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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5년 12월호
  • 674호

알프스 설원에서 스키…믿어지지 않아! [스위스 융프라우 스키]

신준범
  • 입력 2025.11.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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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알프스 스키 여행 다녀온 기자의 현실 조언과 꿀팁

겨울 스위스 융프라우에는 눈이 아닌 낭만이 쌓인다. 알프스 초원이 온통 하얗게 바뀌면, 산간마을은 요정의 집이 되고, 융프라우 첨봉은 신神의 거처가 된다. 겨울 알프스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현실 속 겨울 왕국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융프라우 스키와 하이킹을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로망으로 꼽는다. 1시간을 활강해도 끝나지 않는 거대한 설원과 아이거 북벽을 곁에 두고 “뽀사삭 뽀사삭” 소리를 내며 걷는 눈길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곧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 ‘스위스 융프라우 겨울 특집’에서 스키와 하이킹 코스를 소개한다. 

알프스의 훤칠한 설산을 배경으로 두고 스키를 타는 맛은 스키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은 해봐야 할 경험이다. 슬로프가 정해져 있지만 워낙 넓은 탓에 붐비지 않는다.
알프스의 훤칠한 설산을 배경으로 두고 스키를 타는 맛은 스키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은 해봐야 할 경험이다. 슬로프가 정해져 있지만 워낙 넓은 탓에 붐비지 않는다.

열차 타고 오르는 알프스 2,000m 설원

한국인이 알프스 설원을 스키로 누비는 것이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틀 만에 가능하다. 취리히국제공항에 아침에 닿는다면, 스위스 도착 첫 날 스키를 탈 수도 있다. 정확한 시간에 움직이는 스위스 고속열차와 융프라우 철도는 차를 렌트하는 번거로움 없이 열차를 갈아타는 것만으로 알프스 2,000m대 설원으로 공간 이동하듯 빠르고 쾌적하게 풍경을 바꿔놓는다.  

리프트를 타는 것도 겨울 알프스의 즐거움이다. 국내 스키장처럼 붐비지 않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리프트를 타는 것도 겨울 알프스의 즐거움이다. 국내 스키장처럼 붐비지 않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키 월드컵 매년 첫 대회 열려

융프라우는 스키의 메카이다. 매년 스키 월드컵 첫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다운힐 경기가 열린다. 라우버호른에서 벵엔까지 내려오는 코스로 1,000m 넘는 고도를 순식간에 내려서는 경기다. 스키 본고장이자 세계적인 스키 슬로프를 직접 탈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린델발트 일대를 순회하는 버스. 스키 부츠를 신고, 스키를 들고 타더라도 불편이 없다. 스키어를 위한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린델발트 위쪽 마을일수록 숙소가 저렴하다. 역에서 떨어져 있어도 버스가 자주 운행해 불편이 없다.
그린델발트 일대를 순회하는 버스. 스키 부츠를 신고, 스키를 들고 타더라도 불편이 없다. 스키어를 위한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린델발트 위쪽 마을일수록 숙소가 저렴하다. 역에서 떨어져 있어도 버스가 자주 운행해 불편이 없다.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경험의 빅뱅

리조트 건물 대신 아이거(3,970m) 북벽, 묀히(4,107m), 융프라우(4,158m) 같은 알프스 미봉美峰을 곁에 두고 스키를 즐기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알프스의 드넓은 초원을 스키와 보드를 타고 달리는 경험은 국내 스키장과 비교하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빅뱅 같은 경험이다. 순간적인 경험치의 폭발적인 확장이 일어나, 스키 그 이상의 스키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융프라우 내에서의 이동은 고속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열차, 버스를 이용하며 스키를 가지고 이동하기에 불편이 없도록 되어 있다.
융프라우 내에서의 이동은 고속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열차, 버스를 이용하며 스키를 가지고 이동하기에 불편이 없도록 되어 있다.

“자연과 인프라 모두 환상적”

올해 2월 융프라우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본지 주민욱 사진기자는 “슬로프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길며, 인프라는 조금의 부족함 없이 편리하다”고 한다. 그는 겨울이 되면 스키장 시즌권을 무조건 끊고, 주말마다 스키장으로 향하는 스키마니아다. 국내에 안 가본 스키장이 없는 그는 “스케일이 크면 디테일(섬세함)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모든 것이 완벽하다”며 “자연과 인프라가 환상적”이라고 스키 여행 소감을 밝혔다. 

