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저승봉에서 10월 3~4일 제7회 트래드 클라이밍 페스티벌Trad Climbing Festival(이하 TCF)이 열렸다. TCF는 ‘크랙등반이 좋은 사람들’에서 주최하는 비영리 행사로, 2017년 첫 이벤트를 진행했다.나는 TCF 1회 참가자였고, 2회차부터 스태프로 참여했다. 2017년부터 저승봉에 자주 드나들었고, 여기서 ‘크랙등반이 좋은 사람들’의 멤버인 이명희, 최석문, 문성욱, 안종능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했다. TCF를 통해, 그리고 언니, 형들을 통해 크랙 등반에 관한 많은 것은 배웠다. 덕분에
코오롱등산학교의 문성욱, 우석주가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알프스 6대 북벽(스위스 아이거·마터호른·피츠바딜레, 프랑스 드류·그랑조라스, 이탈리아 치마그란데)을 등반하고 돌아왔다. 등반 시간만 따져 합치면 164시간, 7일쯤 걸렸다. 그들의 등반기를 소개한다.유럽의 알프스 지역에는 알프스를 대표하는 6개의 북벽이 있다. 이 여섯 개의 북벽들은 가스통 레뷔파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산악인이 본인의 저서 에 기록한 등반계의 마스터피스들 중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줄여서 알프스 6대 북벽이라고 부르곤 한다. ‘n대’
녹음이 짙게 깔린 모락산, 여성 클라이머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 볼더링 행사 ‘우먼 인 클라임WOMEN IN CLIMB’이 열렸다. 스카르파 주최, 라이튼 클라이밍LIGHTEN CLIMBING이 기획·진행을 맡았다. 우먼 인 클라임은 아웃도어 활동에 나서기에 주저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사로 부제인 ‘RISE WOMEN, RISE ABOVE(~을 넘어서)’는 한계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실내 암벽장에서 볼더링을 즐기던 클라이밍 동호인들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진짜 바위’를 찾아 밖으로 나오
자연 볼더링을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등반할 팀원’이다. 등반 대장이 필요했다.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알고 바위에 있는 문제를 알고 자연 볼더링 입문을 도와줄 족집게 선생님이 필요했다. 서울볼더스 김정엽 센터장(41)이 와주었다. 서울볼더스 회원들도 함께 왔다. 볼더링 패드도 가져와 주었다.열정 등반가도 있으면 좋겠다. 자연 바위에서 등반하고 싶어 목이 마른, 이 취재를 즐거워할 사람 말이다. 김명주(34)씨가 보였다. (명주씨와는 실내 볼더링 장을 다니며 알게 된 사이다.) 명주씨는 “마침 모락산에 풀고 싶
“오늘 바위 몇 개 정도 붙어볼 수 있을까요?”“등반 스타일에 따라 다릅니다. 아마 두세 개 정도?”등반에도 스타일이 있다. 이 문제 저 문제 다 붙어보고 싶어 하는, 일명 ‘찍먹(찍어 먹어 본다는 뜻) 클라이머’도 있고 목표 문제를 완등할 때까지 그 문제만 푸는, ‘한 우물만 파는 클라이머’도 있다. 하지만 실내 암장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흔치 않은 기회로 여겨지는 자연 볼더링에 와서 한 문제만 붙고 가기는 아쉽다. 보통 2~3개의 바위, 많으면 여기에 한두 개 정도를 더해 등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날은 댑볼더, 탱크볼더,
자연 볼더링에 필요한 장비는 많지 않다. “장비랄 게 있나?”라고 할 정도다. 암벽화와 초크, 브러시 정도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추락 시 부상 방지를 위해 바닥에 까는 크래시 패드는 팀당 3~4개 정도면 충분하다. “몸만 와”라는 말이 가능한 이유다. 선유도와 목동에 위치한 실내 암장 서울볼더스에서 크래시 패드를 제공해 주었다. 덕분에 다른 등반 인원은 작은 짐만 달랑 들고 모락산을 찾았다. 이날 등반을 함께한 볼더러와 그들이 챙겨온 장비를 소개한다.김명주(34) 한국철도 차량관리원/ 클라이밍 4년차김명주씨는 열정 볼더러다.
