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위스 융프라우에는 눈이 아닌 낭만이 쌓인다. 알프스 초원이 온통 하얗게 바뀌면, 산간마을은 요정의 집이 되고, 융프라우 첨봉은 신神의 거처가 된다. 겨울 알프스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현실 속 겨울 왕국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융프라우 스키와 하이킹을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로망으로 꼽는다. 1시간을 활강해도 끝나지 않는 거대한 설원과 아이거 북벽을 곁에 두고 “뽀사삭 뽀사삭” 소리를 내며 걷는 눈길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곧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 ‘스위스 융프라우 겨울 특집’
아이거 북벽의 거대한 감동겨울 알프스의 거대한 경치를 쉽게 즐기는 코스다. 재설차가 정비해 놓은 내리막 눈길을 따라 걷는 간단한 하이킹으로 아이거 북벽을 생생히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 평소 등산을 하지 않았어도 내리막길 3시간 정도 걷는 지구력만 있다면 가능하다. 융프라우 겨울 여행의 주요 기점인 클라이네 샤이텍역(2,061m)과 알피글렌역(1,614m)을 잇는 코스로 4.3km 거리이며 2시간 정도 걸린다. 역과 역을 잇는 코스라서, 하이킹을 마치면 열차를 타고 그룬트(944m/그린델발트와 인접한 마을) 또는 클라이네 샤이텍으로
인천에서 배로 출발해 백두산 남파 입구까지 2박3일이 걸렸다. 한국의 기온이 35°C를 넘고 있을 때 남파 입구의 전광판에는 21°C가 찍혔다. 가이드는 천지에 오르면 추우니까 긴팔 옷과 우비를 준비하라고 했다. 오전에 비가 많이 내려 천지를 본 탐방객은 없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도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30분쯤 올라서니, 어느덧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와 사스래나무만 듬성듬성한 고원지대다. 해발 2,000m쯤 되니 나무가 사라지고 풀과 이끼만 깔려 있거나, 아예 자갈과 모래만
우리는 주말부부다. 남편은 은퇴 후 홍천 산속에서 이른바 ‘자연인 놀이’를 하고 있고, 나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인지라 춘천 시내에 산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며 재배한 농산물과 반찬을 교환해서 가져간다. 우리 부부의 공통점은 자전거와 음악이다. 그러나 장르를 약간 달리한다. 남편은 지역의 팝 밴드 건반 연주자로 활동하고, 나는 합창단에서 고전음악을 즐긴다. 함께 살지 않는 부부의 삐걱거림을 수리하기 위해 가끔 나서는 자전거여행은 우리에게 MTmembership training라고 할 수 있다.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사하라사막에서 본 한 장의 암각화 사진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곳이 바로 타실리나제르국립공원Tassili n'Ajjer National Park이었다. 끝없는 모래바다 한가운데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그곳은 수천 년 전에 그려진 암각화가 엄청나게 많았다. 황량한 사막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물이 흐르고 초목이 자라던 비옥한 땅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들은 가축을 몰고 다니며 사냥을 했고, 축제를 열며 노래했다. 그들의 삶의 흔적은 지금도 바위 위에 남아 선사시대의 숨결을 전하고 있었다.타실리나제르는
“엘리트 운동선수, 특수부대 출신, 대학교 산악부….”전 오지탐사대 대원들의 화려한 프로필을 봤을 때, 지원할 용기를 잃었다. 내 스펙은 한없이 초라했다. 전역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온 뒤 대학교 산악부 활동을 조금 한 게 다였다. 2025년 오지탐사대 모집공고에선 단 10명만 뽑는다고 돼 있었다. 그 10명에 당연히 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차에, 2023 오지탐사대 대원이었던 정은 형은 “떨어지더라도 지원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조언을 건네줬다. 며칠 고민하다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지원서를 던졌다. 심지어 합격
“여기서부터는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공항 게이트에 붙은 흔하디흔한 문구가 전혀 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간 체감되지 않았던 오지탐사가 진짜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그저 매주 반복하던 국내 훈련을 받으러 가는 길 같았다. 게이트를 지나자 한글 자필로 투박하게 ‘청소년 오지탐사대’라고 쓴 종이를 들고 방긋 웃고 있는 가이드 ‘에르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한국말에 정말 능통했다. 도착했을 때 이미 새벽 1시였으므로 바로 20인승 버스에 카고백 8개를 싣고 울기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대망의 마지막 다울라기리 트레킹을 앞두고 우리는 묵티나트에서 하루, 마르파에서 이틀 총 3일의 휴식일을 가졌다. 비록 묵티나트에서 마르파까지 걸어가야 했지만, 묵티나트 호텔에서 묵으며 오랜만에 따뜻한 샤워와 빨래를 하며 오래 묵은 트레킹 피로를 풀 수 있었기에 거뜬했다. 무엇보다도 만남이 우연이 아닌 인연이었는지 숙소에서 토롱패디를 향하던 길에 만났던 70대 한국인 트레커를 다시 만났다. 그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지난 트레킹 여정과 앞으로 각자의 일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꼭 공항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약속한 뒤 각자의 길을
