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Man&Wall] 50번째 ‘진짜 벽쟁이’들이 탄생했다

글·사진 주민욱 기자
  • 입력 2022.06.20 1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50기 졸업등반
양주시 불곡산 독립봉

양주 불곡산에서 진행된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50기 졸업등반 현장. 교육생들이 포타레지에 앉아 잠깐 쉬고 있다.
양주 불곡산에서 진행된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50기 졸업등반 현장. 교육생들이 포타레지에 앉아 잠깐 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등반 교육 전문기관으로 문을 연 익스트림라이더Extreme Rider 등산학교가 50기를 배출했다. 1997년 개교 후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기서 잠깐, 익스트림라이더는 어떤 곳인가? 인터넷 카페에 소개된 글을 그대로 옮긴다. 가장 크게 쓰인 문구는 이렇다. 

“ER인은 가슴 벅찬 등반을 추구합니다.” 

다음은 변기태 교장의 소개 글이다. 

“특정구간을 돌파하기 위해 1주일 이상의 등반은 기본이고, 그만큼 많은 물과 식량, 장비를 써야 하므로 AID인공 등반이 불가피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익스트림라이더를 통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쾌감을 느끼고, 웅장한 스케일의 대암벽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양주 불곡산에는 자유등반과 인공등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인공등반 코스의 경우 난이도는 A1~A3에 이른다.
양주 불곡산에는 자유등반과 인공등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루트가 있다. 인공등반 코스의 경우 난이도는 A1~A3에 이른다.
웅장한 스케일의 대암벽을 오르려면 다양한 암벽등반 기술이 필요하다. 맨손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인공등반을 익히면 자신감이 생긴다. “어떤 곳이든 오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진짜 ‘벽쟁이’가  되는 것이다.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를 가리켜 등산학교의 ‘대학원’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가 있다.   
교육은 조를 이뤄 진행된다. 팀원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등반, 홀링, 회수. 보통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덕분에 조별 팀워크가 저절로 좋아진다.
교육은 조를 이뤄 진행된다. 팀원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등반, 홀링, 회수. 보통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덕분에 조별 팀워크가 저절로 좋아진다.

1년에 2회, 각 기수는 24명 정도 된다. 그러니 지금까지 익스트림라이더 동문들은 무려 1,200여 명 되는데, ‘각 기수별 팀워크가 좋다’는 것이 졸업생들이 말하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교육 중 선등과 어센딩, 홀링 등 역할을 분담해 파트너십을 쌓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그런대로 잘 맞아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 덕분에 졸업생들로 이뤄진 요세미티캠프도 매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 말고도 이들이 내건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재미있고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동문들의 월간 정기 등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4명 이상 참여 시 유류비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요세미티 원정을 떠날 때 등반보고서를 제출하면 원정비용을 지원해 준다. ‘ER칼럼’에 쓰인 글들의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이 정도면 일반 산악회가 가진 것 이상의 끈끈한 뭔가가 등산학교를 단단히 묶어주고 있다.

잡고 오를 홀드가 없어도 괜찮다. 교육생들은 인공등반 훈련을 통해 어떤 벽이든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잡고 오를 홀드가 없어도 괜찮다. 교육생들은 인공등반 훈련을 통해 어떤 벽이든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50기 졸업등반이 한창일 때 불곡산을 찾았다. 불곡산 독립봉은 팀익스트림라이더스(ER등산학교 동문회)와 여러 동문이 4년여 걸쳐 개척했다. 자유등반 코스 18개와 인공등반 코스 7개가 섞여 있어 여러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자유등반 코스는 5.10~5.12급의 난이도로 분포되어 있고 페이스와 크랙 등 코스가 다양하다. 인공등반은 A1~A3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50기 교육에는 대학교 산악부원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다양한 등반을 배우고 싶어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를 찾았다.
이번 50기 교육에는 대학교 산악부원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다양한 등반을 배우고 싶어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를 찾았다.

20여 명의 교육생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20대 대학교 산악부 교육생부터 시작해 70대 교육생까지, 헬멧을 눌러쓰고 오로지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교육생 오태균씨는 교육을 받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왔다. 지난 3주 동안 제주도와 이곳을 오가면서 인공등반을 익혔다. 국제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은영씨는 장비를 회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홍익대학교 산악부원인 최민정 외 3명은 좀 더 다양한 등반을 하고 싶었다. 그 바람을 이룬 것 같았다. 홀링 연습에 매진 중이었다. 

코칭 중인 남인우 강사. 그는 익스트림라이더 6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코칭 중인 남인우 강사. 그는 익스트림라이더 6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정현종 교육생은 119특수구조대 대원이다. 여러 구조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세밀한 등반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등산학교에 들어왔다. 현재 71세인 장석종씨는 오랫동안 등반활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거벽 등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 등강기에 매달려 벽을 오르고 있다.

주렁주렁 장비를 매달고 벽에 매달린 교육생들. 3주간 교육이 끝나면 이들 모두 진짜 ‘벽쟁이’로 거듭난다.
주렁주렁 장비를 매달고 벽에 매달린 교육생들. 3주간 교육이 끝나면 이들 모두 진짜 ‘벽쟁이’로 거듭난다.
1997년 1기로 시작한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등산학교 중 하나다. 25년간 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 전국의 거벽등반 문화를 창출했고, 세계 곳곳에 위치한 거대암벽에 지금도 많은 동문들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6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