아이거글레처역(2,320m)을 나와 스키를 즐긴다. 묀히(4,107m)처럼 압도적인 설산이 널려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거글레처역(2,320m)을 나와 스키를 즐긴다. 묀히(4,107m)처럼 압도적인 설산이 널려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알프스 설원 누비는 206km 슬로프

알프스 설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산 허리인 2,000m대에서 1,000m대까지 구석구석 슬로프가 나있다. 전체 206km이며, 100년 넘는 역사의 융프라우철도와 최신 고속 케이블카 아이거익스프레스를 비롯 곤돌라와 45개의 리프트를 갖췄다. 하나의 스키장이라 보기에는 너무 거대하여 ‘알프스 겨울 왕국’이라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어린 자녀를 위한 눈썰매 코스도 총 50km가 있으며, 가장 긴 코스는 1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눈썰매 코스이다. 자녀와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썰매를 타기 전 주의 사항을 듣는 스위스 어린이들. 세계에서 가장 긴 썰매 코스(15km)가 있으며, 가족 단위 이용자와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깊다.
썰매를 타기 전 주의 사항을 듣는 스위스 어린이들. 세계에서 가장 긴 썰매 코스(15km)가 있으며, 가족 단위 이용자와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깊다.

파랑, 빨강, 검정으로 난이도 구분

슬로프는 코스를 번호로 구분하고 난이도별로 색깔을 달리했다. 쉬운 코스는 파랑색, 중급 코스는 빨강색, 어려운 코스는 검정색으로 표시했다. 가장 긴 슬로프는 라우버호른(2,472m)에서 그린델발트(1,034m)까지 이어지며, 13km이고 고도 차이만 1,380m에 이른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동해안 대포항까지 직선거리로 13km임을 감안하면 그에 맞먹는 대단한 코스인 것. 

융프라우(4,158m)를 배경으로 리프트를 타고 오른다. 지붕이 있어 바람과 햇살이 덜하다.
융프라우(4,158m)를 배경으로 리프트를 타고 오른다. 지붕이 있어 바람과 햇살이 덜하다.

스키 메인 캠프 클라이네 샤이텍

스키의 메인 무대는 클라이네 샤이텍역이다. 해발 2,061m 고개에 자리한 기차역이자 호텔촌인 이곳을 기준으로 그린델발트 방면이나 벵엔 방면으로 슬로프가 나 있다. 고개를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벵엔(1,274m)에 이르면 케이블카를 타고 멘리헨(2,230m)으로 단번에 고도를 높일 수 있다. 멘리헨에서는 그린델발트(1,034m)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갈 수 있다. 

리프트 잘 활용하면 즐거움 커져 

국내 스키장처럼 리조트 아래까지 내려왔다가 올라가길 반복하는 방식은 아니다. 슬로프에는 숱하게 많은 리프트가 있어 상당수의 스키어들은 클라이네 샤이텍과 멘리헨을 중심에 두고 주변의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리프트를 타서 옮겨가길 반복한다. 그린델발트까지 한 번에 내려가는 코스도 경험하지만, 2시간을 활강하면 허벅지가 피로해져 적당히 타고 클라이네 샤이텍이나 멘리헨의 레스토랑에서 휴식하는 것을 반복한다.   

리프트 많고 기다릴 필요 없어 편해

슬로프는 스케일에 비해 관리가 잘되고 있다. 슬로프를 다듬는 제설 기계가 계속 순회하며, 슬로프임을 알리는 깃발이 있어 길찾기는 쉽다. 슬로프 밖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딱딱한 눈이라 스키를 타기가 쉽지 않다. 세계 각국의 스키어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워낙 슬로프가 많고 넓은 탓에 붐비지 않는다. 쾌적하게 스키를 탈 수 있다. 리프트는 대형이라 6명 정도까지 탑승 가능하며 지붕이 있어 바람에 따른 추위가 덜하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길게 줄 설 필요도 없다. 

