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산림청장에게 듣는다] “4,400여 산, 등산·트레킹·숙박 정보 내년 완성 나무심기 통해 유령목으로 바꿔야 탄소중립 효과”

입력 2021.05.03 09:27

유령목幼齡木 : 수령 10년이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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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새 산림청장이 인터뷰하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병암 청장 지난 3월 취임
산림청 차장으로 있다 내부 승진으로 임명됐다. 다소 전격적으로 교체됐지만 직원들은 2연속 내부 승진으로 산림청장이 임명된 데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33대 청장이 탄생했지만 전임 박종호 청장에 이어 2연속 내부 승진으로 이뤄진 경우는 2000년대 들어 딱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최 청장은 취임일성으로 “정부시책에 맞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림뉴딜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산림이 국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축의 하나를 담당할 수 있도록 기반을 공고히 다질 것. 둘째, 탄소배출의 원인이자 국민안전의 위협요소인 산림재해에 철저히 대응할 것. 셋째, 이미 수립된 산림뉴딜 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국민과 임업인에게 희망이 될 것. 넷째,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해  숲을 회복과 포용, 도약의 공간으로 재창출할 것. 다섯째, 산림의 문화적 가치를 높여 우리 숲을 품격 높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
월간<山>은 탄소중립과 산림, 즉 숲과의 구체적 관계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최병암 산림청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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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오른쪽)이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숲속의 한반도 만들기 업무협약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제공
산림은 최적의 탄소저감책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2연속 내부 승진 청장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조직적으로는 전임 청장에 이어 내부에서 승진 임명됐기 때문에 더욱 경사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산림청 조직에 보내준 신뢰와 1967년 개청 이후 쌓아온 직원들의 전문적 능력과 성과에 대한 결과물이라 판단합니다.”
-취임일성으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의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완성하고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이고, 산림에서 이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습니까?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3,000만t이고, 산림이 흡수한 양은 4,560만t으로 배출량의 6.3%에 해당합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배출한 만큼 가장 친환경 탄소저감 해결책인 산림에서 흡수하고 다른 저감정책도 동시에 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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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산림청 고위 공직자와 함께 산불예방과 산림분야 탄소중립 실천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제공
-그렇다면, 당연히 나무를 더 심어 탄소흡수를 더 해야 되겠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래서 2050년까지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선언했고, 2050년 탄소중립 기여도를 3,400만t으로 세웠습니다.”
-아니, 30억 그루 나무를 심는데 2050년 탄소흡수량은 왜 지금보다 떨어집니까?
“산림을 그대로 두면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집니다. 브라질 셀바의 열대우림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마존은 산소를 대량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노령목이 많으면 탄소흡수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동시에 산소배출능력도 동시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젊은 나무로 교체해 주는 작업, 즉 나무심기가 필요한 겁니다.”
나무는 60년 지나면 탄소흡수능력 떨어져
나무는 60년 전후를 정점으로 탄소흡수량, 즉 산소배출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의 숲이 그 상태에 와 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림을 3단계로 나눈다. 그 첫 단계가 민둥산을 조림한 산림녹화시대. 1960~1980년대까지 성공적인 조림을 끝내 세계적인 조림성공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두 번째 단계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육림시대. IMF 외환위기 때 숲가꾸기와 공공근로 등 일자리창출을 통한 국가위기 극복 핵심사업으로 육림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덕분에 울창한 숲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와 동시에 국제적으로 환경과 생태보존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국내적으로는 가꾼 숲에 대한 여가와 레저욕구도 분출했다. 산림보호구역이 지정되는 동시에 국립수목원이 설립되고, 자연휴양림 조성과 산림치유 및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산림복지정책도 시행됐다. 등산·트레킹 붐도 이와 관련된 부분이다. 관련 인프라가 본격 구축된 시기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림營林시대. 산림을 경영하고 관리하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단계이다. 산림경영의 주요 이슈가 바로 탄소중립이다. 산림에서 탄소흡수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 작업이 바로 노령목老齡木을 유령목幼齡木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림국이기 때문에 2050년까지 노령목이 70%까지 늘어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반드시 젊은 숲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2050년까지 30억 그루 나무심기를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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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맨 오른쪽)이 산불방지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 산림청 제공
다보스포럼 이후 세계 각국 나무심기 나서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안된 ‘1조 그루 나무심기One Trillion Trees Initiative’가 세계 각국의 주요 어젠다로 확산되는 추세다. 탄소중립을 위한 최적의 자연친화적 해결방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12월 1조 그루 나무심기 법률안을 발의했다. 캐나다는 10년간 20억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1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영국도 현재 13%인 산림비율을 2050년까지 17~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나무심기를 안 하면 어떤 결과가 생깁니까?
