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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신림선 개통! 관악산이 가까워졌다] BTS가 뮤비 찍었다고? ‘BTS 능선’으로 바뀌겠네!

월간산
  • 입력 2022.07.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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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산행 초보자 입문 최적 코스 6.2km

수영장능선에선 자운암능선과 사당능선을 양옆에 두고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진 서울시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수영장능선에선 자운암능선과 사당능선을 양옆에 두고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진 서울시 전경을 즐길 수 있다.

“교수능선?”

신림선이 개통돼 더 손쉽게, 아니 발쉽게 찾을 수 있는 관악산 산행코스를 찾다 생소한 이름을 만났다. 교수능선. 나름 그래도 서울 근교 산줄기는 얼추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악산에 ‘교수능선’이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출발해 연주대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GPS 궤적을 보고 자운암능선으로 착각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운암능선과 사당능선 사이에 수줍게 흘러내린 지능선이었다.

신림선 관악산역이 개통되며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림선 관악산역이 개통되며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영장능선이 가장 대중적

교수능선보다 더 잘 알려진 이름은 수영장능선이다. 두 명칭 모두 능선이 서울대로 내려서는 지점에 있는 교수회관과 실외수영장에서 따온 것이다.

혹시 원래 이름이 따로 있지 않을까 싶어 옛 지도를 뒤적여봤다. 일단 대동여지도나 청구도에선 능선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고, 서울역사아카이브의 1950~1970년대 지도에서도 별도로 표기된 바는 없었다. 근래에 발간된 등산지도 중에서도 매체나 기관에서 만든 경우에는 표기돼 있지 않았고, 2000년대 이후 일부 등산 동호인이 만든 지도에만 수영장능선이라 기록돼 있었다.

관악산역에선 삼성산 등산로가 바로 연결되며, 서울대 내부 들머리까진 버스를 타고 10분 내외면 갈 수 있다.
관악산역에선 삼성산 등산로가 바로 연결되며, 서울대 내부 들머리까진 버스를 타고 10분 내외면 갈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21세기 들어 인기를 얻고, 등산객들 사이에서 구전되다가 이름이 굳어진 사례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영장능선과 교수능선 중 어느 것이 더 맞는 명칭일까? 먼저 수영장의 경우 1967년에 개장한 관악컨트리클럽의 부속 시설이었고, 교수회관의 경우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때 기존 클럽하우스 건물을 승계하면서 이름이 바뀌었으므로 더 오래된 건 수영장이다. 또한 등산객들 사이에 사용 빈도수도 수영장능선이 압도적으로 많다. 관할 지자체에서 설치한 능선 상의 위치표지판도 수영장이라 명시돼 있다. 따라서 수영장능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수영장능선은 곳곳에 휴식을 취하기 좋은 넓은 바위가 있다.
수영장능선은 곳곳에 휴식을 취하기 좋은 넓은 바위가 있다.

‘수영장’은 BTS 탓에 명소화

아웃도어 마니아 길은진, 윤용만씨와 함께 수영장능선을 찾았다. 모인 장소는 신림선 관악산역. 길씨는 “신림선이 생긴 걸 오늘 처음 알았다”며 연신 신기한 눈길로 역사를 돌아봤다.

“와 그럼 이제 버스 안 타도 되겠네요? 그동안 엄청 귀찮고 불편했는데 다행이에요.”

“어… 타야 됩니다.”

수영장능선에선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써서 올라야 하는 구간이 더러 나온다.
수영장능선에선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써서 올라야 하는 구간이 더러 나온다.

호들갑에 머쓱하게 대꾸한다. 관악산역에서 들머리인 공동기기원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2.4km. 걸어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기에 여러모로 버스로 환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도 신림선이 없었다면 한참 떨어진 2호선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야 하기에 신림선이 관악산 등산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공동기기원에 내린 후 들머리를 찾아본다. 북동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임도가 나온다는데 느닷없이 도로 옆에 오솔길이 나 있다. 사전에 확인한 자료에서는 더 내려가서 임도를 따라 올라야 한다는데 느낌상 이 길도 연결될 것 같아 일단 몸을 던져본다. 이 길이 맞다. 5분쯤 오르자 화단과 더불어 자료에서 봤던 임도에 닿는다. 서울대 전파천문대로 가는 도로다.

