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걷기길] '섬 부자' 고흥의 '흥 나는' 걷기길

  •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입력 2022.06.22 09:59

    고흥 트레킹 5선
    울창한 솔숲 ‘솔갯내음길’…‘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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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쑥섬) 정상은 계절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꽃의 정원이다.
    전남 고흥高興은 ‘섬 부자’다. 군내 172개의 섬(유인도 17개, 무인도 155개)이 있다. 3면이 바다인 반도 형태의 지형 덕분에 군내 어느 산이든지 능선에 오르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공룡의 등뼈 같은 산세를 자랑하는 팔영산(609m)과 거금도 적대봉(587.4m)이 가장 유명하지만, 고흥 군내에 인지도는 조금 떨어져도 반나절 산행지로 좋은 산이 많다.
    동강면 두방산(486.4m)에서 병풍산(479.5m)~비조암(456.7m)~첨산(313.8m)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점입가경’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암릉이다. 두원면 운암산(484.3m)은 물이 유명하다. 운암산 중턱에 있는 사찰인 수도암의 물맛은 우리나라 100대 명수名水 안에 넣어도 손색없다. 운암산 일대에 고려청자와 조선 전기 유행했던 분청사기를 굽는 가마터 30여 기가 밀집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남면 우미산(447.6m)은 팔영대교~적금대교~낭도대교~둔병대교로 이어지는 명품 드라이브 코스를 오롯이 내려다보는 포인트다. 또한 포두면 마복산(535m)은 갑옷 입은 수백 명의 병사들이 도열하듯 기암이 늘어서 있다.
    풍양면에 있는 천등산(554m)은 천연기념물 제239호 비자림이 장관이고, 도화면 유주산(414.4m)은 바다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늠름한 산세를 뽐낸다. 우주발사대가 인접한 외나로도 봉래산(410m)은 100년 된 편백나무숲과 소사나무 군락지가 압권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31번째 명승으로 지정된 도화면 지죽도 큰산(224m)에는 100m 높이의 수직절벽 주상절리인 ‘금강죽봉’이 있다.
    이처럼 좋은 산이 많은 고흥은 남도의 끝자락에 있어 큰맘 먹고 나서야 한다.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개발의 손길이 더디지만 오히려 그래서 역사와 문화,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행을 겸해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고흥군의 트레킹 코스 5곳을 소개한다.

    애도(쑥섬)
    고흥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애도艾島는 ‘쑥섬’이라고도 부르며, 섬의 면적과 높이, 접근성 등에서 연홍도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장점이라면 인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바다와 숲, 섬 그대로가 훌륭한 포토존이다. 고양이를 테마로 한 조형물도 돋보인다. 
    섬에서 자라는 나무만 해도 170여 종, 울창한 난대원시림을 만나면서부터 감탄사가 터진다. 오랜 세월을 버틴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정글을 이룬다. 80m 높이의 당산 정상은 ‘별 정원’이라 부르는데, 평평한 분지에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진다.
    나로도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애도까지는 3분 거리다. 배삯은 왕복 8,000원이며, 1일 10회(07:35, 08:55, 10:05, 11:05, 12:05, 13:05, 14:05, 15:05, 15:35, 17:05)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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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금도 둘레길 2코스 ‘솔갯내음길’.
    거금도 둘레길 2코스 ‘솔갯내음길’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으로,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거금대교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되는 ‘거금도 둘레길’은 섬 전체 48.7km 길을 7개의 구간으로 나누었다. 대부분 해안일주도로를 따라가는 길이지만 2구간 ‘솔갯내음길’은 우두마을에서 출발해 울창한 솔밭길을 원 없이 걸을 수 있다. 솔갯내음길의 ‘솔’은 소나무, ‘갯’은 바다를 말한다.
    옥룡벽화마을 인근까지 포장도로를 걷지만 수직절벽과 연소해수욕장, 익금해수욕장, 금장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바닷가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약 13.5km에 3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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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도 여객터미널. 뒤로 애도(쑥섬)가 지척이다.
    미르마루길(용바위하늘길)
    고흥군 영남면 우미산 아래쪽에 있는 미르마루길은 용龍의 순수 우리말인 ‘미르’와 하늘의 순우리말인 ‘마루’를 합친 것으로 바닷가에 근접한 해안길이다. 격렬한 화산 활동이 빚어낸 용바위는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해상국립공원답게 크고 작은 섬들과 아찔한 낭떠러지로 몰아치는 거친 파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방향에 따라 팔영대교, 적금대교가 보이며 용바위, 사자바위, 몽돌해안, 다랭이논 등을 지난다.
    우주발사체가 연상되는 멋진 모습의 우주발사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다. 우주도서관과 VR체험공간이 있으며, 7층에는 외전 전망대 카페가 있어 해돋이 명소이자 남해안의 서핑 메카로 손꼽히는 남열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쉬어가기에 좋다. 미르마루길은 총길이 4km에 약 1시간 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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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나로도 봉래산 명품 편백숲.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숲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나무 군락지는 이국적이다. 주차장에서 편백나무 군락지까지 1.9km 구간은 평지와 다름없이 편안하고 잘 가꾸어져 있다. 1920년에 조림된 숲은 삼나무 2,000주(30%), 편백나무 7,000주(70%)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편백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한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한 오후 12시에서 2시 사이에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뿜어 나온다. 이곳에서 시간은 무의미하다. 벤치나 데크에서 독서를 하거나 쉬고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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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크아트 작품으로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신한 연홍도.
    연홍도
    연홍도連洪島는 ‘셀카’ 명소다. 거금도 선양선착장에서 배로 3분 거리이며, 섬 둘레는 3.9km에 불과하다. 트레킹이라고 하기엔 짧은 거리지만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면 담벼락과 길가 곳곳에 기발한 정크아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품 재료도 바닷가에 버려진 부표, 로프, 폐목, 어구와 조개, 소라껍질 등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다. 담벼락은 주민들의 추억 앨범과 같다. 졸업과 여행, 결혼 등 특별한 순간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크게 주목 받을 것도 없는 작은 섬이 사진 명소로 변신한 계기는 2006년 김정만 화백이 섬 가운데 있던 폐교를 ‘연홍미술관’으로 바꾸면서 시작되었다.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입소문을 타더니 2020년에는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 33’에 선정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양선착장에서 출발하며, 배삯은 왕복 5,000원이다. 1일 7회(07:55, 09:45, 11:00, 12:30, 14:30, 16:00, 18:00) 운행하며, 대기 승객이 많으면 배는 수시 증편된다.
    교통
    서울센트럴시티에서 고흥 녹동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한다. 요금 3만5,800원. 4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고흥은 지역이 워낙 넓어서 택시요금도 부담스럽다.
    KTX를 타고 여수 엑스포역이나 목포역에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효율적이다. 

    월간산 2022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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