“나무심기를 안 하고 지금 상태로 관리만 한다면 2050년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현재 3,500만t 수준에서 1,400만t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흡수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탄소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숲 조성과 탄소흡수를 증대해야 합니다. 간벌과 노령목을 유령목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통해 임목축적량을 늘리고, 도시의 유휴토지에 나무를 심는 동시에 도시숲 조성으로 숲을 늘려야 합니다. 특히 도시숲은 우리나라의 경우 2%밖에 안 됩니다. 선진국의 10%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도시숲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나 심신안정에도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유령목으로 산림의 임목축적량을 늘리고 도시의 유휴토지나 도심에 숲을 조성해서 탄소흡수량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작업이 산림청의 중요한 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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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새 산림청장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불도 탄소배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데, 산불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산불이 발생해서 나무가 타면 그동안 흡수한 탄소를 일시에 모두 배출합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50년간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은 약 300㎏인데 산불이 발생하면 50년간 흡수한 탄소 300kg을 고스란히 배출합니다. 불이 타면서 산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원리입니다. 강원도의 30년생 소나무숲 1ha는 누적 27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불 발생 땐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는 승용차 14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와 같이 산불은 수십 년 쌓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립니다.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합니까. 산불을 예방하고 방지해야 하는 것이 탄소중립 이행에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산불발생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나 쓰레기 소각, 취사나 담뱃불 등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이유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대처 방법도 수십 년째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불예방은 별무효과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행동을 바꾸기 위해선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동안 산림청과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제재를 가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산불예방에 기여한 마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앞으로는 채찍 못지않게 당근 정책도 병행해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산불예방은 국민의 자율적 영역이 더 크기 때문에 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개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가는 산불발생 시 신속 초동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과 의식전환에 더욱 만전을 기할 생각입니다.” 
산불은 나무가 흡수한 탄소 그대로 배출
산불은 탄소와 관계에서 악순환 구조를 띤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지니는 속성이 있다. 배출량이 많고 농도가 짙을수록 더 많은 열을 지니게 된다. 매년 대기권이 뜨거워지는 이유이고, 뜨거워진 대기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된다. 노령화된 나무일수록 산소배출량이 떨어져 탄소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때 번개나 조그만 외부 자극에도 불이 발생해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된다.
연소의 3요소는 연료, 산소, 열이다. 산불이 발생할 때는 이 3가지 요소가 충족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산불로 인해 탄소배출과 함께 대기도 더욱 뜨거워진다. 수십 년간 공들인 노력이 한순간 부주의로 말짱 도루묵이 된다. 따라서 산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령목을 탄소흡수가 원활한 유령목으로 교체하고 나무심기를 매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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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석포숲에서 최병암 산림청장(가운데)이 허상만 생명의숲 이사장과 ‘기후위기 대응 나무심기 범시민운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탄소중립의 숲 조성’을 위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산림청 제공
-산림뉴딜 정책으로 어떤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까? 산림 관련 일자리는 임시직이나 공공근로 같은 일시직뿐이던데 지속적으로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있습니까? 
“산림일자리를 2025년까지 8만여 개를 창출하려고 합니다. 산림산업 활성화, 디지털·비대면 산림서비스 도입, 도시숲·산림관광·레포츠 등 다양한 산림뉴딜사업을 통해 민간 일자리로 연결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산림레포츠지도사, 나무의사, 도시숲·정원전문가 등입니다. 청년·여성·신중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서 현장경험을 통한 자격증 취득과 취업교육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로 이동하게 하는 겁니다. 나아가 임업인 소득지원과 청년창업을 통해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있는 산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복안입니다.
지금 귀농·귀촌인구가 서서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 중심의 고밀도 개발형에서 산촌 중심의 저밀도 안락형으로 삶의 방식도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차세대 식·약재, 건축자재, 신소재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업과 목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임업직불제 등 소득안전망을 구축해 임산업체에 활력을 부여하면 좋은 일자리는 당연히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숲은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방역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국민들이 불편 없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의향은 없습니까?
“국민들이 숲을 더 자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숲과 도시정원을 확대 조성하는 등 생활권 숲 인프라 확충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서 도시숲이 현저히 부족하지만 2018년 4,500ha에서 2020년 5,140ha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국민들이 전국의 자연휴양림, 숲길, 산림레포츠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숲나들e’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전국의 숲시설을 조회·예약·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포스트 코로나에 숲나들이를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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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맨 왼쪽)이 2050 탄소중립 실천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제공
-숲은 숲길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산에는 다양한 트레킹코스와 등산로가 있습니다. 숲길과 관련된 등산·트레킹코스와 숙박과 연계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있는 자연휴양림은 숲길과 동떨어져 나홀로 숲속 숙박시설 같아 보입니다. 국민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더 높일 대책은 없는지요?