관악산 정상.
관악산 정상.

도로 바로 건너편에 능선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바위 파편이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곧 갈림길이 나온다. 둘 다 능선에서 합쳐지므로 어디로 가든 상관없으나 왼쪽 줄을 따라 오르면 바로 전망바위가 나온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서울대를 한눈에 넣을 수 있다.

길이 친절하게 안내된 편은 아니지만 선각자들의 발이 이미 길을 말끔하게 닦아 놨다. 도중에 길이 끊기더라도 주변 바위나 나무 틈바구니 밑을 잘 살펴보면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있다. 그게 곧 길이다. 

어렴풋이 연주대 방향을 짐작하고 길을 잇는다. 뜬금없이 나타난 숲 속 민가 한 채를 휘돌아 나간다. 능선 초반부는 거듭되는 소나무 숲길, 큰 어려움 없는 오르막이다. 차츰 고도를 높일수록 점차 주변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며 시야가 열린다. 그러다보면 오른쪽에 능선의 이름이 유래한 수영장이 보인다.

정상에서 관악문으로 내려서기 전 스트레칭을 제안했더니 어느덧 유연성 경쟁으로 번져버렸다.
정상에서 관악문으로 내려서기 전 스트레칭을 제안했더니 어느덧 유연성 경쟁으로 번져버렸다.

“서울대가 이전한 이후 1990년대 초 폐쇄된 수영장인데 2015년에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 뮤직비디오를 저기서 찍으면서 팬들에게 성지가 됐죠. 그래서 원래 수영장을 완전히 철거할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멤버 뷔가 직접 그라피티를 남긴 벽 한 면을 남기게 됐어요. 이제 수영장은 없어졌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BTS 촬영장으로 더 유명하니 나중에는 이 능선이 BTS능선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수영장능선에선 거칠게 꿈틀거리는 자운암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수영장능선에선 거칠게 꿈틀거리는 자운암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바윗길 타는 재미 쏠쏠

윤씨의 농담과 함께 수영장을 놔두고 국가지점표지판 한 개소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암릉길이 나온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또 로프도 설치돼 있을 만큼 마냥 쉽지만도 않아 딱 암릉산행 초보, ‘암린이’들이 재밌게 오를 만한 바윗길이다. 또한 뻔히 보이는 기상관측소를 향해 오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길도 헷갈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서울 시내 전망이 운치가 있다. 양옆으로 뻗어내린 자운암능선과 사당능선이 마치 액자처럼 시야를 모아준다. 가끔 빗방울이 흩날릴 정도로 흐린 날씨란 점이 조금 아쉽지만 멋진 사진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뷰다.

관악문.
관악문.

“등산학교 나왔으면 이 정도는 직등해야죠.”

길은진씨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바위에 붙어 용을 쓰는 윤씨를 자극한다. 지긋이 바라보다 “나는 쉬운 데로 가야지”라며 바위를 돌아 오른다. 다소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바위가 나오면 거의 대부분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양쪽에 있다. 이것도 수영장능선이 암릉 초보자에게 좋은 이유다.

신기한 형상의 바위도 눈길을 끈다. 지역 산꾼들이 새바위, 족발바위, 키스바위, 총알바위, 엄지바위 등으로 부르는 바위들이다. 이처럼 볼거리도 많고 쉴 곳도 많아 정신없이 능선의 맛을 음미하다보면 어느덧 관악산 정상이 지척인 북쪽 능선에 닿는다.

오늘의 날머리는 과천향교. 통상적으로 관악산의 형세는 남북으로 늘어진 형태라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 색다르게 횡단하는 동서 종주를 해본다. 자연스러운 동선이라면 바로 관악문으로 향해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정상을 빼놓고 갈 순 없다. 