국내 스키장보다 난이도 조금 높아

중급자라 해도 쉬운 코스에서 익숙해진 후 중급자 코스를 가는 것이 좋다. 알프스도 자연설이 줄어들고 인공눈을 많이 뿌리는 추세라 설질이 얼음처럼 미끄럽고 딱딱한 편이다.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 현지 스키어들은 상당히 빠르게 활강하므로 동선이 겹쳐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중급자 코스는 국내 중급자 코스보다 좀 더 어려운 편이며, 상급자 코스는 국내 상급자가 타기에 상당히 가파르고 길다. 융프라우 기준의 중급자와 상급자 슬로프는 국내 기준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 

스키 부츠 신어도 불편 없는 스키 천국

인터라켄부터 스키 천국이다. 그린델발트와 벵엔, 클라이네 샤이텍, 아이거글레처, 피르스트 등의 주요 마을과 기점들은 스키 부츠만 신고 다니기에 불편이 없다. 그린델발트를 순회하는 버스와 열차역, 케이블카 정류장 등은 카펫이 깔려 있어 미끄러질 염려가 없다. 열차와 버스, 케이블카 등은 스키를 거치할 수 있어 이동이 자유롭다. 숙소에서 곧장 스키부츠를 신고 나와도 불편이 없도록 되어 있다. 겨울 융프라우는 스키 천국인 것. 

가장 재미있는 추천 코스는?

주민욱 기자에게 가장 좋았던 코스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모든 코스가 다 최고였다”며 “아이거 북벽을 곁에 두고 뻥 뚫린 압도적인 개방감을 느끼며 맛보는 질주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했다. 

SBB 앱 필수

SBB 앱은 융프라우에서 스키를 탈 때 필수로 꼽힌다. 스위스의 열차 시간을 알려 주는 스마트폰 어플이며, 실시간 운행 시간 정보가 모두 반영되므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SBB 앱만 있으면 이동이 자유롭다. 열차 예약과 구매까지 가능하다. 

겨울 VIP패스 필수

11월 29일부터 내년 4월 6일까지 판매하는 겨울 융프라우 지역 철도 자유이용권이다. 모든 리프트를 탈수 있으며, 기차, 곤돌라, 케이블카, 버스, 유람선 등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 가성비 높은 편리한 필수 아이템이다. 스키 주요 동선인 인터라켄 오스트, 빌더스빌,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라우터브루넨, 그러취알프, 뮤렌, 클라이네 샤이텍, 아이거글레처, 멘리헨 구간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3,454m)는 1회 왕복 가능하다. 1일권부터 6일권까지 판매(190~315CHF)한다.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할인권을 신청하여 받은 할인권을 스위스 현지에서 보여 주고 구입한다. 구입 가능역은 인터라켄 오스트, 그린델발트를 비롯한 융프라우 지역의 모든 역이다. 

숙소 선택 노하우 

인터라켄은 도시이고, 그린델발트와 벵엔은 산간 마을에 가깝다. 도시에 가격대별도 더 다양한 숙소가 있다. 인터라켄에 숙소를 잡으면 더 저렴한 숙소를 잡을 수 있지만, 열차를 타고 클라이네샤이텍이나 아이거글렛처까지 열차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여러날 스키를 탄다면 그린델발트, 벵엔, 클라이네 샤이텍 등에 숙소를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산간마을 중에서는 그린델발트가 가장 크고 동선이 편리해 스키어들에게 인기 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숙소는 리조트형 숙소이다. 전통 가옥인 삼각형 지붕의 ‘샬레’가 많다. 방이 여럿 있으며, 방 안에 침대와 화장실, 샤워시설, 싱크대와 조리기구가 있는 곳은 식비를 줄일 수 있다. 

경비 줄이는 꿀팁

스위스는 쿱Coop(편의점 또는 마트)에서 파는 채소와 식료품이 싱싱하고 한국보다 저렴하고 맛이 뛰어나다.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비용 절약에 도움이 되어, 겨울 알프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12월 중순부터 2월 초에 찾는 것이 좋다. 2월 중순부터 기온이 오르며 4월 중순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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