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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코스가이드] 영남알프스

월간산
  • 입력 2008.09.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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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재ㆍ간월재 억새초원에서 막영하며 달맞이

영남알프스 능선은 어디든 막영이 자유롭다. 취사ㆍ야영 금지팻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영남알프스는 산꾼들에겐 희귀하고도 자유로운 ‘자유의 땅’이자 ‘축복의 땅’이다.

사방 시야와 하늘이 훌쩍 트인 초원에서 자고 초원을 걸어 다시 초원에서 밤을 맞는 며칠간의 종주 산행은 이곳 영남알프스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하늘이 반 넘게 툭 트인 초원에서 초원으로 이어가는 영남알프스 종주산행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이중 적당하게 한 구간을 툭 잘라 한가위 달맞이 막영산행을 즐겨보자. 9월 중순의 한가위 연휴 때면 십중팔구는 맑은 하늘일 터이므로 굳이 텐트를 칠 필요 없이 휘영청 밝은 달과 그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보도록 한다. 혹여 비가 뿌릴 때에나 쓸 요량으로 가벼운 플라이나 텐트를 가져가면 된다.

신불재 억새초원길.막영도 자유롭다 / 신불재에서의 막영. 현재는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다.
신불재 억새초원길.막영도 자유롭다 / 신불재에서의 막영. 현재는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다.
기실 한낮의 영남알프스는 반쪽 알프스일 뿐이다. 신 새벽과 석양 무렵의 풍경이 실은 영남알프스 초원이 보여주는 풍광의 절정이다. 단 하루라도 하늘을 마주하고 초원에 눕는 막영 체험 없이는 영남알프스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영남알프스에서 하룻밤 막영하며 한가위 달빛을 즐기기엔 신불재가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식량이며 막영장비를 꾸려 넣은 배낭을 메고 오르기가 비교적 쉽고, 고갯마루 바로 아래에 좋은 샘터가 있으며, 주위가 넓은 억새초원이기 때문이다.

근래 이곳 신불재엔 목재데크가 설치되었다. 지름 3~4m인 벌집 형태의 이 목재 데크 위 아니면 그 주변의, 이미 땅이 드러난 평지를 찾아 막영한다. 영축산 정상 쪽으로도 텐트를 칠 만한 평지가 여럿 나타난다. 

이곳에서 하루 막영한 다음 신불산만 달랑 넘기는 싱거우므로 영축산~함박등~죽바우등~시살등~통도사로 코스를 잡아본다. 신불재~영축산 간은 넓은 초원 풍경으로, 그후 시살등까지는 멋진 암릉 풍광으로 사람을 매혹한다. 푸른 숲의 가파른 벽이 아마득히 멀리까지 이어지고, 그 초록의 장벽 위로 암봉들이 피라미드처럼, 혹은 병풍처럼 일어선다. 누구든 이 영축산~시살등 구간에서 뵈는 풍경 앞에서는 감탄사를 누르기 어렵다.

이 구간에선 절경이 바라뵈는 조망처도 잇달아 나타난다. 숲속을 걷다가 능선쪽 샛길로 따라나서면 어김없이 조망처가 나온다. 그런 데서 한참씩 머물다가 걸음을 잇곤 한다.

통도사쪽에서 볼 때 흡사 함지박 엎어놓은 것 같다는 함박등의 동면은 엄청난 급사면으로서 이곳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장관 중 장관이다. 그 남쪽의 죽바우등에서 보는 경치도 물론 천하절경이라 해서 부끄러움이 없다.