지난 5월 17일 발생한 산불이 숲에 선명한 상흔을 남겼다.
지난 5월 17일 발생한 산불이 숲에 선명한 상흔을 남겼다.

주말이면 미어터지는 관악산 정상이 한적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연주대도 보고 오자는 의견이 나와 부지런히 정상 50m 아래 연주대 전망대도 다녀온다. 연주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석축을 쌓아 신라 677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이제 용마능선을 따라 과천향교로 하산한다. 바위대문인 관악문으로 오르는 길은 양쪽 모두 계단이 설치돼 어렵지 않다.

초행이라면 관악문을 지나 처음 만나는 안부에서 다소 독도에 유의해야 한다. ‘사당 1시간, 연주대 600m’ 이정표가 안부 등산로 한가운데 서 있는데, 이 이정표를 무시하고 여기서 과천 방향인 동쪽 아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알림판 옆에 있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용마능선으로 쉽게 올라탈 수 있다.

용마능선에서 바라본 과천시.
용마능선에서 바라본 과천시.

산불이 남긴 뚜렷한 상흔

용마능선은 수영장능선에 비하면 암릉 구간도 적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쾌적하게 하산할 수 있다. 또한 과천 시내 전경 역시 시원하지만, 백미는 관악산의 심장부인 연주암 일원이다. 능선에는 위풍당당하게 기상관측소와 KBS송신소의 첨탑과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아래 아담한 연주암이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시때때로 김포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도 능선에 스치듯 날아간다. 과거와 현재, 인위와 자연이 만들어내는 묘한 불협화음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정상부 건물들로 인입되는 전봇대를 따라 나무들이 전부 죽어 있다. 전기의 영향인가, 아니면 소나무재선충병 같은 것이 돌고 있는 건가 싶어 과천시청 공원관리팀에 문의했다. 김동호 팀장은 “전기가 아니라 산불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 17일 발생한 산불로 그 일대 4ha가 소실됐습니다. 큰 불을 잡고도 2~3일 정도 더 출동해서 화재진압을 했어요. 일대 낙엽층이 워낙 두터워 잔불이 계속 남아 있었거든요. 아직 산불 원인은 조사 중이고, 또 피해를 입은 나무들도 되살아날 수 있을지 개체 조사를 하는 단계입니다.

사실 관악산은 화강암으로 된 돌산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되살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맹아력이 높은 나무를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해요. 그래서 자연 회복에 기댈 수밖에 없죠.”

유독 산불이 많았던 올해다. 인간이 남긴 상흔은 숲에 고스란히 남았다. 산에 더 이상의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내딛으며 용마능선을 마무리한다.  

산행길잡이

수영장능선을 타고 주능선에 오른 뒤 선택지가 많다. 취재진처럼 용마능선을 타고 과천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서울 시내로 다시 돌아오는 걸 고려하면 교통편이 지하철 4호선으로 한정된다.

원점회귀를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수영장능선을 타고 오른 다음 자운암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다만 산행거리가 워낙 짧아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학바위능선을 따라 삼성산까지 오른 후 관악산역으로 돌아가면 된다. 

삼성산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삼성산과 관악산 사이 무너미고개에서 바로 관악산역으로 가도 좋다.

교통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하차한 후 수시로 운행하는 5511번, 5516번 버스를 타고 공동기기원에서 하차하면 된다. 

2호선 낙성대역에서 하차해서 관악02번 버스를 타도 된다. 날머리를 과천향교로 잡을 경우에는 4호선 과천역을 이용하면 된다.

맛집(02)

과천향교 인근에 등산객을 겨냥한 백숙과 파전, 막걸리 따위를 파는 집이 몇 있다. 풀장집(502-3775), 향교집(502-7584) 등이다.

더 걸어 나오면 도심에서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많다. 이 중 정부과천청사역 인근의 통나무집(503-9555)이 등산 후 주린 배를 채우기 좋다. 왕족발을 간판에 내걸고 있지만 이 집의 진짜 인기메뉴는 바로 부대찌개. 땀을 많이 흘린 등산객을 위해 약간 강한 간으로 매콤하면서 푸짐한 양의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7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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