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프리솔로 추락] "암장 주변에 10여 명…구조 외쳤지만 아무도 안나섰다"

  • 글·사진 강윤성 도서출판 다산 대표
    입력 2022.05.03 09:53 | 수정 2022.05.03 10:05

    유명 프리솔로 최지호씨, 정상 올랐다가 하강 때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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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이송 준비를 하고 있다.
    하얀 벚꽃이 절정을 이룬 화창한 봄날, 수리산 매바위로 향했다. 산본 신도시 곳곳에는 꽃구경 나선 사람들이 물결을 이뤘다. 때때로 부는 바람에 벚꽃이 눈송이처럼 휘날릴 때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이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있을까.
    우리 등반 팀 7명은 수리산 경클리지 등반을 위해 수리산산림욕장에서 만나 성불사를 거쳐 4월 10일 오전 10시 40분쯤 매바위 암장에 도착했다. 당시 한 명의 클라이머가 ‘작은악마’ 루트 중단에서 로프에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단독 등반 후 하강 중인 듯했다. 그리고 10여 명의 등반가들이 암장 주변에 보였다. 매바위 암장은 경클리지 10피치 중 1·2·3피치 암릉에 접한 남서쪽의 벽을 지칭한다. 우리 팀은 경클리지 등반을 위해 매바위에서 암릉 초입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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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헬기 이송을 위해 구조대원이 하강하고 있다
    ‘쿵’ 하는 소리… 처음엔 낙석인 줄
    한참을 쉰 후 11시쯤 두 팀으로 나눠 등반을 시작했다. 먼저 선등에 나선 A씨(남성, 58세)가 매우 천천히 조심스럽게 등반하며 1피치 정상에 올라섰다. 그런데 잠시 후 A씨의 외마디 고함과 함께 ‘쿵’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낙석”으로 짐작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할 준비를 했지만 금세 잠잠해졌다. 건너편 매바위 암장으로 낙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거듭 들려왔다. ‘누군가 낙석에 맞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 팀 선등자가 추락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스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후 선등자 A씨가 이번에는 우리 쪽을 보고 외쳤는지 “119에 빨리 신고해”라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경클리지 초입에서 매바위까지는 40m쯤. 일단 상황 파악을 위해 헬멧과 벨트를 그대로 찬 채로 일행 B씨(여성, 62세)와 함께 곧장 뛰어 올라갔다. ‘왜 우리한테 119 신고를 요청했을까? 매바위 암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벌써 신고했을 텐데…’라는 의문이 들었다.
    매바위 ‘작은악마’ 루트 시작지점 공터에 올라서자 추락자가 돌부리가 삐져나온 다소 경사진 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모습은 끔찍하고 참혹했다. 추락자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암장 주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평온했다. A씨가 외친 구조요청과 추락자가 바닥에 떨어질 때 난 큰 충격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던 것일까. 사람들이 추락자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빗나가자 세상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바뀌며 충격을 가했다.
    사고지점 바로 왼쪽 벽엔 추락사고가 난 것도 모른 듯 등반 중이었고, 암장에서 15m쯤 떨어진 숲속의 공터와 암장 위쪽 20m쯤에도 각각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서야 우리 팀 선등자 A씨가 왜 그토록 우리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외쳤는지 의구심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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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자 이송 후 경찰과 119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고 1분 만에 현장 도착, 심폐소생술 실시
    필자와 B씨가 사고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 직후 1분 안팎이다. 그때까지 추락자는 가까이 있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구조의 손길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땅바닥에 홀로 누워 있는 그 모습이 가슴 아플 정도로 가여웠다. 사고현장에 대한 두려움이나 트라우마, 심지어 심폐소생술에 대한 무지든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인 것은 없다.
    추락자를 보는 순간 사망할 것을 예감했지만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꼭 살리고 싶었다. 추락자의 의식과 호흡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 다행히 사고현장으로 한 남성이 다가와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으며 도와줬다.
    “일단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환자를 아래쪽 평평한 곳으로 조금만 옮겨서 눕히죠.”
    응급처치는 시간이 생명이다. 1분 이내 가슴압박만으로도 생존율을 50% 이상 높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119구조대에 최초 신고를 한 B씨가 스피커폰을 통해 119구조대와 필자의 통화를 연결해 줬다.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압니까?” “네, 잘 압니다.” “상황 좀 말씀해 주세요.” “1분 전에 바위에서 추락했는데 의식과 호흡이 없어서 심폐소생술을 진행 중입니다. 두 손목이 골절됐고, 머리 앞쪽이 함몰됐으며, 머리와 코에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위치가 정확히 어디죠? ”“수리산 매바위입니다. 성불사에서 바로 위쪽 숲길로 300m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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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정지가 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심장제세동기.
