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클라이밍!ㅣ중년의 클라이밍] 스포츠클라이밍은 젊은이 전유물 아니다!

입력 2020.04.08 09:43

클라이밍 시작한 중년, 심폐기능·체지방 감소 효과 높아…습관성 탈골·관절염 있으면 毒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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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6세인 김중희씨는 5.11 수준의 클라이머다. 3년 전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등반 중 추락,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를 크게 다쳐 의사로부터 매달리는 운동은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깨 가동범위가 크게 손상됐으나, 3개월 전부터 꾸준한 재활 운동과 클라이밍을 통해 지금은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 없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100세 시대를 바람직하게 살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수다. 최근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려면 걷기,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육을 충분히 키워야 면역력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근골격계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노년층 사이에서 근력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근력 운동으로서 스포츠클라이밍은 어떨까? 중년에 시작하기에는 너무 과격한 운동이지 않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별 상관없이 중년 이상의 나이에 충분히 스포츠클라이밍을 해도 괜찮으며,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손정준 박사에 따르면 중년 남성의 경우 스포츠클라이밍의 동호회 활동 경력이 길수록 체지방 감소, 체력 향상, 심폐기능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운동경력 2~3년 집단이 1년 이하 집단에 비해 신체 능력이 우수해 비교적 짧은 기간만으로도 신체 능력이 효과적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물론 신체 회복 속도가 빠른 청년기와 다르게 중년에는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조금 더 신중하게 운동에 임해야 한다. 중년의 클라이밍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운동효과와 운동방법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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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씨는 웬만한 젊은이보다 뛰어난 등반 실력을 갖고 있다.
Q1. 중년의 클라이밍, 어떤 운동효과가 있나?
나이가 들면 일상생활 속에서도 근육의 필요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바지를 갈아입는 동안 한 다리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버거워지는 경우다. 몸을 통제하고 균형을 잡는 능력이 감퇴된 것이다.
김인경 매드짐 대표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두 손과 두 발을 사용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다양한 움직임을 취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균형감각을 향상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라며 “특히 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면 자연스럽게 코어근육이 발달돼 척추 관절에 노화가 와도 몸이 굽지 않고 허리가 바르게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운동효과는 경희대 손정준 스포츠학 박사의 ‘중년 남성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의 경력에 따른 건강관련 변인 비교 분석’ 연구에서도 잘 나타난다.
손 박사는 스포츠클라이밍 운동 경력에 따라 5년 이상 집단과 2~3년 집단, 1년 이하 집단을 구분하고 각 집단 간의 신체적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클라이밍 경력이 길수록 균형 감각이 뛰어났으며,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악력 등 전반적인 신체 능력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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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암장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사회적 소통을 할 수 있어 곧잘 심리적 위기에 빠지곤 하는 중년에게 큰 도움이 된다.
중년 여성도 마찬가지다. 경희대 체육학 이지은 석사의 ‘중년 여성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과 일반인의 건강체력 수준의 비교 분석’ 연구에 따르면 중년 여성 스포츠클라이머의 평균적인 근력과 평형성, 심폐지구력이 일반인에 비해 우수했으며, 건강체력연령 또한 더 낮게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 대학 문지연 스포츠의·과학 석사는 65세 이상 제2형 당뇨병 노인 여성에게 10주간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게 한 뒤 추이를 지켜본 결과 근력과 운동 능력은 물론, 공복 인슐린, 수축기·이완기혈압, 평균 동맥압이 유의하게 감소돼 짧은 운동 기간만으로도 충분한 건강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김 대표는 “운동의 특성상 심리적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 루트나 문제를 완등하면서 오는 성취감이 대단히 높고, 비슷한 실력대의 집단이 같은 벽에서 같이 운동하고 응원하며 사회적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잘 심리적 위기에 빠지곤 하는 중년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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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관절가동성 운동이자 웜업을 위한 딥바. 팔꿈치는 고정한 채 날갯죽지만 쭉 떨어뜨렸다가 올리는 운동이다.
Q2.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클라이밍은 이처럼 중장년층에게 매우 좋은 운동이지만 지켜야 하는 대전제가 있다. 바로 균형 잡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클라이밍 코치 랜스 해드필드Lance hadfield는 균형 잡힌 운동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이가 들거나 또는 부상으로 장기간 쉬다가 다시 클라이밍을 시작할 경우에는 우선 변화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워 지속적인 성취감을 가져야 하며, 노화로 인해 가장 손상이 많이 발생하는 어깨와 손가락의 부상예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균형 잡힌 운동을 하려면 클라이밍만 해서는 안 된다. 관절가동성 운동과 유산소 운동, 근력강화운동(손가락, 어깨, 코어)을 규칙적으로 병행하면서 몸을 어느 정도 만든 후에 쉬운 문제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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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관절가동성 운동.
1. 관절가동성 운동
 
