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토양지도] 세계 최초 1:5,000 ‘흙지도’ 나왔다

입력 2022.05.12 09:56

제작 기간 13년…13개 입지환경 정보와 11개 토양정보 제공

국토의 63%인 산지의 토양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탄생했다. 산림청이 1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산림입지토양도(이하, ’산림토양지도‘라 한다)’를 제작, 공개했다. 제한적인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산림토양지도를 1:5,000의 대축척으로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다.
산림토양지도는 전국 산림의 입지와 토양 환경을 조사해 토양의 특성에 따라 구분한 지도다. 해발고, 경사, 사면 위치, 암석 노출도 등 13개 입지환경 정보와 유기물 층의 두께, 토양의 깊이, 건습도 등 11개 토양정보를 제공한다.
토양은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고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토양에 따라 산림자원의 효율이 갈린다. 토양의 정보를 알면 산림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전국 나무의 종류, 굵기, 나이를 나타낸 임상도가 산림의 지상부를 설명한다면, 산림토양지도는 산림의 지하부를 설명하는 정보인 셈이다.
13년, 351억 원, 621명 투입
산림토양지도를 처음 제작하기 시작한 건 1976년이다. 산림청은 경제림 단지 조성과 산림녹화에 필요한 수종을 선정하기 위해 간략한 토양 정보를 제공하는 간이산림토양도를 제작했다. 이후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산림관리의 기본이 되는 입지환경 조건과 토양의 성질을 조사해 1:25,000 축척의 산림입지도를 제작했다.
하지만 지형이 복잡하고 입지토양환경의 변이가 큰 우리나라 산림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높은 정밀도와 목적별로 특화된 산림입지 정보를 갖춘 대축척 산림토양지도가 필요했다. 이에 국가공간정보체계 구축사업이 국정과제로 본격 추진되면서 2009년부터 1:5,000 축척의 표준 지도체계에 맞춰 기존 지도 대비 25배 정밀한 1:5,000 산림토양지도 제작 사업이 시작됐다.
산림청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동안 351억 원의 예산과 621명의 산림토양 전문가를 투입했다. 11만6,300개소의 표준지를 대상으로 산림의 입지환경과 토양환경을 조사하고, 현장에서 채취한 4만86점의 토양 시료의 토성, 산도, 유기물 등을 분석해 1:5,000 축척의 전국 산림토양지도 1만6,430장을 완성했다.
가장 많은 토양은 ‘갈색산림토양’
완성된 산림토양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림의 토양흙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산림 토양의 생성과 관련된 모암의 경우 화성암(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암석)이 37.3%, 퇴적암(퇴적물이 단단하게 변해 만들어진 암석)이 28%, 변성암(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암석)이 24.7%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화성암과 변성암이 주로 분포하고, 퇴적암은 주로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에 있었다.
산에 흙이 얼마나 높이 쌓여 있는지도 중요한 정보다. 나무의 생육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표고의 분포라 하는데 100~200m 미만이 21.3%, 200~300m 미만이 19.1%, 300~400m 미만이 14.4%로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산림경영이 어려운 경사 30° 이상의 절험지는 26%다.
가장 많은 흙은 갈색산림토양이다. 갈색산림토양은 전체의 77.2%에 달한다. 갈색산림토양에서 건습도에 따라 약간 건조한 수분조건을 가진 토양은 72%, 생산력이 좋은 적윤(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지나치게 습하지도 않다는 뜻)한 토양은 5.6%로 나타났다. 다음 암적색산림토양이 10.3%, 회갈색산림토양이 6.5% 순이다.
지역적 특색을 살펴보면 단연 제주도가 눈에 띈다. 제주도는 화산회산림토양이 전체의 81.1%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는 대부분 갈색산림토양이다. 충청남도 94.7%, 경기도 91.9%, 충북 84.4%, 전북 84.2% 등이다. 이외에 강원도는 암적색산림토양이 21.5%, 경상북도가 암적색산림토양은 16.6%, 회갈색산림토양은 14.8%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흙의 종류는 산림의 생산력과 관련이 있다.
나무뿌리의 생장과 관련 있는 토양의 깊이는 30~60cm 미만이 49.2%, 30cm 미만은 35.3%다. 또한 토양 성질은 모래가 절반 이상 섞인 사질양토가 41.8%, 모래와 점토가 적절히 함유돼 있어 나무 생장에 좋은 양토가 35.5%였다.
산림청은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산림토양은 약 26%가 경사가 매우 심한 절험지며, 41.8%가 모래가 많은 사질양토, 85% 이상이 토양 깊이가 60cm 미만인 상황”이라며 “산림경영에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없어 매우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잘 자라는 나무를 점친다!
그렇다면 이 산림토양지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산림청은 “탄소저장량 관리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생산능력 기반의 과학적 산림 자원 육성, 수자원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 산사태 등 산림재해 예방 등에 활용된다”고 답했다.
산림토양은 놀랍게도 탄소저장소로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탄소저장량만 따지고 보면 산림의 탄소저장량 중 가장 많은 45%다. 따라서 탄소중립시대에 전국 단위 산림토양의 탄소저장량을 평가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정확한 후속 대책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최근 늘어난 귀농·귀촌인들에게도 유용하다. 필지 단위의 상세한 토양정보는 지역별, 임지별 생산능력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 산채, 산약초, 수실류 등 단기임산물의 재배 최적지 정보를 농가에 정확히 알려줘 임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토양의 상태에 따라 수십 년 뒤에도 튼튼히 자랄 나무의 종류를 좀더 정확하게 추천해 줄 수 있어 조림수종을 최적화하는 데 용이하다.
물론 기존의 산림생태계 관리에도 활용된다. 이는 산림토양의 산도pH를 기반으로 수행된다. 산도는 토양에 존재하는 각종 양분의 유효도, 유해 물질의 용해도, 식물 뿌리, 미생물의 생리화학 반응 등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건강한 산림을 만들려면 허용 가능한 토양 산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산불과 산사태 등 산림재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기초자료로도 유의미하다. 흙의 깊이와 습한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더욱 정밀하게 선정할 수 있다. 또한 산림병해충에 강한 수목도 적재적소에 조림할 수 있다.
누구나 인터넷서 열람 가능
이 방대한 자료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게시돼 있다. 산림공간정보서비스fgis.forest.go.kr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임업정보 다드림 gis.kofpi.or.kr, 산림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통해서 모든 데이터가 개방돼 있으며, 필지 단위의 상세 토양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우리 동네 뒷산의 흙의 종류와 분포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산림지도, 이젠 빅데이터와 ICT로…
- 강대익 산림청 정보통계담당관 미니 인터뷰
"파리 협정에 따른 2050 탄소중립 체제 출범에 따라 산림의 탄소흡수원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산림경영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산림관리의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임산물의 생산과 품질은 토양의 생산능력과 입지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산림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지형별 토양환경과 관련된 기초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정부의 슬로건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DPG’가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 임업과 수요자 중심의 산림정책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다양한 현장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장 조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기존의 산림지도 제작 방식을 개선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3차원의 디지털 지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림공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등 ICT 기술과 2025년 발사예정인 농림위성을 활용해 디지털 산림지도를 제작하고, 전 국토의 산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완성해 기후변화와 산림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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