    가슴압박 중에 원활한 혈류의 흐름을 위해 암벽화와 초크백을 벗겨냈다. 추락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헬멧도 쓰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일도 묶여 있지 않았다. 암벽화만 신은 채 초크백을 찬 볼더링 등반 차림이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추락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벽 하단에서 볼더링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보기에는 추락자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고, 벽 상단에서 떨어진 게 분명했지만 프리솔로 등반 중 추락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도움을 준 남성과 2~3분마다 교대하며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119구조대와 연결된 스마트폰의 신호음에 맞춰 가슴압박을 이어갔다. 그리고 119구조대 도착 시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추락자의 신원을 파악하고자 주변에 펼쳐진 많은 장비와 배낭, 옷을 뒤져 간신히 지갑을 찾아냈다. 다행히 운전면허증과 응급처치법전문과정 수료증이 있었다. 최지호(48세)씨였다. 하지만 정작 찾고자 한 스마트폰은 주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 곧장 연락을 취할 수 없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쯤 산 아래 멀리서 앰뷸런스 소리가 났다. 성불사에서 2km 떨어진 군포소방서에서 구조대가 출동한 것이다. 최소 20분이면 119구조대가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구조대로부터 산 초입에 도착하면 길을 안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매바위 암장은 등반가들조차 길이 헷갈려 온 산을 헤맨 사람도 많은 곳이다. 뒤따라 올라왔던 우리 팀 C씨(여성, 50세)가 한시가 급한 상황에 암벽화를 신은 채 산길을 뛰어 내려갔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C씨의 발바닥은 물집이 잡히고 발등의 피부는 여기저기 찢어졌다.
    119 구조신고(11시 11분) 후 16분 만인 11시 27분에 구조대원 다섯 명이 숨을 헐떡이며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할 동안 계속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다가 추락자 최씨를 인계하며 물었다.
    “제세동기는 어디 있나요?” 
    “가지고 올라오는 중입니다.”
    이후 전신 방호복을 입은 5명의 의료팀이 자동제세동기를 가지고 올라와 추락자의 가슴에 2개의 패드를 붙이고 심장리듬을 분석했다. 다행히 심장충격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음성지시가 나왔다.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로도 심폐소생술이 지속됐고 심장리듬 분석도 두세 번 반복됐다. 11시 36분쯤 119소방대 헬기가 도착해 환자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후 들것으로 옮겨져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됐다.
    119구조대 구조활동 중 4~5명의 경찰과 형사들이 사고 경위를 밝힐 목격자를 찾기 위해 암장 주변을 탐문했다.
    목격자가 아닌 필자의 사고에 대한 설명은 추정에 불과했다. 암장 주변 사람들 중에 목격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한 경찰이 숲에서 스마트폰을 찾았다며 필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이 내민 스마트폰은 다행히 잠금이 풀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게 오늘 촬영된 영상이 있는지 확인을 부탁했다. 프리솔로 등반을 하는 최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 시작과 끝에 “찍으시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하죠”라는 음성이 녹화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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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에 펼쳐진 고인의 등반장비와 옷가지들. 로프도 있었으나 수거가 안 된 듯하다.
    등반 후 클라이밍다운 준비 중 추락
    영상은 최지호씨가 주변의 누군가에게 촬영을 부탁한 11시 6분부터 녹화됐다. 최씨가 마지막으로 오른 루트는 매바위 ‘작은악마’였다. 이 루트는 난이도가 5.10C, 높이는 10m쯤 된다. 사선형의 크랙이 상단까지 뱀이 기어가듯 이어져 있다. 크랙 루트는 홀드가 확실해서 프리솔로 등반에 적합하다.
    우리 팀 B씨가 구조신고를 한 시간이 11시 11분이고, 1분 전쯤 추락했으니, 그의 등반은 영상 촬영을 부탁한 시점부터 3~4분 사이에 끝났을 것이다. 참고로 그가 전날 프리솔로로 등반한 후 유튜브에 올린 ‘훅’ 루트의 영상 길이는 2분 52초이다. 루트 높이는 ‘작은악마’와 거의 같다.
    촬영을 부탁받은 사람은 최씨가 루트 끝 쌍볼트에 올라섰을 때까지 그의 등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매바위 암장은 도심 근교이고 접근이 용이해 주말이면 클라이머들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이날은 비록 한산했지만 최씨는 멋진 등반 영상을 확보하고자 다른 사람에게 촬영을 부탁했을 것이다. 