관절가동성 운동의 핵심은 관절의 가동범위가 큰 어깨관절과 고관절, 그리고 손목관절의 관절 사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는 데 있다. 관절 사이의 여유 공간이 좁아지면 움직임도 작아지고, 근육과 인대의 손상이 발생한다. 어깨관절의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회전근개 손상이, 손목관절의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삼각섬유인대 손상(손목의 안쪽이 아픈 클라이머들의 고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절가동성 운동을 ‘스트레칭’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칭은 영어 뜻 그대로 근육을 ‘늘린다’는 의미지 관절가동성을 확보해 주는 동작이 아니다. 관절가동성 운동은 관절 주변 근육local muscle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동작들로 구성된다.
중년이 고질적으로 고통을 겪는 어깨의 관절가동성을 향상시키는 운동으로는 가벼운 어깨 돌리기가 있다. 팔과 목에 힘을 빼고 어깨뼈Scapula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깊게 돌려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어깨 외에도 자신의 몸에서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 부위가 있다면 인터넷에서 부위명과 RomRange of Motion운동이라고 검색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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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으로 저그 홀드에 매달리는 손가락 근력강화운동.
2. 유산소 운동
유산소 운동이라고 하면 반나절 이상의 등산이나 한 시간 이상의 달리기를 떠올리겠지만 몸 풀기 및 심혈관 기능 향상 차원이므로 5~20분 정도의 전신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일주일에 3일 정도만 꾸준히 해주면 된다. 가벼운 버피 운동, 제자리 스쿼트, 로잉 머신, 캐틀벨 스윙, 네발기기 운동 등을 권장한다.
3. 손가락, 어깨, 코어 근력강화운동
중장년층이라면 특히,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 운동이다.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손가락 운동이다. 주변 관절을 고정하고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는 운동과 주먹을 쥐고 손목을 아래로 구부렸다가 펴는 운동을 5초간 12회 정도 해서 충분히 손가락을 풀어 준다. 그 다음 편안한 저그 홀드에 손가락을 걸치고 매달린다. 이때 어깨나 코어 등의 근육이 관여되지 않고 오로지 손가락으로만 매달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곳에 힘이 들어가거나 자세가 틀어지면 바로 중지한다. 약 5~10초만 수행하고 휴식시간도 같은 시간으로 갖는다. 10세트 정도면 적절하다.
어깨운동은 어깨 관절가동성 운동을 한 뒤 실시한다. 탄력밴드를 활용한 내회전, 외회전 운동이나 밴드를 머리 위에 걸어두고 당겨 주는 풀업을 하는 것도 좋다.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으로는 일반적인 팔굽혀펴기가 아닌 어깨푸쉬업scapula push-up이 있다. 엎드린 자세에서 팔꿈치를 굽히지 않고 무게중심만 앞으로 기울여 날개뼈가 서로 모아지도록 하는 운동이다. 바닥에서 하는 것이 어렵다면 벽이나 책상을 짚어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코어 운동은 네발기기와 애니멀 트레이닝이 있다. 클라이밍과 가장 유사한 근육이 사용되는 운동들이다. 이 외에도 플랭크와 사이드 플랭크도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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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라면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90° 직벽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4. 클라이밍
클라이밍은 충분히 몸을 푼 이후 저난이도 지구력 루트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클라이밍에 처음 입문한 중장년이라면 한동안 90° 직벽에서 난이도 5.8~5.9 정도의 지구력 루트에서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만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2~3일, 하루에 5~10세트, 30분~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90° 이상의 벽에서는 상·하체와 코어를 고르게 사용하기보다 상체에 부하가 집중되기 때문에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고관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너무 깊게 주저앉거나, 고관절을 회전해서 횡으로 이동하는 동작(트위스트 락)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동작이 요구되는 문제라면 대체 홀드를 선택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쉬운 볼더링 문제에 도전해도 좋다. 단, 볼더링은 불안정한 자세에서 추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하로 움직이는 문제보다는 옆으로 움직이는 문제 위주로 도전하고 내려올 땐 홀드를 잡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을 권한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다가 복귀했다면 우선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 먼저다. 한창 체력이 좋을 때 성공했던 루트를 똑같은 방법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전하면 부상을 입기 쉽다. 관절가동성, 근력이 모두 줄어든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 벽에 붙지 말고 먼저 몸을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에 5일 운동을 한다면 첫 주에는 4일간 관절가동성, 근육 재활, 네발기기, 유산소 운동을 하고 하루는 가벼운 산책만 하는 것이 좋다. 이 중 2일 정도는 트레이닝보드에서 10세트 정도 매달리기 운동을 한다. 두 번째 주부터는 첫 번째 주의 운동 메뉴에 추가로 2회 정도 낮은 강도의 지구력 루트를 추가해서 오른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더 낮은 난이도의 루트를 올라야 한다.
점차 클라이밍을 오래 해도 좋을 만큼 신체 능력이 발달된다고 해도 클라이밍만 하지 않고 관절가동성 운동, 유산소 운동과 근력강화운동을 병행해 줘야 어깨, 고관절, 손가락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막으면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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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수술 이력이 있거나 통증이 있는 클라이머라면 매달렸을 때 사진처럼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고관절에 무리가 와 탈골될 우려가 있다.
Q3. 이런 사람은 반드시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밍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다. 어깨, 고관절, 무릎 등의 수술 이력, 습관성 탈골 및 류마티즘 관절염, 저혈압이나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스포츠클라이밍이 독이 될 수 있다. 물론 회복 여부나 질환의 정도에 따라서 운동을 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소견에 따라 운동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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