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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강찬모의 히말라야 명상] 히말라야, 아 그것은 필연이었으리라

강찬모 화가
  • 입력 2021.06.23 09:39
  • 수정 2021.06.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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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밤에, 저는 소변을 보려 밖으로 나왔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그대로 그 휘황한 별들의 세계에 빠져 들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로지의 마당을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얼마인지도 모르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순간, 갑자기 저의 몸으로부터 모든 에너지가 하늘로 빠져 오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텅 비어, 몽롱함 속에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별들도 없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 자리에는 오직 백색의 텅 빈 공간만이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멈춰선 그 순간!
저를 잊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별들을 바라보던 그 날 이후,
그 풍광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2004년 12월 히말라야 딩보체Dingboche(해발 4,400m)에서의 기억-

화가 강찬모

중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1978년 동양화의 매력에 매료되어 1981년부터 일본미술대와 쓰쿠바대에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004년 히말라야에서 특별한 영적 체험을 한 뒤 히말라야의 대자연과 우주의 기운을 표현한 작품을 주로 그리며 ‘히말라야의 화가’로 불린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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