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outside] 가족 캠핑에 숟가락 하나 얹었어요

입력 2022.05.09 09:54

방준영·박지연 가족의 캠핑 메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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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솔이네 다섯 식구에게 캠핑 요리 얻어먹기! 메뉴는 뭐가 나왔을까?
“삼촌 오늘 자고 가요?”
‘깨발랄’ 여솔이네 캠핑 준비
아빠 방준영, 엄마 박지연, 첫째 여솔, 둘째 여진, 셋째 여은. 다섯 식구는 캠핑이 익숙했다. 가평의 한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족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흩어졌다. 아빠는 텐트를 치고 장비를 세팅했고, 엄마는 음식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방해하지 않고 노는 게 중차대한 임무여서 떼를 쓰거나 울지 않고 캠핑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부부는 연애 때부터 캠핑 말고도 각종 아웃도어 활동을 즐겼다. 결혼 후 뱃속에 아이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밖으로 나갔다. 아웃도어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세 아이는 그런 아빠 엄마 따라 바깥에서 쏘다닌 경험이 많은 듯 처음 본 우리(취재팀)를 거리낌없이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맨발로 캠핑장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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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방준영 부부. 세 자녀의 부모이자 세무사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 캠핑은 휴식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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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의 캠핑 체어. 가운데 살구색, 파란색 의자가 아빠 엄마 전용 의자고, 그 옆 짙은 회색의 작은 의자가 셋째 여은의 것, 양쪽 제일 끝의 의자 둘은 첫째 여솔과 둘째 여진의 것이다.
“주말마다 이렇게 챙겨서 나오는 게 힘들지 않나요?” 엄마 박지연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집에서 같은 밥 해먹느니 밖에서 놀면서 먹는 게 더 나아요”라고 말했다. 아빠 방준영씨는 “밖에서는 화를 잘 안 내요. 화가 안 나기도 하고요”라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자 둘째 여진이 외쳤다.
“캠핑을 오면 뭘 해도 다 괜찮아요!”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질문을 쏟아내는 우리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아빠가 텐트를 치는 동안 옆에 붙어 도와주는 시늉을 했다. 그 덕분에 텐트는 20여 분 만에 완성됐다.
“어? 이상하네, 저번에 아빠 이 텐트 치는 데 1시간 걸렸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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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가 캠핑 준비를 하는 동안 옆에서 놀고 있는 첫째 여솔(오른쪽)과 둘째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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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이게 왜 이렇게 안 끼워지냐?" "아빠 잘 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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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빠를 돕기위해 딸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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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즐겨 사용하는 스노우피크 어메니티 돔. 내부가 널찍하다. 다섯 식구가 안에서 생활하기에 적당하다.
본격적인 ‘얻어 먹기’ 시작
어떤 메뉴가 나왔을까?
다섯 식구에 우리까지 끼었으니 준비해야 할 게 상당히 많다. 하지만 요리 담당인 엄마 박지연씨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떠나기 전날까지 ‘어떤 걸 먹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엄마 박지연씨는 평일에 아빠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 그러니 음식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식구가 많으니까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거나 양념을 미리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엄마만의 방법이 있다. 박지연씨는 새벽 배송이 되는 ‘온라인 마트’에서 먹을 걸 고른 다음, 주문 마감 시간인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을 마친다. 음식은 캠핑장에서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캠핑장으로 가는 날 아침, 문 앞에 배송 온 음식 재료들을 전부 아이스박스에 넣는다. 그래서 이날은 주꾸미 삼겹살 볶음, 소불고기, 된장찌개가 나왔다. 한 가지 주의할 건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는 맵지 않은 음식(소불고기)과 어른용(주꾸미 삼겹살) 식단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1차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텐트 주변에서 놀기 시작한다. 이때 어른들만의 시간이 ‘잠깐’ 생긴다. 술과 함께 간단한 안주를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박지연씨는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준비한 양꼬치를 내놨다. 양꼬치 역시 온라인 마트에서 주문한 것으로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양념도 세트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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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가 배부르게 먹으려면 테이블이 커야 한다. 여솔이네 식구는 늘 크고 작은 테이블 다섯 개 정도는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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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이스박스는 85L 용량이다. 여기에 새벽 배송 온 음식 재료들을 몽땅 넣고 캠핑장으로 간다.
에피소드1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아이들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냥 먹지 뭐!” 박지연씨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녀는 군인 집안 출신이다. 방준영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장인어른이 군인 출신이시라 아내는 전투력이 굉장히 좋아요!”
에피소드2
어른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 좋은 음악을 틀어 놓은 상태였는데, 이때 첫째 여솔이가 말했다. “잠깐만, 조용히 좀 해보세요.” “왜?” “비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하고 장작이 타는 소리 좀 들으려고요.” 여솔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런 딸을 가리켜 아빠 방준영씨는 또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생 치고 감수성이 좋아요. 캠핑을 다닌 덕분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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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상차림 완성! 이 정도면 다섯 식구와 취재팀 2명, 총 7명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이 잘 먹는 맵지 않은 메뉴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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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어도 되죠?" 푸짐해진 테이블 앞에 가족이 모였다. 아빠 방준영씨는 지친 표정이다.