    그의 유튜브의 영상에는 암장 주변에 촬영을 부탁할 클라이머가 없어 아쉬워했던 장면이 있다. 전날 토요일에도 최씨는 매바위를 찾아 ‘작은악마’ 바로 왼쪽 루트 ‘훅’을 프리솔로로 올라 유튜브에 영상(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영상)을 올렸다. 그때도 주변에 있던 한 등반가에게 촬영을 부탁했다.(댓글에 촬영자의 추모의 글이 있다)
    “영상 보시면 누군가 찍어줬잖아요? 부탁도 하고요. 삼각대에 고정돼 찍힌 게 아닙니다. 등정 모습까지만 찍혔으니, 추락 장면을 목격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요. 그런데 만약 주변에서 누군가가 프리솔로 등반을 한다면 전부 쳐다볼 겁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등반이거든요.”
    이후에도 경찰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돌아와서 필자에게 사고 경위를 문의했고 목격자를 찾아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최지호씨가 헬기로 이송되고 현장의 모든 인원이 철수하기 직전 마침 경클리지를 하강한 우리 팀 A씨가 도착했다. 
    A씨는 당시 암릉 1피치 정상에 섰을 때 매바위 상단에 올라선 최씨를 10여 m 거리에서 목격했다고 한다. 최씨는 잠시 쉰 후 암장의 누군가에게 “이제 내려갈게요”라고 말한 후 두 손을 놓는 듯한 자세로 추락했다고 한다. 아마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뎠거나 연습 등반으로 오르내렸던 자일 하강 하는 줄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는 추락했고, 그 모습은 영상에 찍히지 않았다.
    “그가 추락하자마자 자세를 틀어서 추락현장을 내려다보니 10여 명의 사람들이 암장 주변에 보였어요. 구조요청을 여러 번 외쳤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우리 팀에 119 신고하라고 외쳤던 겁니다.”
    구조활동이 종료된 후 A씨는 목격자, B씨는 최초 신고자, 필자는 자진해서 경찰서로 함께 가 진술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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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마지막 등반을 한 ‘작은악마’ 루트 앞에 그의 암벽화가 놓여 있다. 연습 등반 후 풀어놓은 로프가 바위 중턱에 있다.
    프리솔로,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망할 수 있어
    프리솔로 클라이밍은 극단적인 위험을 무릅쓴 등반 방식이다. 등반 중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행위다. 그래서 프리솔로 등반가들은 등반에 확신이 설 때까지 같은 코스를 수십 번 연습한 끝에 도전한다.
    최지호씨는 생전에 북한산, 관악산, 삼성산, 수리산 등에서 열정적인 프리솔로 등반을 펼쳐왔다. 등반 24년 경력의 그는 최근 3년간 200여 편의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최지호)에 올리기도 했다. 수백 번의 프리솔로 클라이밍을 경험한 최씨에게 ‘작은악마’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루트였을 것이다. 
    그의 프리솔로 영상 중에는 고난도의 루트인 매바위 황펀치(5.12a)도 있다. 게다가 전날에는 바로 옆 루트 ‘훅’을 등반했고, 이날 오전에는 ‘작은악마’를 오르내렸을 것이다. 두 곳 모두 이미 1년 전에 그가 프리솔로 등반을 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등반사고는 찰나의 방심에서 발생한다. 한여름을 방불케 한 봄날도 한 몫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고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더 큰 어려움에 도전하는 프리솔로 클라이머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최지호씨는 자신의 프리솔로 등반 유튜브에 “난이도란 숫자가 아니라 그 루트와 하나 되는 몰입도”라면서 “솔로등반이 거의 숙명처럼 다가오지 않았다면 접하지 않는 게 좋다”고 뭇 등반가들에게 경고의 글을 남겼다.
    “프리솔로 등반에는 보이지 않는 난이도가 존재한다. 출발부터 하강까지 모두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 등반 중 멘털이 강하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몸이 굳어버린다. 따라서 등반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럼에도 변수가 존재하고 그것 때문에 최근 10년간 4명의 단독등반 하던 분들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베테랑이었다. 대단히 위험하다.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길 당부 드린다.”
    군포경찰서에서 대기 중 최지호씨가 생전에 추구했던 등반 모습을 유튜브 영상으로 접했다. 그의 등반열정에 절로 경외감이 느껴졌다.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치고 나온 시각은 오후 2시. 봄날은 더 뜨거워졌고 거리의 벚꽃은 꽃비가 되어 속절없이 떨어졌다. 고인의 봄날도 그렇게 갔다. 오후에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마지막 영상 댓글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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