신불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은 신불산 공룡릉을 타고 내려가 보는 것도 좋다. 다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래쪽에서 신불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 산행을 하므로 이렇듯 역방향 산행을 하려면 오전 11시가 되기 이전에 신불산 정상에서 1km까지의 암릉 구간을 지날 수 있도록 오전 10시경엔 신불산 정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불재 북쪽 너머의 간월재엔 테니스코트만한 넓은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다. 이 데크에서 바람을 맞으며 밤을 보내는 산꾼들이 적지 않다. 데크 위에서 그냥 자리를 펴고 누워도, 텐트를 쳐도 좋다. 차량은 100m 정도 저 아래까지만 올라올 수 있고 밤에는 차량으로 올라오는 이들도 드물어, 뜻밖으로 고즈넉한 한가위 달밤을 즐길 수 있다. 데크에서 동쪽 너머 샛길로 조금 내려가면 물이 잘 나오는 작은 샘터가 있다.

이곳 간월재로 걸어 오르는 최단거리 길은 간월산장 길로서, 등행에 약 1시간30분 걸린다. 간월재 서쪽, 상북면 이천리로 하여 차량으로 고개까지 오를 수도 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혹은 승용차로 이곳까지 억새밭 구경하러 오르곤 한다. 일행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산행을 포기하고 이곳까지 차량으로 막영장비를 실어다준다면 한결 편한 한가위 막영산행이 가능해진다. 간월재 데크 서쪽 찻길 끝 지점에는 어묵이나 잔치국수 등을 파는 동금이네집(017-571-9890) 등 간이음식점들이 몇 개소 있다.

체력에 자신 있다면 1박2일이 아니라 2박3일쯤으로 길게 잡고 영남 알프스 막영 산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그중 특히 권해볼 만한 것이 장선리~시살등~영축산~신불산~천황산~코끼리봉~장선리에 이르는 장장 35km의 원점회귀형 코스다.  지리산 주능선 성삼재~천왕봉 간 거리와 같은 긴 거리지만 간월재와 배내고개에 매점이나 식당이 있으므로 무게 부담을 크게 줄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이 원점회귀 달맞이 산행은 신불재에서 하루, 그 다음 천황산 전 샘물상회(민박) 근처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적당하다.

산행로 중간 중간에는 샘이 많다. 영축산 전 안부, 신불재, 간월재, 배내고개, 능동산 서릉, 샘물상회, 천황재, 간이매점 등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샘물상회(055-356-7664)는 봄가을 갈수기엔 물이 부족해 야영객들에겐 물을 잘 주려 하지 않으므로 갈수기엔 사전에 문의하고 가도록 한다.


교통

신불재 기점 가천리  일단 언양까지 가서 10분 간격 운행하는 언양~부산 간 시내버스로 신불재 등산로 기점인 가천리까지 간다.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6회(07:20~18:30) 언양행 버스 운행.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00∼19:00)으로 운행하는 울산행 고속버스로 일단 울산까지 간 다음 울산 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언양까지 가도 된다.

자가용 차량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에서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읍내를 지나 양산 방향으로 7km 남하하면 가천리다. 삼성SDI 정문 직전에서 우회전, 구도로로 접어든 다음 가천교 다리를 건너 GS주유소 앞에서 좌회전, 마을길을 끼고 1.1km 가면 가천경로당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서 ‘신불산 불승사’안내판 방향으로 직진해 언덕을 올라서면 신불산 정상부가 바라뵌다. 이후 곧게 뻗은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길을 따라 1.8km 올라 ‘불승사 200m’ 안내판 갈림목에서 직진해 비포장길을 100m 오르면 신불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산길 들머리에 닿는다.

원동면 장선리  경부고속국도 서울산(구 언양) 나들목으로 나와 언양읍~24번 국도~석남사 입구에서 우회전, 69번 지방도~배내고개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간편하다.


숙박 (지역번호 052)

신불산 북쪽 너머 등억온천지구에 깨끗한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스카이모텔ㆍ콘도(262-2234)는 모텔도 겸한 업소로 시설이 말끔하다. 13평형 콘도는 주방과 침실이 칸막이로 구분돼 있다. 그 외 에이원모텔(263-5566), 몽마르뜨모텔(254-5147), 발렌타인모텔(264-4711) 등이 있다.

간월재 오름길 입구의 간월산장 262-3141. 등억온천지구 신불산온천  254-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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