“맞습니다. 자연휴양림은 산림의 두 번째 단계인 육림시대의 산물이고, 국가숲길은 영림시대의 결과물입니다. 미스매칭되는 부분이 있죠. 이를 앞으로 원활히 연결해서 국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산림청에서 발표한 전국의 4,400개 산의 등산로와 트레킹 코스, 그리고 숙박시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내년 말까지 서비스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하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숲길과 연계된 자연휴양림, 그리고 자연휴양림이 없으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촌마을과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종합정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등산·트레킹 인구 2,500만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산림청의 주요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도로정보 못지않게 완벽한 산림인프라 정보를 만들 겁니다.”
-지금 국민들은 국가숲길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외국에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훌륭한 트레일이 있는데 우리나라엔 왜 없느냐는 겁니다.
“국가숲길이 곧 몇 개 지정되면 국가 관리하에 외국 어느 트레일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찾게 할 계획입니다. 숲길은 앞으로의 삶의 한 방식인 저밀도 안락형과 연계해서 이용객이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그 수요를 예측해서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는 코스와 정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산림의 문화적·인문적 가치, 즉 숲의 품격을 높일 가치를 많이 발굴해서 숲길과 연계해서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닌 역사와 미래를 살펴보면서 성찰할 수 있는 숲길을 만들 계획입니다. 앞으로 산림청이 국민 곁으로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항상 보이겠습니다.”
‘不努不成’ 좌우명, 산의 묵묵한 德 배워
최 청장은 기술고시가 아닌 행정고시 출신이다. 좀 드문 경우다. 그에게 “행시 출신이 왜 산림청에 남으려고 했느냐”며 다소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사무관 초기 시절 산림과학원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창밖을 쳐다봤습니다. 멋진 나무 한 그루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응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나무에게서 무한한 생명을, 생명의 가치를 느꼈습니다. ‘나무야말로 하등의 존재가 아닌 인간과 동등한 생명의 가치를 지닌 존재구나’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습니다. 인간은 말도 많고 잘난 척 하지만 나무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다 가는 모습이 마치 도를 닦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아, 이게 내 자리구나. 나무와 함께 공직생활을 해야겠다’고 느껴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 정도 되면 마치 도를 깨달은 사람 같다. 최 청장은 또한 시적 감수성이 뛰어나 상사나 부하 직원이 다른 부서에 가면 인사말 대신 헌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에게 산림청과 월간<山>을 위한 시 한 수씩을 부탁했다. 바로 날아왔다.
‘나무처럼. 
이 세상 오직 한 곳에/ 깊이 뿌리박고/ 한 걸음 미동도 못 하면서도/ 하늘 높은 그곳을 우러러/ 가지를 힘차게 뻗는 나무처럼// 여름엔 비바람 겨울엔 눈보라/ 또 온갖 새들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 돋아내는 나무처럼// 결코 한평생에 살생이란 없다/ 벌레부터 사람까지 만 생명 품어 길러도/ 은혜를 갚으라 하지 않고/ 오직 태양의 은총만을 기다리며/ 빛이 육신이 된 나무처럼// 나무처럼, 그 나무처럼….’
월간<山>에 헌시 
‘산을 오르며’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이른 새벽 산에 든다/ 새벽의 숲은/ 밝아지는 세상이 궁금하여/ 먼저 잠에서 깨서 수런거린다./ 밤새 어둠을 호흡한 잎사귀들이/ 지친 땀방울에 흥건히 젖었다가/ 새벽바람에 팔랑팔랑/ 일제히 귀를 쫑긋 세운다/ 새 날이 밝아도/ 산은 여전히 기울어 있고/ 흙은 어제처럼 거친데/ 나무들의 초록빛은/ 어제와 다르게 사뭇 싱그럽다/ 비탈진 산에도 나무들은/ 어제보다 더욱 곧다.’
나무를 보면서 감동받은 그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수행해 온 공직생활 30여 년 동안 그는 부친이 가훈으로 내려주신 ‘불로불성不努不成’이란 좌우명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 노력하지 않고는 성공이 없다는 뜻이다. 산과도 맥락이 닿는다. 그에게 산이 무엇인지 물었다.
“산은 만 생명을 품고 살면서도 한마디 불평 없이 묵묵히 성찰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 줍니다. 그래서 산을 오르면서 넓은 부모의 마음을 배워왔습니다. 옛말에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는데, 그것은 산의 덕德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림청장에 오르려면 이 정도 산에 대한 내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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