‘줄 하나에 목숨을 맡긴다고? 암벽등반은 다 미친 짓이야!’라고, 1년 전에는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태국 끄라비로 12일간의 암벽등반 여행을 떠난다. 나는 선등을 하고 싶었다. 선등은 내가 직접 가파른 벽의 확보물에 로프를 걸면서 올라가는 것이고, 후등은 선등자가 이미 걸어놓은 줄에 매달려 안전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두려움에 떨던 새내기였지만, 1년 사이 나는 바뀌었다. 산악부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워킹산행만 하고 등반은 무서워 피했다. 등반을 시작한 지는 고작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선등도 이제 막 시작해 등반을 목
콩알만 한 발 홀드를 밟고 종잇장같이 얇은 틈을 당겨 잡는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다리도 덜덜 떨린다. 땀이 삐질 삐질 난다. 몇 동작 올라와 뛰어 내릴 수도 없다. 다음 홀드도 별로다. 두려움에 온 몸이 뜨겁다. 손을 뻗어 홀드를 잡는다. “탁” 손가락 힘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다. 추락이다. “으악!” 30m 같이 느껴지는 3m 추락. 발목이 부러졌다. 앞으로 석 달은 족히 등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차오른다.첫 야외 볼더링이다. 불암산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머릿속엔 온갖 상상이 오고 갔다. 볼더링이란 암벽 등반
자연 볼더링의 가장 큰 입문 장벽은 ‘길찾기’다. 가고자 하는 열정과 장비가 있어도 길 찾는 것이 어려워 입문자가 홀로 가기란 쉽지 않다. 정확한 바위의 위치가 모두 정리되어 있는 지도가 없다. 경험자와 동행하거나 블로그 등에 정리되어 있는 정보를 참고해 찾는 것이 최선이다. 불암산 볼더링장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 불암사에서 접근 가능하다. 10분 정도의 짧은 어프로치로 비교적 길 찾기 쉬운 암장에 속한다. 불암사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다. 불암사주차장에 주차한 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 등산로에 진입한다. 석천암 방향으로 돌계단을 오
볼더링이 인기다. 암벽등반의 한 종류인 볼더링은 로프 없이 작은 바윗덩어리를 오르는 등반이다. 높이 3~5m의 바위를 오르며 추락 시 부상 방지를 위한 크래시 패드만을 이용한다. 이러한 볼더링을 실내 인공암벽장으로 가져온 것이 요즘 유행하는 실내 볼더링이다.실내 볼더링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다. 기존의 클라이밍은 마니아층만이 즐기는 비주류 스포츠였다. 스포츠 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클라이밍이 대중 앞에 서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홀드와 온 힘을 다해 벽을 오르는 행위는 사람들의 관
처음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사진이나, 생각에서 이어졌다. 첫 번째 고산 등반인 로체(8,516m) 남벽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어진 원정이었다. 스케일이 다른 새로운 산에 대한 궁금증에 빠져들었다.두 번째는 기억 속 사진 한 장을 형들에게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파키스탄 십튼 스파이어(5,950m) 동벽을 올랐고, 기억에 남는 ‘인생 등반’이 되었다. 다음은 마칼루(8,463m) 등반이었다. 스스로 어떤 등반이 될지 무척 궁금했으나, 역시 기진맥진해 기어서 올랐다.D-100 캄봉피크(6,570m) 등반 나의 과거 등반 이야기는 여
햇빛이 뜨겁고, 산딸기가 익어가고, 매미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여름쯤이면 클라이밍 마니아들로 북적이는 암장이 있다. 이곳은 하루 종일 그늘져 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 있다. 우리는 여기를 ‘수리암장’이라고 부른다. 경북 고령군과 경남 합천군 경계에 있고, 몬스터클라이밍짐에서 2022년 11월 초 개척을 시작해 2023년 7월 9일 개척 보고회를 하고 정식으로 오픈한 하드프리 암장이다.실력 있는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암장을 개척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바위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어느 바위든 이런 저런
서울등산학교 거벽반 수료기“으악!”추락이다. 190cm의 거구인 이근수(55)씨가 미끄러진다. 떨어질 때면 바위틈 곳곳에 끼워뒀던 등반장비들이 ‘파바박’하고 튀어나온다. 그는 한동안 등반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출발했다.그는 이후로도 연달아 몇 번이고 추락했다. 3~4m씩 떨어져서 몸이나 정신에 충격이 컸을 텐데 눈에는 점점 독기를 띠었다. 하지만 같은 지점에서 또 다시 추락했고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하강했다. 추락하며 받은 충격에 “이제 저기는 못 가겠다”며 “트라우마가 생겼다