쓰구냥산은 중국 쓰촨성 서부, 티베트 고원의 동쪽 가장자리에 있다. 이 지역을 동티베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쓰구냥산을 이루는 봉우리 중 첫 번째 '따펑(5,025m)'은 일반 하이커도 오를 수 있다. 트레킹 시작부터 정상 등정, 하산까지 보통 1박 2일 걸린다. 수년 전 중국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 공용 라운지에서 네덜란드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쓰촨성의 ‘쓰구냥산四姑娘山(네 자매 산)’에서 첫 번째 봉우리를 올랐고, 그날 이후 중국의 경치에 반해 일 년에 두세 번씩 중국으로 여행을 온다고 말했다. 그들은 유럽의 어느 산보다 ‘거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를 따라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세계 최고의 로드 트립 중 하나로 꼽힌다. 옛 소련이 1930년대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했지만, 그 기원은 실크로드의 길목과 이어진다.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키르기스스탄 오시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평균해발 4,000m에 이르는 파미르산맥을 가로지른다. 풍경은 거칠고 황량하지만, 길 가의 산골 마을에선 소박한 삶이 이어진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지제브계곡Jizev Valley이다.지제브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관광 천국 호주에서 여행 1번지는 어디일까. 호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시드니로 가고, 시드니 여행자의 대부분은 블루마운틴국립공원을 방문한다. 시드니에서 불과 80km 떨어져 있고, 가벼운 산책으로 주요 명소를 돌아볼 수 있어 매년 500만 명 이상의 탐방객으로 붐비는 산이다. 블루마운틴은 ‘파란색 산’이라는 뜻이다. 이 산의 숲에서 85%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91종의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에서 휘발되는 수분이 공기 중에서 파란빛을 반사시켜 산이 푸르게 보인다. 블루마운틴국립공원의 면적은 2,679㎢로 지리산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다. 백두산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저절로 우러르게 되는 민족의 영산이다. 민족신화의 발원지이고, 조상들이 기상을 펼치던 발해와 고구려 벌판을 호령하는 산이다. 백두산은 국토의 골격에서 백두대간의 머리이고, 대한민국 모든 산의 종산宗山이다. 백두산 여행이 결정되었을 때, 그 성스러운 자태를 알현한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백두산이 지켜보았을 굴곡진 역사를 곱씹으며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굴곡진 역사의 결과로, 백두산은 우리
마르디히말. 이곳은 네팔 현지인들이 신성시하는 아름다운 산 마차푸차레(6,993m)를 향해 다가가는 트레킹 코스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어 덜 알려진 코스다.그래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두 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마르디히말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어떠한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로 가거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길은 우리한테 덜 알려져 있을 뿐,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심지어는 본 적도 있었다. 14년 전에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남동부 알마티Almaty 시내에서 남쪽으로 25km. 자일리스키 알라타우산맥Zailiysky Alatau Range의 중심부에 자리한 침블락Chimbulak 리조트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고산 레저 명소다. 여름에는 트레킹과 산악자전거,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변모하는 이곳의 베이스는 해발 2,260m. 