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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마음이 쉬어가는 풍경] 옛 廣州 모습 남아 있는 곳…검단·예봉산이 아스라이

글 그림 한국화가 박진순
  • 입력 2022.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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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분원

멀리 왼쪽에 검단산, 오른쪽에 예봉산이 보인다. 강 건너 마을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다. 분원에서 2021년. 한지에 수묵담채.
멀리 왼쪽에 검단산, 오른쪽에 예봉산이 보인다. 강 건너 마을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다. 분원에서 2021년. 한지에 수묵담채.

지난해 여름 무덥던 어느 날, 경기도 광주에 있는 분원에 스케치를 다녀왔다. 넓고 시원하게 확 트인 풍경이 펼쳐진 팔당호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듯하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각별한 의미와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내 고향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이라는 시골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겹겹이 깊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 앞으로는 경안천과 남한강 북한강을 비롯해 여러 강들이 모여서 한강 상류인 팔당호가 펼쳐져 있다. 예전에는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논과 밭이 옹기종기 정겹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팽창에 밀려 아파트숲과 공장건물들이 너무 많이 들어서서 예전 같은 평화로운 풍경은 볼 수 없다. 아쉽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히 팔당호 주변으로는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예전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많이 남아 있다. 퇴촌을 지나 분원 방향으로 가다보면 굽이굽이 도로 옆으로 보이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모습이 수묵화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풍경을 감상하며 어느덧 분원에 도착하니 분원공설운동장 앞으로 펼쳐진 넓고 시원한 팔당호의 풍경이 실로 장관이다. 짙은 녹색의 수초들 사이로 청둥오리 가족들이 놀고 있고, 이름 모를 물새들이 날고, 물고기들이 펄떡거리는 소리가 바쁘게 들린다. 이것이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이란 생각이다.

한편 뒤편에 보이는 언덕에는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분원초등학교가 팔당호를 내려다보며 자리 잡고 있다. 이 분원초등학교에 올라가 보면 조선의 마지막 관요인 분원리 유적지인 이곳에 도자기 전시장인 ‘분원 백자자료관’이 조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고 사랑받는 조선 백자를 만들고 관리하던 왕실도자기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본 후 잘 조성된 강변 둘레길을 끼고 걸어가다 보면 언덕 위에 팔당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멀리 왼쪽에 검단산과 오른쪽에 예봉산이 감싸안고 있는 팔당호,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팔당호 안에 떠있는 멀리 보이는 소네섬. 쪽자섬이 수초와 버드나무에 둘러싸여 초록의 풍경을 아련하게 보여 준다. 예전엔 육지였는데 1974년 팔당댐 건립 후 마을이 수몰되면서 섬이 돼 지금은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벼루에 먹을 갈고 이 풍경을 스케치해서 화폭에 담아본다. 신이 만든 자연을 어찌 누가 능가하랴 마는 그래도 나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능을 주심을 늘 감사하며 자연 앞에서 한없는 겸손함을 배운다.

한국화가 박진순
한국화가 박진순

인천대학교미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인천대학교와 경기대학교에서 교수 활동.

1994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국립현대미술관).

2006 서울미술대상전특선(서울시립미술관).

2006 겸재진경공모대전특선(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동방예술연구회 회원.

월간산 2022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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