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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콜럼버스 탐험을 처음 실은 ‘콘타리니 세계지도’

글 최선웅 한국지도학회 고문
  • 입력 2021.07.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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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웅의 고지도 이야기 107

1506년 콘타리니-로셀리의 세계지도(출처: British Library).
1506년 콘타리니-로셀리의 세계지도(출처: British Library).

콜럼버스C. Columbus는 멀리 아프리카 남단을 돌지 않더라도 서쪽으로 가면 인도에 닿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1492년부터 1504년까지 4차에 걸쳐 서회西回 항로를 탐험했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인도가 아니라 오늘날 ‘서인도제도’라 불리는 카리브해의 섬과 대서양 연안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견은 당시 아메리카대륙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콜럼버스의 탐험 결과를 처음 세계지도에 그린 지도제작자는 조반니 마테오 콘타리니Giovanni Matteo Contarini이다.

콘타리니는 베네치아공국을 건국한 가문 중 하나인 콘타리니 가문의 일원으로 추정될 뿐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1507년에 사망한 해만 알려져 있다. 이 세계지도상 아프리카 남쪽의 설명주기 란에는 1506년 콘타리니가 편집하고, 세밀화가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로셀리Francesco Rosselli가 동판 조각했다고 기재되어 있어 흔히 이 지도를 ‘콘타리니-로셀리 세계지도’라고도 부른다.

또한 이 지도는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헤우드E. Heawood가 지도 용지의 워터마크watermark(종이에 표시한 투명무늬로, 제작처나 품질 등을 알 수 있다)를 분석한 결과 피렌체에서 인쇄된 것으로 밝혀냈다. 1922년 대영박물관에서 이 지도의 유일한 사본을 구입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부채꼴 모양 원뿔도법 첫 사용

콘타리니는 해외 탐험가들이 수집해 온 신대륙의 정보를 추가하기 위해 최초로 세계를 부채꼴로 전개한 독창적인 원뿔도법conic projection을 사용했다. 원뿔도법은 지구의地球儀에 씌운 원뿔에 경선과 위선을 투영하고 이를 평면으로 펼치는 도법으로, 보통 북극이나 남극의 표준위선에 정접正接, tangent해 중위도 지역을 보여 주는 지도에 사용된다. 이 세계지도에서 위선은 10° 간격으로 동심원을 이루고, 경선은 카나리아제도를 지나는 중앙자오선을 기준으로 10°의 간격으로 직선을 이룬다. 아프리카 남쪽을 지나는 남회귀선Circulus Capricorni과 적도Circulus Equinoctialis, 북회귀선Circulus Cancri은 쌍선 동심원으로 그려져 있다.

지도의 크기는 가로 63cmㆍ세로 42cm이고, 전체적인 형태는 중앙자오선 동쪽의 유럽은 엔그로넬란트Engronelant(그린란드)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붙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되었고, 아프리카의 형태 역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되었으나, 내부의 지리정보는 거의 추측에 의한 것이다. 반면 아시아는 1492년 마르틴 베하임M. Behaim이 제작한 지구의에 표현된 정보를 답습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동쪽으로 갈수록 상상과 허구투성이다.

아라비아해 동쪽으로 뾰족하게 돌출된 반도는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이 뚜렷한 인도반도로,  1498년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가 도착한 캘리컷Calicut과 카나노르Cananor가 표시되어 있다. 인도반도 남쪽의 작은 섬 세일라Seila는 지금의 실론섬이고, 그 동쪽의 눈에 띄게 큰 섬은 프톨레마이오스 이래 실론섬을 지칭하던 타프로바나Taprobana isula이다. 타프로바나 동쪽의 갠지스만Sinus Gangeticus은 오늘날의 벵골만이고, 그 동쪽에 남서쪽으로 돌출된 작은 반도와 그 동쪽의 시누스 마그누스Sinus Magnus는 그리스, 로마, 아랍, 페르시아, 르네상스 시대의 지도제작자들에게 알려진 오늘날의 타이만(시암만)이다.

