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숨은 명산 : 나주 식산] 사흘 동안 먹을 식량이 산에 있다, 그래서 食山

  •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입력 2021.05.28 10:29 | 수정 2021.05.28 10:39

    풍산홍씨 집성촌 도래마을에서 식산~월현대산까지 종주
    [전라도의 숨은 명산 : 나주 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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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가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도래마을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사진 나주시

    전남 나주 도래마을은 풍산홍씨豊山洪氏 집성촌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남평南平 땅은 ‘풍산홍씨 땅을 밟지 않고는 못 지나간다’고 할 정도로 부자마을이다. 조선 중종 때 홍한의가 도래마을에 터를 잡은 이후 약 500년 동안 의병장, 학자, 명사들을 길러낸 명문가다. 인근 나주, 영암까지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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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학산과 남산을 연결하는 터널 인근의 대나무 터널.

    평야지대에 우뚝 서 조망 좋아

    도래마을은 전체가 민속촌이라 할 정도로 반가班家의 고택들은 위풍당당하다. 도래마을 뒤에 있는 식산食山은 특이하게 밥 식食자를 쓴다. 때문에 ‘조선 군사가 사흘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는 산’이라고 말한다. 그 산의 기운이 모이는 도래마을은 ‘금계포란金鷄抱卵(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명당’이라고 한다.

    식산은 역사와 문화유적지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낮고 평범한 산세 때문에 마을 뒷산쯤으로 인식된 것도 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하고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어서 높이에 비해 조망이 좋다.

    구릉지형 능선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동쪽으로 해피니스골프장, 서쪽으로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가 한눈에 보인다. 도래마을에서 식산 정상까지 거리는 2.2km에 불과하지만 북단산(152m), 봉학산(147m), 남산(127m)과 월현대산(119m)까지 연계하면 7km 정도의 종주 산행을 할 수 있다.

    등산로는 비단길 수준으로 이정표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도래마을에는 130가구가 거주하며 여유 있고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마을 입구 ‘도래마을’ 표지석 뒤로 커다란 연못이 있다. 영호정永護亭, 양벽정漾碧亭은 가문의 내력을 이어가는 정자다. 구불구불한 담장 사이로 홍기은 가옥, 홍기헌 가옥, 홍기창 가옥들은 19세기 후반 남도한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어 보전 가치가 높다.

    도래마을은 2006년 전라남도 전통한옥마을로 지정되었다. 홍기창 가옥은 후손들이 거주하는 살림집이지만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계은溪隱고택 담장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 ‘도래미팬션’ 앞에 이정표가 있다. ‘식산 정상 2.2km’을 가리킨다. 오른쪽 길을 따라 인공연못을 지나면 아담한 정자 ‘계은정溪隱亭’이 언덕에 있다. 도래마을 전체와 평야지대, 멀리 빛가람혁신도시까지 보인다.

    감태봉(140m)까지 키 큰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푹신한 솔밭길이다. 숲에는 보춘란들이 지천이다. 10여 분이면 넙적바위에 이정표를 세워 놓은 감태봉이다. 큰 의미가 없는 작은 봉우리다.

    이곳부터 고도가 뚝 떨어진 내리막이지만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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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산이지만 등산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동자석이 있는 홍씨묘 앞에서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길은 해피니스골프장 후문까지 연결되어 있다. 100m가량 도로를 따라가면 왼쪽으로 육각 모정이 있고 그 윗길로 오른다. 데크 계단은 멀리서 보면 산허리에 사다리를 세워 놓은 것처럼 경사도가 크다. 데크 계단에는 숨고르기를 위한 쉼 전망대가 세 곳이나 있지만 10분 정도는 콧등에 땀이 촉촉이 밸 정도의 오르막이다.

    안부에 올라서면 일직선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좌우로 보이는 풍경들은 정상까지 비슷한 경치가 이어진다. 우측으로 해피니스골프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광주 근교에 위치해서 접근성이 좋아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36홀 규모이며 아기자기한 코스와 조경도 좋다. 멀리 개천산(497m), 화학산(614m), 용암산(547m), 만연산(609m), 무등산(1,187m)까지도 보인다.

    산 아래쪽에는 국립나주정신병원, 산림자원연구소 단지,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등이 보이고 혁신도시 중앙에 위치한 배메산(120m)과 한전, 공공기관 스카이라인이 웅장하다. 멀리 나주 금성산(451m), 광주 어등산(339m)까지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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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산 정상에서 북단산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칠성바위 전망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북단산 내려가는 길은 명품 소나무 숲

    삼각점에서 작은 봉우리 2개를 더 넘으면 식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전망데크와 산불감시철탑이 있다. 산 아래쪽에 국립나주정신병원이 직선으로 보인다. 북쪽으로 광주 어등산, 용진산, 장성 불태산(720m)이 아스라이 보인다.