2022년 가을 도봉산 선인봉 동면에서 한국 등산학교 강사 안치영(고산 등반가) 후배와 오름짓을 하다가 멋진 사선 크랙 라인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선 크랙이 있는 옆 라인을 올라 등반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도 등반한 흔적이 없었다. 이렇게 멋진 크랙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안치영과 나는 눈빛을 교환하고 바로 개척하기로 마음을 정했다.하지만 그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1년 동안 우리는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긴 확인 작업 끝에 결국 아름답게 뻗어 있는
지난 10월 12~13일 이틀 동안 충북 제천 저승봉 일대에서 제6회 트래드 클라이밍 페스티벌이 열렸다. ‘크랙 등반이 좋은 사람들’이 주최하고 노스페이스, 블랙다이아몬드, 서성호 기념 사업회, 공감클라이밍 스쿨이 후원했다.12일 첫날 오전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트래드 클라이밍 페스티벌은 올해로 6회째다. 그동안 등반 마니아들에게 많이 알려진 덕분인지 페스티벌 참가 신청서를 SNS에 올리면 3분 내에 마감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 올해 행사는 45명의 신청자를 받았
“맴! 매앰! 매앰!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우렁찬 매미 소리가 쉴 새 없이 귓전을 맴돈다. 또 하나는 배낭에서 끝없이 울리는 폭염 경보문자, 나머지 하나는 우리 주변을 짜증나게 맴돌며 윙윙거리는 모기소리이다. 셋 다 무더운 날씨를 대변하는 일기예보다. 더불어 물과 풀이 끈적하게 섞인 축축한 산 내음이 코밑을 스치며 본격적인 한여름을 알린다. 첫날 대둔산 ‘새천년 리지’ 가는 길, 더위와 합세한 여러 가지 공세에 투지가 조금 꺾였다. 숙소인 대둔산장에서 나오자마자 부원들마다 “덥다!”하는 소리가 제일 먼저 나왔다. 시작도 하기 전
뜨거운 여름은 강철 같은 등반가들도 녹아내리게 한다. 따라서 이때만큼은 평소에 멀어서 자주 가지 못했던 등반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번엔 서울에 거주하는 등반가들과 남쪽으로 내려갔다.허선무(한국등산학교 기술자문), 김문섭(산빛산악회), 문성욱(코오릉등산학교 강사), 강태원(한국등산학교 강사)이 휴가철을 맞아 부산 경남으로 등반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을 따라갔다.보통 등반 여행을 떠나면 그 지역 등반가들과 만나기 마련이다. 이것 또한 매우 즐거운 일이다. 부산빅월클럽BBC 회원들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생각
나와 아내 이지은은 작년 12월 초부터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3개월간 머물렀다. 이 기간에 우리는 길길이 날뛰는 비바람에 맞서 고군분투 했다.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옷도, 장비도, 사람도 성한 것 하나 없었다. 꽤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다음 등반지는 캐나다 밴프였다. 이곳에서 문성욱, 김채울과 함께 4명이 약 3주간 빙벽을 등반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둘이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등반. 고생스러웠던 파타고니아와 달리 캐나다는 왠지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월 28일, 마침내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내렸다.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지난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프랑코-아르젠틴 루트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가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원정기를 싣는다.히말라야의 남체바자르, 알프스의 샤모니,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엘찰텐!!! 모두 세계 트레킹 마니아의 성지인 동시에 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마을들이다. 나는 이곳들 모두에 다녀왔다. 운 좋은 사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파타고니아 원정에서 본 엘찰텐이라는 마을은 남체와 샤모니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남체보다는 편리한 일상(그렇다고 도시에 비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 지난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프랑코-아르젠틴 루트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가 원정대원으로 참여했다.‘결국 여기에 왔구나!’ 30여 년간 꿈꿔 온 곳이었다.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세로토레, 엘찰텐. 이름만 들어도 설렘이 폭발하는 곳. 10여 년 전부터 나는 부산빅월클럽bbc 회원들과 파타고니아에 가야겠다고 계획했다. 그동안 나는 미등봉, 신 루트 개척 등 이런 선구적인 등반보다 유명하고 아름다운 등반지에서 가능한 안전한 등반여행을 좋아했다. 멤버들도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다. 정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