위해 명품마을 조성, 존치마을 개선, 낙후지역 생활기초시설 개선, 지역소득 증대 지원 등을 실시한다. 낙도지역의 상하수도 및 오수처리 시설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적 관계에서 상호 혜택을 창출하는 사업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립공원을 나라에서 관리하는 경치 좋은 곳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60%가 서식하는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가장 보전가치가 있는 곳이자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할 만큼 소중한 자연자원과 문화유적이 많은 곳이다. 우리가 국립공원을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할 이유이다.
손 이사는 “자연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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