현대 지도상 타이만 서쪽 반도는 말레이반도이고, 그 동쪽 반도는 인도차이나반도이지만, 이 지도에서 가장 동쪽에 남서쪽으로 돌출한 긴 반도는 1490년경 엔리쿠스 마르텔루스H. Martellus가 제작한 세계지도에서와 같이 ‘용의 꼬리Dragon’s Tail’ 또는 ‘호랑이의 꼬리Tiger’s Tail’라고 불리는 유령반도이다.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프톨레마이오스는 반도 내에 표시된 도시 ‘카티가라Catigara’를 극동 지역의 무역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동쪽에 있는 항구라고 이해했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콜럼버스는 1502년 제4차 마지막 항해 때 참파Champa(베트남 중부에 있던 왕국)의 해안을 따라 카티가라곶을 남하해 카티가라와 신세계를 분리한 해협을 통해 시누스 마그누스에 들어가 말라카로 항해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용의 꼬리’ 반도 끝 동쪽에 있는 큰 섬은 또 하나의 세일라섬Seila isula이지만, 이 섬은 수마트라섬이고, 수마트라섬 동쪽 끝에 있는 섬이 자바섬Java isula이다. 

마다가스카르섬도 표기

인도반도 남쪽 인도양 상에 있는 두 섬은 마다가스카르와 잔지바르섬이다. 위치도 거꾸로 되어 있지만 실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섬인 잔지바르에 비해 크기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섬 옆의 설명주기에는 ‘이 섬은 세계 어떤 섬보다 크고 둘레는 4만 마일이나 된다. 배가 29일 만에 이 섬에 도착했으나, 거센 물살이 남쪽으로 흘러 3개월에 돌아올 수 없었다’라고 쓰여 있다.

지도의 서쪽 부분은 콜럼버스가 인도로 착각했던 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다. 우선 가장 서쪽에 그려진 육지는 아메리카대륙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일부이다. 특히 서경 20°, 유럽대륙 코앞까지 뻗어 있는 큰 반도는 아시아 북동쪽 끝의 축치반도Chukchi Pen.에 해당되고, 그 끝에는 1500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가스파르 코르테레알Gaspar Corte-Real이 아시아로 가는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항해하다가 발견한 곳으로 ‘이 땅은 포르투갈 왕의 항해자들이 발견했다’라고 쓰여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은 ‘성 십자가의 땅’ 

동아시아에는 중국 북서쪽 지방을 가리키는 탕구트Tangut와 중국 북부를 가리키는 카타이Kathay, 중국 남부를 가리키는 망기Mangi 등이 표기되어 있고, 대륙 남쪽 끝에는 동쪽 끝에도 그려져 있는 자바섬이 있다. 따라서 이 세계지도는 극동과 극서를 연관 짓는 가장 빠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대륙 동쪽 경도 120°상에 그려진 큰 섬은 지팡구Zipangu, 즉 일본이다. 설명주기에는 ‘이 섬은  망기해안에서 동쪽으로 1,500마일 떨어져 있고, 쿠바 서쪽으로 20° 정도 거리에 있으며, 금이 풍부하다’고 쓰여 있다.

지팡구와 서아프리카 사이에는 콜럼버스와 스페인 탐험가들이 발견한 결과가 삽입되어 있고, 북아메리카대륙의 존재를 시사하지 않는 섬들, 즉 쿠바섬Terra de Cuba과 오늘날 아이티섬인 히스파니올라섬Insula Hispaniola 등이 그려져 있다. 이 섬들 남쪽의 거대한 땅은 콜럼버스가 제3차 항해에서 발견했고, 그 뒤 스페인의 후계자들이 발견한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북동부 해안에는 스페인의 영향을 나타내는 ‘성 십자가의 땅Terra S. Crucis’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1500년 포르투갈 항해가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이 이끄는 탐험대가 처음 남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때 이곳을 섬으로 알고, ‘베라 크루즈섬Ilha de Vera Cruz’이라 명명했으나, 나중에 대륙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자 ‘테라 데 산타 크루즈Terra de Santa Cruz’로 개명했다. 이 광활한 대지는 지도의 경계선인 대척지對蹠地에서 갑자기 끝난다.

콘타리니 세계지도가 제작된 지 2년 뒤인 1508년에 이와 유사한 세계지도가 로마에서 출판되었는데, 이 지도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지오그래피아> 지도집에 수록된 것으로, 탐험가이자 지도제작자인 요하네스 루이쉬Johannes Ruysch가 제작한 것이다. 이 지도는 콘타리니 세계지도와 동일한 원추형 투영법을 사용했고, 두 지도 모두 콜럼버스의 발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출신 영국의 탐험항해가 존 캐벗John Cabot의 발견과 포르투갈의 자료, 마르코 폴로의 여행 기록까지 포함된 당시의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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