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지난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프랑코-아르젠틴 루트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가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원정기를 싣는다.히말라야의 남체바자르, 알프스의 샤모니,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엘찰텐!!! 모두 세계 트레킹 마니아의 성지인 동시에 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마을들이다. 나는 이곳들 모두에 다녀왔다. 운 좋은 사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파타고니아 원정에서 본 엘찰텐이라는 마을은 남체와 샤모니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남체보다는 편리한 일상(그렇다고 도시에 비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지난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프랑코-아르젠틴 루트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가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다.‘결국 여기에 왔구나!’ 30여 년간 꿈꿔 온 곳이었다.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세로토레, 엘찰텐. 이름만 들어도 설렘이 폭발하는 곳. 10여 년 전부터 나는 부산빅월클럽bbc 회원들과 파타고니아에 가야겠다고 계획했다. 그동안 나는 미등봉, 신 루트 개척 등 이런 선구적인 등반보다 유명하고 아름다운 등반지에서 가능한 안전한 등반여행을 좋아했다. 멤버들도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다. 정상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몇 십 년 살았어도 고향은 잊히질 않는다. 오랜만에 가도 낯설지 않고 포근하다. 고향에서 풍기는 냄새는 모두 향기롭다. 부산이 고향인 어떤 유명 야구선수는 원정경기를 마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분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 톨게이트를 막 들어서면 특유의 부산 냄새가 납니다!” 나는 이 말에서 그의 고향 사랑을 느꼈다. 간만에 금정산 부채바위를 찾았다. 여기가 바로 나의 고향이다. 내가 처음 ‘산의 세계’에 발을 들였던 곳이다. 바위, 흙, 소나무 등 낯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풍경이 그리웠다.
2019년 경남 함안의 전투산 상데미암에서 청람산악회는 청람길과 동진길 개척보고회를 열었다. 이후 이 두 멀티피치길은 전국의 많은 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특히 해외원정 등반에 필요한 등반 루트가 만들어져 있어 조금씩 등반가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상데미암 5개의 봉우리 중 4봉에 위치한 95도가 넘는 높이 45m가 넘는 거대한 직벽이다. 이른바 골든월이라고 불린다. “바위가 우리 산악회 소유물도 아니니 얼마든지 개척이 가능하다”는 청람산악회의 배려로 부산빅월클럽BBC은 2020년 2월에 인공등반 루트를 추가했다. 몇 해가 지난
“추락과 동시에 손을 내저었지만 허사였다.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여기서 끝인가…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인생에 매달려 있는 것이 끝인가?”어둠이 내려앉은 설산, 작은 머리 위의 헤드랜턴만 비추며 한 사내가 걸어간다.“강식아, 큰 놈 있다. 조심해라!”나는 뒤에서 확보 중인 강식을 향해 소리쳤다.강식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감시 기다렸다.‘뭘 꾸물거리는 거지? 안개 때문인가?’짧은 순간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동시에 환청처럼 “형, 떨어져요!” 하는 소
이번 여름은 유독 비가 잦다. 촬영 전날에도 경남 지역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등반하기로 한 날도 일기예보엔 ‘비’라고 나와 있었다. 예상 강수량이 많지 않아 희망이 생겼지만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진주에서 왕성하게 등반활동 중인 김규철(진주SKY클라이밍센터장)씨와 함께 등반할 예정이었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에 있는 신반 병풍암을 등반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 병풍암 좌벽을 둘러보니 바위는 온통 비에 젖어 있었다. 잡풀도 꽤 많이 자라고 있어 예전의 등반가들로 북적거렸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현재 인근 사찰에서
솜다리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쓸모 있는 것 중 하나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봤던 재미있는 영화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고, 여행지에서 본 붉은 노을을 떠올리니 또 마음속에 감동이 일어난다. 이렇게 좋은 추억은 순식간에 기분을 바꾸고 얼굴 표정까지 변하게 한다. 어떤 것이 됐든 추억은 소중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유럽 알프스 지역에서는 에델바이스가 흔하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설악산이나 한라산 같은 고지대에서만 겨우 볼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추억처럼 소중하다.
