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山과 詩를 사랑한 미생물학자의 山詩 200편

입력 2022.06.15 09:57 | 수정 2022.06.16 10:04

<산정무한> 시집 낸 이수오

“산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고, 만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산에 자주 가서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합니다. 산행을 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선한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생물공학자이자 창원대 총장을 지낸 이수오(75) 박사가 시집 <산정무한山情無限>을 펴냈다. 시집에는 ‘산’이란 제목으로만 200편의 시가 실렸다. 구분을 위해 ‘산·1, 산·2, 산·3…’하는 식으로 번호를 매겼다. 그의 시는 쉽고 편하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산은 군더더기 없다 / 크고 넓다, 고요하고 거울 같다 / 항상 무엇이 본성인지, 비춰준다 / 정성 들여 한 걸음씩 걸으면 / 끝내 이르게 되는 허정 (중략)’ - 산·77 중에서.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미생물학자인 그는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2001년 문예지 <시와 시학> 추천으로 등단해 7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중국 고전 해설서인 <과학자가 읽어주는 논어>, <에세이로 읽는 맹자>, <내 청춘의 독서 노자>, <장자의 무하유>를 펴냈다. 전공서적으로 <발효공학>을 공동저자로 한 권 출간한 걸 감안하면, 머리는 미생물학자이나 마음은 ‘동양사상을 사랑한 시인’으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등산인의 시선으로 보면 그는 ‘마산 산꾼’이었다. 마산고등학교 출신이며 지금도 마산 무학산 자락에 살고 있는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지리산 당일 종주를 즐겨했다”고 한다. 새벽 5시에 마산을 출발해 아침 8시부터 성삼재를 걷기 시작해, 주능선을 주파하고 중산리로 하산해 집에 오면 밤 10시가 되는 당일 여정을 그의 시에서도 밝히고 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산에 다녔어요. 이번 시집에도 96개의 산 이름이 나오는데, 산행을 하며 그 산에서 깨달았던 것들과 상념을 시로 썼습니다. 과거에 한국산악회 경남지부 활동도 잠깐 했었고, 교수 산악회를 처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매달 두 번 정도는 꾸준히 산행해 왔습니다.”
그는 퇴직 후 삶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었다고 압축적으로 말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갔을 정도로 시인의 꿈을 꾸었으나, 현실에선 미생물학자가 되었고, 은퇴 후 못 간 길을 여한 없이 걷고 있다는 것.
200편이나 되는 ‘산’에 대한 헌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물었다.
“산이 무엇인가. 그 진정한 의미를 시에서 묻고 있어요. 발로 하는 산행을 넘어 정신의 산이라는 걸 담고 싶었습니다. 도가적으로 보면 하늘이 내려와 산이 되었고, 산을 좋아하여 내가 산이 되었습니다. 산행을 하며 산과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왜 제목을 산 이름이 아닌 번호로 매겼는지 묻자, 쑥스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한다. 
“이름 올리지 못한 산들이 섭섭해 할 것 같아서죠.”
그는 산행을 진지한 수행처럼, 엄격한 공부처럼 한다. 그래서 산에서 사진도 최소한으로 찍고, 가급적이면 풍경을 마음에 담아오려 노력한다. 산행을 하면 자연히 마음공부가 된다고 말하는 미생물학자 이수오 시인이다.
월간산 2022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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