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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강릉에서 만나는 스웨덴… 터프한 육즙을 맛보다

월간산
  • 입력 2021.04.15 09:37
  • 수정 2021.04.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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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가는길, 강릉 남대천&미트컬쳐

솔바람다리에서 돌아본 남대천. 아직 차가운 동해바다를 여유롭게 누비고 있는 오리떼 너머로 흘러오는 남대천이 보인다. 이를 감싸 주는 설악산 줄기가 힘차다.
솔바람다리에서 돌아본 남대천. 아직 차가운 동해바다를 여유롭게 누비고 있는 오리떼 너머로 흘러오는 남대천이 보인다. 이를 감싸 주는 설악산 줄기가 힘차다.

김 셰프의 걷기 추천
남대천 산책로

강릉 여행은 흔히 바닷가와 회로 수렴된다. 꼭 강릉뿐만 아니라 해안 도시에는 숙명처럼 횟집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도시 고유의 식재료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수소문 끝에 강릉이 고향인 요리사 선배가 고향에서 자신만의 요리를 펼치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강릉행 KTX에 몸을 실었다.

식당을 찾기 전 먼저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남대천 산책로를 걸었다. 최근에는 해안을 따르는 걷기길이 수없이 많다. 이런 길도 물론 좋지만, 바다를 만나러 가는 하천길을 걷는 것도 매력적이다. 

멀리서 나지막이 들리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천을 따라 들어서 있는 나무에 잠시 몸을 기대어 쉬며 사분사분 걷는다. 그렇게 살짝 몸을 풀다 보면 남대천 끝자락, 안목해변에 들어서 있는 미트컬처meat culture가 나온다.

미트컬처 간판 앞에 선 최종원 오너 셰프.
미트컬처 간판 앞에 선 최종원 오너 셰프.

김 셰프의 맛집 추천
미트컬처

주소 강원 강릉시 경강로 2629 1층
전화 0507-1318-5439

미트컬처는 특이하게도 스웨덴식 요리를 내놓는다. 전국을 통틀어도 스웨덴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미트컬처를 운영하는 최종원 오너 셰프는 어떻게 스웨덴 요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일까? 그에게 묻자 최 셰프는 “두바이에서 근무할 때 마침 동료 셰프가 스웨덴 사람이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2012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직접 노르딕 퀴진을 배웠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스웨덴 요리의 특징을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스웨덴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스웨덴은 아직도 직접 사냥해서 요리하는 전통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사냥철이 되면 시장에 방금 사냥된 고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고기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레스토랑도 있어요. 그렇다보니 스웨덴 음식은 고기의 와일드한 육향을 그대로 살려내고, 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소스나 퓌레를 굉장히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덴마크의 발달된 낙농업의 영향으로 크림도 많이 사용해요.”

스웨덴 요리의 또 하나의 특징은 디자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흔히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알려진 디자인으로 하나의 플레이트 안에 신선하고 와일드한 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가니쉬가 군더더기 없이 들어가 있다. 화려하고 먹음직스럽진 않지만 무심한 듯 세련된 멋이 돋보이는 플레이팅이다. 미트컬처에서도 역시 이 북유럽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에스카르고식 동해안 백골뱅이 요리, 오늘의 생선요리인 동해안 홍가자미 버터구이, 스웨덴식 미트볼과 허브 크러스트 양갈비를 먹어봤다. 

오늘의 생선
동해안 홍가자미 버터구이

프렌치 조리법 중 솔 뫼니에르sole meuniére라는 것이 있다. 넙치과의 생선에 밀가루를 입혀 버터에 익힌 후, 팬에 남은 버터와 생선 국물에 케이퍼와 마늘, 레몬즙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들어 곁들여 먹는 요리다. 

최 셰프는 “오늘의 생선은 직접 주문진이나 주변 어시장에 가서 매입하는 생선에 따라 결정된다”며 “어떤 생선이냐에 따라 조리 방식, 가니쉬, 소스가 전부 다르다. 지금까지 주로 쓴 생선은 대구, 가자미, 삼치, 송어, 농어, 청어, 넙치, 도다리, 우럭, 도미 정도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가자미 알을 제거한 후에 요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트컬처는 알을 통째로 같이 조리했다. 최 셰프는 “오늘 생선이 워낙 싱싱해서 알과 같이 조리했다”고 말했다.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비리지 않고 알을 씹어 먹다 보면 고소한 맛도 돌아서 더 좋았다.

에스카르고식 동해안 백골뱅이 요리

프랑스어로 에스카르고Escargot는 달팽이를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 에스카르고는 마늘과 허브를 넣은 버터에 익힌 달팽이 요리를 의미한다. 여기선 달팽이 대신 백골뱅이를 사용했다. 향이 진한 오일에 마늘, 파슬리 맛이 나는 일종의 골뱅이버전 감바스 같은 별미다. 바삭한 빵 위에 골뱅이를 올려 먹거나, 빵을 버터 소스에 찍어 먹어도 아주 맛있다.

스웨덴식 미트볼&
허브 크러스트 양갈비

우리가 흔히 맛보는 미트볼은 보통 토마토 소스나 라구 소스가 얹어져 나오는 이탈리아식이다. 그러나 여긴 감자 메쉬와 오이 피클, 크렌베리 잼과 함께 미트볼이 나온다. 

최 세프는 “이게 스웨덴식 사(4)합”이라고 말한다. 스웨덴 요리의 특징인 와일드한 조리법과 강한 육향과 향신료, 크리미한 소스 등이 모두 엿보이는 요리로, 이탈리안 미트볼과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뽐낸다. 특히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이 일품.

양갈비도 허브 빵가루를 입혀 잘 구워 냈다. 해산물과 무척 잘 어울리는 훌륭한 고기 요리다.

글쓴이 김문석 셰프
“산행&여행 코스는 맛집까지 이어져 있다”

현재 한국의 호텔 요리사로 근무 중이며, 20대를 프랑스에서 보냈다. 한국에서 요리사로 근무 중 본토에서 요리사로서의 삶과 배움을 얻으려고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리옹Lyon의 폴 보퀴즈Paul Bocuse 학교 졸업 후, 리옹의 기 라소제Guy Lassausaie 미슐랭 2스타, 알자스 지역의 르 로젠메르Le Rosenmeer 미슐랭 원 스타 근무. 귀국 후 청담동의 리스토란테 에오를 비롯해 여러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후 셰프로 활동하며, 현재는 셰프가 바라보는 세상을 글로 전달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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