그 위로는 광활한 빙하 지대와 날카로운 암봉들이 하늘을 찌른다. 자일리스키 알라타우산맥의 최고봉 탈가르봉Talgar Peak(4,979m)은 알마티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저녁 비행기로 귀국해야 하는 날, 가벼운 산책으로 여행을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알프스산맥의 일부를 이루는 곳으로, '신이 빚은 산'이라는 별명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은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해서 전 세계인들에게 트레킹과 레저의 보고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신이 빚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돌로미티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특히 빙하의 소실이 심각하다.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3,343m) 빙하는 ‘자연 온도계’라고 불릴 만큼 기후변화의 척도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 조사에서
아이슬란드는 얼음 반, 온천 반아이슬란드는 보통 나라가 아니다. ‘아이스ice랜드’인 동시에 ‘핫hot랜드’다. 겉은 얼음과 빙하에 덮인 설국이지만, 속은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 화산 폭발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북극에 가까운 추운 나라이지만, 풍부한 지열과 온천수로 따뜻하게 사는 나라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인구는 4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니 몇 개 안 되는 도시를 벗어나면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구가 탄생한 이래 본래의 자연 대부분이 사람 간섭 없이 ‘자기 마음대로’ 진화하고 있는 땅이다. 아이슬란드의
브라이트호른Breithorn은 알프스에서 ‘첫 4,000m급 등정’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알프스 4,000m급 산 중에서 다른 피크들과 비교해 오르기 수월해, 19세기 초부터 탐험가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알프스산맥의 페나인 알프스Pennine Alps에 위치해 있고, 주봉Western Summit은 4,164m로 알프스에서 40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브라이트호른은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Matterhorn, 몬테 로사Monte Rosa의 전망이 좋기로도 유
레닌봉 베이스캠프(3,600m)에 어둠이 내린다. 하루에 세 계절을 넘나든다. 아침에 출발한 오쉬는 여름, 탈딕고개를 넘어 사리타쉬마을(3,170m)에서는 가을, 이곳은 겨울이다. 두꺼운 스웨터와 패딩으로 무장하고 서둘러 식당으로 가는데 숨이 턱 막힌다. 고산병 증세다. 식당에 들어서니 산악인들의 복장이 한겨울이다. 국제용으로 입맛을 맞춘 뷔페 음식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뜨거운 스프와 뜨거운 차다. 고산병 때문에 속을 데워야 하는 것이다. 시원한 물김치와 달걀 프라이, 당도가 높은 살구와 복숭아도 인기다. 러시아 국적의 가
마나슬루 트레킹을 마치고 난 뒤 금의환향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출발을 의미했다. 랄리구라스 군락을 지나 안나푸르나의 시작에 들어서자 회색빛 사막과 거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다라파니에서 약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캉사르는 끊임없이 바람이 부는 바람 길에 위치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람을 이용해 집집마다 오색의 룽다를 꽂고 삭막한 마을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 소리의 끝에는 이들이 흘려보낸 불경이 희미하게 묻어났다.이곳에서 묵은 ‘메소칸토-라 호텔’ 로지는 이번 한 달 트레킹 중 만난 곳 중 요샛말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은 산을 좋아하는 전 세계인의 로망이다. EBC,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랑탕 트레킹은 히말라야 트레킹의 백미로 꼽힌다. 그런데 EBC에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건 보통 사람들로선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해발고도 5,364m에서 고산병의 위험을 안고 마라톤을 한다는 건 생명을 거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남극·북극 마라톤, 고비·아타카마사막 마라톤 등도 극한 마라톤으로 불리지만 에베레스트 마라톤은 산소 결핍, 즉 고산병을 이겨내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마라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