“모든 가족이 캠핑을 즐긴다면,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부부가 밝힌 캠핑의 좋은 점
1박 2일 동안 방준영, 박지연 부부가 구축한 캠핑 사이트는 세상과 동떨어진 곳이었다. 누구도 화를 내지 않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동화 속 세상이랄까?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이 그런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놀랐다. 그들이 비로소 깨달은 캠핑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캠핑은 언제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까?
방준영(이하 방) :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종종 다니곤 했어요. 그리고선 잊고 지냈는데, 군 복무 시절 무릎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실에서 박영석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그분을 따라 하려고 제대 후 혼자 안나푸르나 트레일을 갔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캠핑을 했죠.
박지연(이하 박) : 아버지가 군인이셨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웃도어 활동이 낯설지 않았죠. 남편을 만나고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도 거부감이 없었고요.
캠핑을 하려면 준비할 게 상당히 많습니다. 다녀와서 짐 정리가 귀찮기도 하고요. 이런 점은 모두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캠핑이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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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팅! 양고기와 와인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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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는 '불멍' 시간. 화롯대 위에서 마시멜로를 굽다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방 : 물론이죠. 특히 아이들한테 좋은 것 같아요. 오늘 막내가 기자님 무릎에 앉았잖아요. 처음 본 사람인데도요. 놀랐어요. 그걸 보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붙임성이나 쾌활함,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는 태도 같은 게 캠핑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박 : 주말에 집에 있으면 크게 하는 일이 없어요. TV를 보거나 끼니 때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게 전부죠. 그렇게 되면 집안일이 또 많아져요. 집에서 집안일을 하나, 밖에서 일을 하나 똑같을 바엔 캠핑장에서 가족들 모두 같이 노는 게 더 이득이죠. 그리고 애들은 집에서 놀았던 건 기억을 잘 못하는데, 밖에서 논 건 뚜렷하게 기억하더라고요. 둘째가 두 살 때였나? 텐트에서 맨손으로 파리를 잡은 적이 있어요. 그걸 지금도 기억하고 얘기를 들려줘요.
최근 캠핑을 하면서 가족 중 누군가의 새로운 면, 몰랐던 상황 등을 알게 된 점이 있나요?
방 : 큰애가 굉장히 감성적이라는 걸 알았어요. 우리 식구를 통틀어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없거든요. 아까 보셨죠? ‘장작 타는 소리, 빗소리를 듣고 싶다’고 조용히 해달라고 했잖아요.
박 : 아! 캠핑 오면 애들이 울지 않아요. 동네에서 놀다가 넘어지면 울고불고 난리인데, 캠핑장에서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서요.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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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빵과 과일로 간단하게 차린 아침상을 앞에 두고 가족들이 모였다
캠핑을 가면 주로 어떤 음식을 먹나요? 메뉴는 누가 정하죠?
방 : 주로 아내가 준비하죠. 저는 장비 담당이고요.
박 : 부부가 같이 일을 하니까 평상시 음식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어요. 그래서 금요일 오후가 되면 스마트폰 앱을 켜서 새벽 배송이 되는 온라인 마트에 접속하죠. 여기서 캠핑장에서 먹을 음식들을 골라요. 이거 정말 편해요. 엄마들이라면 이 앱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 앞에 주문한 재료들이 와 있죠. 이걸 아이스박스에 통째 넣어서 가져와요. 메뉴는 주로 제가 정해요. 아이들도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는데, 다만 매운 음식은 어른들용으로 따로 준비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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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지연씨가 쓰는 비밀 양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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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게 아침까지 얻어먹었다. 메뉴는 토스트, 딸기, 사과. 든든하게 먹고 캠핑장을 떠났다.
두 분이 생각하는 캠핑의 좋은 점은 뭐죠?
방 : 너무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하나를 꼽으라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정말 다양하잖아요. 기뻤다가 슬펐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런 감정을 모두 표현하면서 잘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 캠핑장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런 점은 굉장히 중요해요. 가족을 묶을 수 있는 토대가 되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캠핑장에서의 즐거운 일들을 그대로 기억할 텐데, 살면서 위기를 겪을 때나 힘들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면 큰 위로가 될 거예요.
박 : 좋은 점 너무 많은데요, 남편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저도 딱 하나 들자면. 둘이서 싸워도 캠핑장에 오면 금방 풀린다는 거예요. 가족끼리 다투고 나서 화해하기 전까지 굉장히 힘들거든요. 직장 생활에도 영향이 미치죠. 빨리 풀수록 좋은데, 일상생활에서는 그게 쉽지 않죠. 하지만 캠핑이 그걸 해결해 줘요. 지금 보니까 해결사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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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떠나기 전 가족사진 한방, "찰칵!"
모든 가족이 캠핑을 즐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방 : 오! 생각해 보지 못했던 건데, 잠깐만요. 음, 코로나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했는데, 일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고요.
이런 시스템이 생기고 모두 캠핑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우선 인구가 서울에만 몰리지 않을 거고요, 주말에만 생기는 서울 인근 교통체증도 사라질 거고요.
박 : 그렇게 된다면 정서적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 같아요. 서로 공감하는 게 많아지면서 싸우지 않게 될지도 모르고, 크게 보면 전쟁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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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은 어른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더 신났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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