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백패커들이 짝사랑하는 '미스리'

입력 2022.06.21 10:06

'MSR'
1969년 3달러짜리 뉴스레터로 시작…허바허바 텐트, 리액터 스토브 등 ‘대박 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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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의 베스트셀러 ‘리액터 스토브’. 2007년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캠핑, 백패킹 장비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MSR’은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감성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다.
MSR은 소위 ‘미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초보 백패커부터 고수 백패커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산악안전연구Mountain Safety Research’라는 브랜드명처럼 안전성을 바탕으로 혁명적인 기능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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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은 2000년 ‘모스’ 텐트를 인수해 그레이 버전, 허바허바 시리즈 등 인기 텐트를 출시했다.
안전한 장비는 모험을 돕는 열쇠
MSR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워싱턴주 출신의 래리 펜버시Larry Penberthy(1916~2001)는 ‘아메리칸 알프스’라고 불리는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North Cascades National Park지역에 속한 홀든마을Holden Village의 한 광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등산과 등반을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였다.
그는 쉬는 날이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거벽으로 암벽등반을 하러 갔다. 2,900m 높이의 이 거벽은 거대한 빙하와 칼날 같은 암릉이 산재해 다양한 등반 기술이 필수였다. 래리는 친구들과 함께 이 거벽에 등반루트를 개척하는 등 전문등반가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등반장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공식적으로 표기된 최대하중보다 더 가벼운 무게에서도 쉽게 망가지는 장비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이기도 했던 그는 직접 등반장비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최우선 목표는 ‘안전한Safety’ 장비였다. 그는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비가 큰 모험을 돕는 열쇠’라고 믿었다. 가스스토브, 피톤, 로프, 아이스액스를 개발하고, 산악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테스트하며 18개월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그의 프로젝트가 산악인들 사이에 알려지고, 공감을 이끌어 내며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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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의 휴대용 정수기.
래리는 자신의 힘만으로 프로젝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1969년 ‘MSRMountain Safety Research, INC’이란 이름으로 전문 등반장비 개발회사를 창업했다. 래리는 안전교육프로그램 등에 공급하는 장비를 제조하고 판매할 생각이었다.
창업 초반 래리는 자신이 개발한 장비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뉴스레터에는 스토브 연료, 로프의 인장률, 피톤의 유지력, 피켈의 강도 등을 측정하는 등 암벽등반에서의 안전을 위한 정보들을 담았다. 젊은 시절 그가 즐겨 올랐던 홀든마을의 산을 스케치해 만든 MSR의 로고도 첫 뉴스레터에 실었다.
하지만 이 무료 뉴스레터를 만드는 지출이 점점 늘어나면서 래리는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3달러씩 기부 받기 시작했다. 이 기부금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 외에 장비 개발의 버팀목이 되었고, 지금의 MSR을 있게 한 초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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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 분야에서 MSR은 뛰어난 안전성과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MSR을 대표하는 장비들이 연이어 발표된다. 1973년, 세계 최초로 연료통과 버너를 분리해 호스로 연결한 ‘모델9 스토브MSRⓇ Model 9™’를 출시했다. 당시의 유명한 산악인들은 이 호스 스토브를 가지고 4,000m 고산에 올라 직접 테스트했고, 효과적으로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델9 스토브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1974년에는 클라이밍 헬멧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자전거 헬멧을 개발했으며, 1975년에는 세계 최초로 헤드랜턴에 리튬 배터리를 장착했고, 1976년에는 레인 재킷의 옆구리와 소매 안쪽에 지퍼를 만들어 통기성을 향상해 주는 ‘핏집Fit Zip’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경량 액상 연료 스토브의 표준이 된 ‘위스퍼라이트 스토브(1984)’, 기존 스노 피켓보다 20% 향상된 지지력을 지닌 ‘코요테 스노 피켓(1987)’ 등의 혁신적인 등반장비를 출시하며 MSR은 등반가와 백패커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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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3년 출시된 ‘모델 9 스토브’는 세계 최초로 연료통과 버너를 분리해 호스로 연결한 스토브이다. 2 MSR을 창업한 래리 펜버시. 엔지니어이자 발명가, 등반가였다. 3 1984년 출시된 ‘위스퍼라이트 스토브’의 지면 광고. 4 MSR은 텐트와 스토브 등 안전하고 튼튼한 백패킹 장비로 자연에 도전하는 이들을 지원한다.
혁명적인 텐트와 스토브
2000년 들어 MSR은 모스Moss와 윌러스Walrus, 엣지웍스Edgeworks의 3개 텐트제조사를 인수·합병했다. 특히 세계 최초의 돔형 텐트를 출시한 모스 인수는 앞으로 MSR 텐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MSR이 출시한 첫 텐트인 ‘그레이 버전’은 모스 텐트의 디자인과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었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을 지닌 그레이 버전의 디자인은 모스의 빅디퍼, 리틀 디퍼, 앙코르 등의 텐트와 비슷했다. 모스 텐트의 배색 또한 모카색 플라이와 검은 이너 시트, 붉은색 슬리브, 흰색 이너텐트로 구성된 그레이 버전 배색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2001년 MSR이 ‘캐스케이드 디자인Cascade Designs’에 인수·합병되면서 좀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그레이 버전을 단종하고 새롭게 내놓은 텐트가 바로 ‘허바허바 시리즈’이다.
그레이 시리즈가 묵직하고 튼튼한 텐트였다면 허바허바는 당시의 경량화 트렌트에 맞춰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안전한 텐트’를 추구했다. 이로써 MSR은 백패킹과 미니멀의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거듭나게 된다. 실제로 허바허바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허바투어, 허바허바NX, 파파허바 등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는 허바허바 시리즈, 프리라이트 시리즈 등의 텐트 라인에 경량의 항공 우주용 복합 재료로 만든 신 개념 소재인 ‘이스톤Ⓡ 사이클론™ 폴’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알루미늄이나 카본 폴이 강한 바람에 쉽게 휘거나 튀는 현상을 보인 반면, 이 폴은 힘을 받으면 쉘터가 튼튼히 유지되면서 유연하게 움직였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 정도로 놀라운 탄성력을 자랑한다.
2007년, MSR은 ‘리액터 스토브Reactor Stove’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최초의 복사열 버너로, 버너헤드가 열교환기에 둘러싸여 바람에 강하고 대류열과 복사열을 동시에 생산해 악천후의 산악지대에서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물을 끓일 수 있었다. 복사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텐트 안에서는 잠깐이지만 임시 난로의 역할도 할 수 있었다.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리액터 스토브는 출시 직후 이스포 아웃도어 베스트 어워드를 비롯해 인터내셔널 디자인 애뉴얼 디자인 리뷰 어워드, 독일 아웃도어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 등에서 수상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자연이 던지는 도전과제를 풀기 위한 장비
3달러짜리 뉴스레터로 시작한 MSR은 ‘안전’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지키는 것에  기능성과 심플함, 신뢰라는 철학을 더해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웃도어 장비 브랜드로 성장했다. MSR은 소비자가 ‘MSR은 신뢰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며, 그동안 불가능했던 아웃도어 활동을 MSR 제품으로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갖길 원한다.
MSR의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장인이자 열정적인 아웃도어 마니아들이다. 그들은 백패킹에서 여전히 잘 작동하는 20년 된 스토브나 텐트처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데 신뢰를 주는 장비를 생산하는 것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공학과 과학에 대한 지식을 통해 자연이 던지는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혁명적인’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MSR’ 제품은 호상사(www.hocorp.co.kr)에서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월간산 2022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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