1022 지방도로는 운치 있었다. 구불구불 한참 달리니 멀리 천태사의 일주문이 보였다. 도로 옆 계곡 위에 천태리지 푯말도 눈에 들어왔다. 보통 리지등반은 어프로치가 길다. 그런데 천태리지는 의외였다. 차를 세우고 100m쯤 걷자 첫 바위가 나타났다. 어프로치가 짧아 여기가 맞나? 어리둥절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했다. 천태리지 개척을 주도한 민평식 (양산등산학교, 락앤락클라이밍) 대장과 최경환(양산등산학교 교감)씨였다. 이승주(락앤락클라이밍 총무)씨도 함께 왔다. 이들은 2018년부터 경남 양산 천태리지를 개척했다. 이듬해
2021년 연말이었다.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박정용 형이었다. 2023년 3월쯤 부산에서 꾸리는 원정등반의 대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웬 원정대? 히말라야 원정 등반은 나와는 거리가 멀고 아무 상관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선배이자 평소 등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던 형의 명령과 같은 문자였기에, 고민하지 않고 지원서를 보냈고 체력평가에 참여했다. 체력평가 당일, 지원자가 많았다. 대부분 부산시산악연맹 소속의 산악회원들이거나 구조대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었다. 50대 이상이 많았다.
삼천바위는 전주바위오름 회원들이 2005년부터 개척을 시작해 2011년 완성한 암장이다. 2000년 즈음 여러 클라이머들이 루프에 가까운 오버행에 붙은 홀드가 지나치게 작아 등반 불가로 판정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동호인들의 등반 실력이 향상되면서 개척이 시작됐다. 전주바위오름은 원래 전주클라이밍클럽이었고, 10여 년 전 이름을 바꿨다. 삼천바위는 가로와 세로, 높이 각각 20m의 정육면체 모양의 바위다. 4면 전체에 총 34개 루트가 있다. 국내 최고난도 루트가 밀집되어 있어 수준급 클라이머들이 집중적으로 찾는다.평일 나른한 오전
산정을 향해 이어진 숲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밟은 이 없는 눈 위로 발자국을 내며 걷자니 아이 시절로 돌아간 듯 마냥 즐거웠다. 며칠간 내린 눈의 적설량은 무려 1m가 넘었다. 아랫동네 길을 내느라 밤낮없던 제설 차량은 사흘째가 돼서야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고, 그러자 잿빛 일색이던 구름 사이로 거짓말처럼 해가 솟았다. 해발 400m, 눈보라 치던 산간마을에서의 3일은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사실 1m 남짓한 적설량은 울릉도 나리분지의 명성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다. 최대 적설량 2m 87cm. 나리분지는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고속도로에 서서히 붉은빛이 내려앉았다. 새해가 되고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쳤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걸 들이마셨을 때 몸은 짜릿했다. 신선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경상남도 밀양 재약산 자락의 얼음골주차장에 도착했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았다. 경남지방 산악인들은 겨울이 되면 여기 얼음골에서 빙벽을 즐겼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환경이라 밀양 얼음골은 경남지방에서 유일하면서 또 최고의 빙벽 등반지다. 이날은 부산 거벽등반을 주도하는 부산빅월클럽 회원들 그리고 부산경남 산악회에서 활발히 등반활동을 이어가는 등반가들과 만났다
12월 중순, 기온이 영하 10°C 아래로 내려갔다. 코끝이 시렸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지! 등반장비를 챙기니 오랜만에 긴장됐다. 아침 8시, 도선사 주차장은 한산했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한파가 몰아쳐서 그런 것 같았다. 주차할 곳은 많아서 좋았다. 최기련(손정준클라이밍 연구소), 이지은(손정준클라이밍 연구소)씨와 믹스등반을 하기로 했다. 루트는 인수봉 고독의 길.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곧 두 사람이 내렸다. “오늘 너무 추워서 걱정인데요?”라면서 최기련씨가 웃었다.북한산은 온통 하얗다. 이틀 전 큰 눈이 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산악연맹이 파견한 힘룽히말 원정대가 지난 10월 20일 힘룽히말(7,124m) 등정에 성공했다. 힘룽히말은 안나푸르나 북동쪽 보호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티베트와 네팔의 국경에 접해 있다. 이번 원정이 특별했던 건 코로나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원정대(총 16명)였다는 것과 더욱 폭 넓은 정통 산악인 양성을 위해 비교적 고산 등반 경험이 적은 젊은 산악인들을 선발해 1년 동안 22차례에 걸쳐 암빙벽, 하중 등 극한 훈련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정상을 밟은 허범 대원의 일기를 통해 원정 기록을 따라가 본다. 모든 게 압도