    정상에서 북단산(152m)으로 내려가는 길은 감탄사의 연발이다. 3명이 나란히 걸어도 좋을 만큼 폭도 넓고 소나무의 건강한 피톤치드가 느껴지는 숲길이다. 1.2km 지점에 임도와 3층 사각기둥형 전망대가 있다. 임도 왼쪽으로는 산제리, 오른쪽으로 지석교로 연결된다. 북단산은 ‘팔마아파트 1.5km’ 이정표 방향으로 직진한다. 계속해서 행글라이더 활공장이 나오고 187봉 사각모정, 칠성바위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말등처럼 부드럽고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칠성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갈림길에서 우측 ‘방축마을’ 방향으로 간다. 5분이면 헬기장 152봉, 북단산이다. 이곳부터 이정표는 ‘남산’을 기준으로 한다. 이정표 지명은 하산지점 기준으로 되어 다소 혼란스럽다. 등산로는 산행표지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10분 거리 봉학산 정상에는 기와를 얹은 육각 정자가 있다. 정자 아래쪽은 수직 절개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 아래 레미콘 공장은 멀리서 보면 산의 절반이 파헤쳐 있어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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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래마을은 풍산홍씨 집성촌으로 500년을 이어 온 명문가답게 마을 전체가 민속촌이나 다름없다.

    정자에서 ‘남산 420m’ 이정표 방향 따라 내려간다. 잘못하면 레미콘 공장으로 내려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사유지 옆을 지나는 터널 윗길이 있다.  산 개발과정에서 새롭게 생태통로를 만들어 등산로와 연결시켰다.

    소나무가 울창한 ‘남산 정상’은 특색 없는 봉우리다. 이곳을 기점으로 완만한 내리막이다. 10여 분이면 ‘남평 배수지’ 입구와 ‘탑골 봉암사’ 안내도 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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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평 월현대산에 있는 월현정은 충절의 상징으로 불린다.

    남평의 랜드마크 월현대

    월현대산은 예전에 성덕산聖德山, 호산虎山이라고도 불렸다. 지석천 강변을 한눈에 바라보는 조망을 가진 근린공원이다. 남평향교가 자리하고 있고 야생녹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전망 정자’ 있는 곳이 정상이다. 월현대는 반대쪽 하산로 부근에 있다.

    남평의 랜드마크인 월현대越峴坮는 단종조에 사간원司諫院 관리였던 정극융丁克隆(1414~1471)이 단종이 승하하자 3년을 하루같이 복상하였고 평생 동안 매년 제를 지내고 추모했던 충절이 전해지는 곳이다. 월현대로 추정되는 곳에 월현정越峴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월현정에서 왼쪽으로 단풍나무 숲길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남평초등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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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도래마을~계은정~감태봉~임도~정자~식산 정상~북단산~봉학산~남산~월현대산 정상~월현정~남평초등학교(약 7.8km, 약 3시간 10분 소요)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가 하루 4회(07:20, 10:55, 15:20, 18:45) 운행한다.
    3시간 10분 소요. 요금은 어른 주중 3만5,900원, 주말 3만8,400. 고속버스는 강남터미널에서 나주버스터미널까지 4시간 소요된다. 우등은 2만6,100원이며 나주 직통은 하루 5회(07:10, 10:05, 12:35, 15:35, 18:35) 운행한다. 나주시내에서 도래마을은 170번 버스를 탄다. 나주역과 나주버스터미널 경유하며 도래마을까지 약 50분 소요된다.

    볼거리
    나주는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지역으로 관련 유적, 유물이 많다. 칠전리 칠불과 입상, 백제고찰 불회사 입구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석장승, 희귀한 연리지, 대웅전(보물1310호), 초의선사가 출가했던 운흥사,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 등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나주는 남도의 곳간이다. 나주 금성관 앞 곰탕집이 밀집되어 있다. ‘하얀곰탕’, ‘남평 할매집’, ‘노안집’ 등이 유명하다. 영산포 홍어 거리에서 묵직하게 삭힌 홍어와 홍어삼합(홍어+돼지고기 수육+묵은지)을 즐길 수 있다. 담백한 다도막걸리를 곁들이면 부러울 것 없는 진미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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