투구바위 가는 길. 천년 고찰 선운사를 지나면 도솔제가 나온다. 호젓한 풍광이다. 이 모습은 언제봐도 내 마음속에 감동을 일으킨다. 절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수 십, 수 백 년 자라온 덩치 큰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 다음으로 이어진다. 여기를 걸으면 몸가짐이 절로 얌전해진다. 그러니까 선운산으로 가는 길은 마치 도 닦으러 가는 것 같다.도솔제에서 700여 m 더 가면 속살바위와 투구바위가 나온다. 바위까지 멀지 않지만 여기까지 이르면 언제나 몸에 땀이 조금씩 밴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땀은 금방 말랐다. 아직 가을이지만 여긴 초
7월 21일 대장의 무게오늘 인혁 형은 평소 마시지 않던 맥주를 마셨다. 어떤 의미인지 상당히 고민이 된다. 스스로 휴식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쌓인 스트레스를 달래는 것인지. 대장의 무게는 무겁다. 여기 있는 대원 모두는 각 학교에서 대장을 한 번씩 해봤다. 그렇기에 인혁 형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산악부 신입생처럼, 그저 즐기기보다는 함께 고민하며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우리는 내일 1,200m를 올라야 한다. 상당히 고된 하루가 될 것이다. 한 번에 오르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며 고도 손실을 감
2014년 우리(크랙등반이 좋은 사람들)는 저승봉을 개척한 뒤 많은 등반가들이 저승봉을 등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저승봉이라는 이름처럼 “등반하다가 저승갈 뻔했네”, “어프로치 하다가 죽을 뻔했네”, “볼트가 얼마 없어서 겁나서 등반 못 하겠네” “벽 각도가 세서 좌절했네” 등등 저승봉은 살벌하면서도 위험한 곳이라고 소문이 고약하게 났다. 참고로 저승봉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승 저승이 아니고, 돼지 저豬, 오를 승昇자를 쓴다. 산에 멧돼지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다. 트래드 클라이밍은 등반자가 확보물을 직접 설치
‘시뇨라 델라 아쿠아Signora delle Acque’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수Lago di Garda 근처에 있는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코스)이다. 물의 여신이라는 뜻인 시뇨라 델라 아쿠아는 등반코스 바로 옆으로 폭포가 쏟아져 시원한 물이 등반자의 얼굴을 어루만져 준다. 폭포수를 맞으며 오르는 상쾌함이 등반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 곳이다.시뇨라 델라 아쿠아는 큰 호수가 옆에 있어 사계절 내내 날씨가 온화하다. 겨울철에도 등반이 가능하다. 어프로치는 마을에서 30분 정도 걸리며
그랑드조라스Grandes Jorasses는 알프스산맥 몽블랑 산괴에 위치한 산이다. 최고봉은 워커봉Pointe Walker(4,208m)이다. 1868년 6월 30일 H.워커, M.안데렉, J.자운, J.그란지가 초등했다. 그랑드조라스 북벽은 마터호른, 아이거와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으로 불린다. 많은 등반가들이 찾는 곳이지만 등반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날씨에 따라 등반의 성공이 좌우된다. -편집자 주2012년 마터호른(4,478m)을 등반했을 때다. 그랑드조라스 북벽은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해 몽탕베르역Montenvers에서 바
파키스탄 탈레Thally계곡 북동쪽에 있는 피크39(6,120m)는 미등봉이다. 사람 발이 닿지 않은 봉우리인 것. 동아대산악회는 2019년 이곳을 등반했다. 당시 아이스폴(급경사 빙하가 완경사로 변하는 부위의 울퉁불퉁한 부분) 아래에 데포(중간 지점에 미리 짐을 가져다두는 것)해 놓았던 장비들이 아이스폴의 붕괴로 사라져버렸다. 턱없이 부족한 장비로 고군분투하여 피크39 정상 아래 설원까지 올랐지만, 정상을 오르지는 못하고 내려왔다.2022년 7월, 부산 동아대산악회는 창립 60주년 기념등반으로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번 원정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